남북대화록 공개 “산 넘어 산”

▲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녹음기록물 등 국가기록원 보관 자료 제출에 관한 법률이 재석 276인, 찬성 257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여야, 사안마다 아전인수격 해석
원본이어 부속문서 등도 갈등 기폭제
NLL 대화록 공개 곳곳서 비판론 제기
김무성·권영세 대화록 사전입수, 국조해야
 

국회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관련 회의록과 녹음기록물 등 자료 일체의 열람 및 공개를 국가기록원에 요구하는 자료제출요구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결단이라고 양당은 밝히고 있지만,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번 자료열람으로 ‘NLL논란의 악순환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같은 현안을 두고 여야가 각각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너무나 상이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한에 쫓긴 나머지 열람과 공개 사이에서 완벽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불씨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공개가 가능하냐는 논란과 함께 공개가 되더라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NLL을 포기한 것이냐를 두고 해석에서 여야의 첨예한 대립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NLL, “포기다” “아니다
與野, 인식차 논란 가중
 
국회가 요구한 자료는 정상회담 대화록뿐만 아니라 사전준비 및 사후 조치와 관련한 회의록, 보고서, 전자문서를 포함한 부속자료 등 사실상 남북정상회담 전후의 모든 자료로 확산됐다. 당시 노 전 대통령과 청와대 및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NLL에 대해 어떤 생각을 보였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부분에서도 여야는 제 각각의 해석으로 일관하고 있다.
 
야권은 NLL에 일체 손을 대지 않은 노 전 대통령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여권은 기록열람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NLL 접근법이 사실상 무력화가 전제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야의 이 같은 동상이몽은 열람 과정에서도 미묘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열람 범위를 놓고 대통령기록관과 정치권, 그리고 여야의 온도차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기록관 측은 최소로 범위를 한정하고 있고, 정치권은 모든 것을 다 파헤칠 기세다. 열람 후 공개 여부도 산 넘어 산이다. 이미 모든 국민들의 관심대상이 된 상황에서 비공개를 고수하기에는 너무도 깊숙이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개는 엄격하게 금지한 현행법의 난관으로 어떤 해법이 구사될 지 앞으로 추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19조는 대통령기록물에 접근·열람하였던 자는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 내용을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해 비밀기록물을 열람한 뒤 그 내용을 국회에서 공개할 경우, 이 법률에서 규정하는 누설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이 법의 처벌 조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한 발자욱 더 나아가 공개에 나설 의원 개인의 신변을 여야가 면책특권으로 보호하면 공개 문제에 어려움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헌법 45조에는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처벌받지 않도록 면책특권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공개내용에 대한 해석부분이 상이해 여야의 반발이 예상돼 이것도 낙관하기는 힘들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목소리이다.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기록물관리법의 처벌 규정에서 규정한 비밀누설은 국회의 정당한 의결에 따른 자료 제출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고,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공개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반대의 논리를 펴 또 한 번의 여야 간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최경환 국론분열 마무리
전병헌 열람은 의미 없어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난 2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등 자료 일체에 대한 제출 요구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과 관련, “진실 왜곡을 말끔히 해소해 국론 분열을 마무리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 같이 말하고 열람·공개가 논쟁의 확산이 아니라 논쟁의 종식이 될 수 있도록 해 국론통합의 계기로 삼겠다향후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자료가 제출되는 대로 충실한 열람이 되도록 범위 등은 여야 간 협의를 통해 정하고, 운영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보기만 한다면 열람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재적의 과반, 출석의 과반 찬성 인원인 76명이면 대통령기록물을 개정할 수 있는데, 개헌 정족수인 재적 3분의 2로 의결됐으면 당연히 국회에 공개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 아닌가라며 공개가 안 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안맞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열람 결정이 좋지 않은 선례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로 이미 물이 엎질러지고 판이 완전히 더렵혀진 상황이라며 불법 복제물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정품으로 불법복제물의 부작용과 문제점을 깔끔하게 정리하자는 고육지책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대화록 사전 유출에 대해서도 ·현직 실세들이 망라돼 있고 실체가 드러나고 있어 숨기려 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대화록 유출사건에 대해 결코 흐지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선 캠프 핵심인사였던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대화록 사전입수설에 대해 국정조사 증인채택에 대한 논쟁이 있는데, 이 부분이 타협이 돼야 국조를 할 수 있다앞으로도 비상상황이 아니면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일하는 원칙을 지켜내겠다고 원내외 병행투쟁 입장을 확인하기도 했다.
 
 
대화록 공개 비판론 대두
논란 조장 악순환 되풀이
 
진보와 보수 등 양쪽에서 정파를 막론하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가 정치권에 소모적 갈등만을 조장하는 모양새를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72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대화록 제출 요구안이 재석의원 276명 가운데 찬성 257, 반대 17, 기권 2명으로 통과됐다. 대화록 열람에 대해 여야 대표부는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으나 반면, 분란만 조장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조순형 전 자유선진당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국회가 대화록을 열람하더라도 논쟁이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박 대통령이 수습에 직접 나설 것을 주문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규정대로 30년간 비밀로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모았고, 북한인권운동가 출신인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도 국회가 국가기록원 대화록 열람을 결정한 오늘은 정말 슬픈 날이라며 반대입장을 확실히 했다.
 
또 같은 당의 이인제, 신성범, 김영우 의원 등도 대화록 열람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고, 이들 4명은 본회의 당시 투표에 불참키도 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도 한 라디오에 출현 사건의 본질은 왜곡해서 발췌록을 만든 것과 그것을 대선 때 악용한 것이 두 가지인데 자꾸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의 의도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기 때문이라며 반대입장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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