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비판, 그쯤이야…”

부영그룹(회장 이중근) 계열사의 높은 내부거래율이 구설에 올랐다. 문제의 계열사는 이 회장의 장남이 최대주주인 신록개발이다. ‘부의 편법승계’ 사례라는 비판여론이 들끓었다. 타이틀도 거침없다. ‘내부거래 증가율 1위’, ‘내부거래율 100%’ 계열사라는 것이다. 부영그룹이 해당회사를 이렇게까지 지원하는 이유는 뭘까. “후계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그룹차원의 지원의혹을 받는, 이 회장 아들들과 관련있는 계열사들의 사례를 살펴봤다.

장남 지분많은 계열사 2곳 ‘내부거래율 100%’
대폭 증가 내부거래, “후계승계 신호탄?” 시각
막내아들 운영회사도 일감몰아주기 의혹 전적

▲ 부영그룹 본사 전경 ⓒ시사포커스 DB

부영그룹 계열사 4곳
높은 내부거래율로 지적

최근 기업경영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오너일가 지분율이 30% 넘는 계열사 87곳의 내부거래 증가율을 발표했다. 이들 계열사들의 내부거래액은 2011년 13조6600억원에서 2012년 15조1300억원으로 10.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기간 매출총액이 62조5300억원에서 67조6000억원으로 7.3% 늘어난 것보다 3.4%p 높은 수치였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경제민주화 흐름에 따라 전체 그룹의 내부거래액이 줄어들긴 했으나 일종의 ‘눈속임’일 뿐”이라며 “총수일가의 사익과 관련된 실질적 ‘일감 몰아주기’는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중에서도 부영그룹의 선전(?)이 돋보였다. 계열사 4곳이 높은 내부거래율을 보인 회사로 명시됐기 때문이다. ‘내부거래 증가율 1위’, ‘내부거래율 100%’ 계열사를 배출하기도 했다. 이전부터 높은 내부거래율로 질타를 받아왔음에도 변함없이 높은 내부거래율을 유지한 부영그룹에 여론은 실망했다.

곳곳에서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행보”라는 지적이 들끓었다. ‘경제민주화’에 발맞춰 내부거래 규모를 줄이는 최근 재계의 분위기와 상반된 행보가 자명했다. 더욱이 문제가 된 신록개발은 이 회장의 장남 이성훈씨가 최대주주인 회사였다. 높은 내부거래율과 관련, ‘부(富)의 편법승계’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큰아들 지분 많은 계열사
내부거래율 100% 달해

신록개발은 성훈씨가 지분율 65.0%로 최대주주인 회사다. 내부거래율은 2010년 4월 그룹에 편입된 후부터 줄곧 100%에 달했다. 내부거래액도 △2010년 33억7500만원 △2011년 26억8000만원 △2012년 99억4400만원 순으로 점차 늘었다.

2011~2012년 내부거래액 증가율은 271%로 CEO스코어가 조사한 계열사 중 가장 높았다. 부영그룹 측은 이와 관련, “계약에 의해 2012년 한 순간만 거래가 집중됐을 뿐”이라며 “이후 그룹과의 거래는 일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신록개발이 부영CC와 부영주택으로부터 거둬들인 매출전량이 모두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는 데서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불식되지 못했다. 경쟁없이 기회를 제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신록개발과 나란히 CEO스코어 발표명단에 이름을 올린 부영CNI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영CNI는 컴퓨터 시스템 구축·관리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지분구조는 이 회장 35%, 부인 나길순씨 35%, 성훈씨 30% 순으로 이뤄져있다. 오너일가 지분이 95%에 달해 사실상 개인회사로 봐도 무방한 곳이다. 부영CNI 내부거래율은 자료가 공개된 2009년을 기점으로 줄곧 100%였다. 내부거래액도 △2009년 9억원 △2010년 12억1800만원 △2011년 14억4400만원 △2012년 22억600만원 순으로 점차 늘었다.

특히 2011~2012년 내부거래액 증가율은 53%였다. 부영그룹 측은 이에 대해 “회사 특성상 내부거래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익은 극히 미미하다”며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부영CNI도 거래전량이 수의계약 또는 제한경쟁입찰로 진행돼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힘을 받게 됐다.

부영그룹의 이 같은 행보에 일부에선 후계승계 얘기를 꺼내기도 한다. “부영그룹이 비판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들 계열사에 내부거래율 100%를 유지하는 것은 후계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것이다. 일명 ‘일감몰아주기’는 주가가치 상승 등 오너일가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준다는 데서 편법승계 방식으로 지탄을 받아왔다.

여기에 신록개발과 부영CNI에 장남 성훈씨의 지분이 많다는 데 기인, “후계승계가 본격화됐다”는 시각도 나왔다. 부영그룹은 이 회장이 고령(74세)인데도 아직 후계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아들들의 성과도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는 부영그룹 관계자가 한 언론에 “부영은 회장님이 다 일을 하시기 때문에 아드님들이 옆에서 도와주셨거나 능력이 있어서 일조를 하셨거나 그런 것은 없다”고 밝힌 부분에서 나타난다. 즉 차기회장에 대한 정보가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얘기다.

지분 상으로 장남인 성훈씨가 우위에 선 듯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경제민주화 논의가 불붙었던 2012년, 성훈씨 지분이 많은 계열사(신록개발·부영CNI)의 내부거래액이 대폭 증가한 것. “재계의 장남승계 법칙에 따라 부영그룹도 본격적으로 장남인 성훈씨를 밀어주려는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 이유다.

막내아들 운영회사도
자금·일감지원 상당해

부영그룹이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으면서 덩달아 논란이 된 곳은 부영엔터테인먼트다. 부영엔터테인먼트 전신은 대화기건으로 건물설비 설치·공사업체였다. 지난해 부영엔터테인먼트를 흡수합병키로 하면서 부영엔터테인먼트로 사명을 변경하고 영화, 비디오물 및 방송프로그램 제작업도 함께 영위 중이다.

부영엔터테인먼트(옛 대화기건)는 이 회장의 부인 나길순씨가 지분율 40%로 최대주주고, 이 회장의 동생 이신근 동광종합토건 회장이 지분율 10%인 지분구조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흡수합병 전 부영엔터테인먼트를 이 회장의 막내아들인 성한씨(지분율 100%)가 경영했다는 데 있다. 성한씨는 지난해 8월 보유지분을 대화기건에 무상양도한 뒤 현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로 취임했다.

부실한 회사였던지라 대화기건에는 좋을 리 없는 선택이었다. 업계에서도 “이전에도 부영그룹은 부영엔터테인먼트에 지원을 해왔다”며 “건물설비 설치·공사업을 하는 대화기건이 영화 제작업과 시너지를 낼 부분이 있겠느냐. 전형적인 부실 계열사 지원”이라고 일갈했다. 실제로 대화기건은 최대주주가 되고 바로 유상증자를 단행, 45억원을 지원했다. 대화기건과 흡수합병도 얼마 지나지 않아 결정됐다.

▲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뉴시스

2011년 부영그룹은 동광주택을 필두로 옛 부영엔터테인먼트에 자금지원을 수차례 해왔다. 동광주택은 이 회장이 최대주주(지분율 96%)인 동광주택산업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당시 222억83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남을 도울만한 형편이 아니었음에도, 자본잠식 상태였던 부영엔터테인먼트에 자금지원을 해줬다. 동일한 조건으로 만기를 연장해주기도 했다. “아버지의 막내아들 살리기”라는 비판을 나온 이유다.

그럼에도 부영엔터테인먼트 경영정상화는 실현되지 않았고, 대화기건에 성한씨 지분 무상양도→대화기건 최대주주 등극→대화기건과 부영엔터테인먼트 흡수합병으로 현 부영엔터테인먼트 탄생 및 성한씨 대표 취임 수순이 이어졌다. 성한씨가 졌던 빚이 대화기건 몫으로 돌아간 것도 모자라 경영악화 책임을 져야할 대표에 경영권까지 유지시켜준 꼴이었다.

일감지원도 있다. 옛 부영엔터테인먼트가 내부거래율이 높았던 것은 아니나 그룹의 광고·영상 일감이 돌아갔다. 부영엔터테인먼트는 부영주택으로부터 △2010년 6300만원 △2011년 3400만원치 매출을 올렸다. 수의계약을 통해서였다. 미미한 수준이기는 했으나, 자금에 일감지원이 이뤄졌다는 데 업계는 의의를 뒀다.

본디 대화기건도 내부거래율이 높은 회사였다. 지난해는 합병 등 원인으로 내부거래가 없었으나 2011년 내부거래율은 99.9%(매출액 137억6300만원, 계열사거래 137억4400만원)에 달했다. 이전에도 내부거래율은 100%였다. 흡수합병 후에도 건물설비 설치·공사업이 주 사업이라는 점에서 추후 높은 내부거래율이 점쳐진다.

부영그룹은 높은 내부거래율로 사회적 지탄을 받아왔다. 이번에는 장남과 막내아들이 관련된 계열사가 그룹으로부터 대대적인 지원을 받은 것으로 비춰져 더더욱 문제인 듯 보인다. 시기도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다. 부영그룹이 ‘경제민주화 역행’이라는 비판여론과 ‘편법승계 의혹’에서 벗어날 시기에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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