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경영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오너일가 지분율이 30% 넘는 계열사 87곳의 내부거래 증가율을 발표했다. 이들 계열사들의 내부거래액은 2011년 13조6600억원에서 2012년 15조1300억원으로 10.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기간 매출총액이 62조5300억원에서 67조6000억원으로 7.3% 늘어난 것보다 3.4%p 높은 수치였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경제민주화 흐름에 따라 전체 그룹의 내부거래액이 줄어들긴 했으나 일종의 ‘눈속임’일 뿐”이라며 “총수일가의 사익과 관련된 실질적 ‘일감 몰아주기’는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중에서도 부영그룹의 선전(?)이 돋보였다. 계열사 4곳이 높은 내부거래율을 보인 회사로 명시됐기 때문이다. ‘내부거래 증가율 1위’, ‘내부거래율 100%’ 계열사를 배출하기도 했다. 이전부터 높은 내부거래율로 질타를 받아왔음에도 변함없이 높은 내부거래율을 유지한 부영그룹에 여론은 실망했다.

곳곳에서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행보”라는 지적이 들끓었다. ‘경제민주화’에 발맞춰 내부거래 규모를 줄이는 최근 재계의 분위기와 상반된 행보가 자명했다. 더욱이 문제가 된 신록개발은 이 회장의 장남 이성훈씨가 최대주주인 회사였다. 높은 내부거래율과 관련, ‘부(富)의 편법승계’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신록개발은 성훈씨가 지분율 65.0%로 최대주주인 회사다. 내부거래율은 2010년 4월 그룹에 편입된 후부터 줄곧 100%에 달했다. 내부거래액도 △2010년 33억7500만원 △2011년 26억8000만원 △2012년 99억4400만원 순으로 점차 늘었다.

2011~2012년 내부거래액 증가율은 271%로 CEO스코어가 조사한 계열사 중 가장 높았다. 부영그룹 측은 이와 관련, “계약에 의해 2012년 한 순간만 거래가 집중됐을 뿐”이라며 “이후 그룹과의 거래는 일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신록개발이 부영CC와 부영주택으로부터 거둬들인 매출전량이 모두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는 데서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불식되지 못했다. 경쟁없이 기회를 제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신록개발과 나란히 CEO스코어 발표명단에 이름을 올린 부영CNI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영CNI는 컴퓨터 시스템 구축·관리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지분구조는 이 회장 35%, 부인 나길순씨 35%, 성훈씨 30% 순으로 이뤄져있다. 오너일가 지분이 95%에 달해 사실상 개인회사로 봐도 무방한 곳이다. 부영CNI 내부거래율은 자료가 공개된 2009년을 기점으로 줄곧 100%였다. 내부거래액도 △2009년 9억원 △2010년 12억1800만원 △2011년 14억4400만원 △2012년 22억600만원 순으로 점차 늘었다.

특히 2011~2012년 내부거래액 증가율은 53%였다. 부영그룹 측은 이에 대해 “회사 특성상 내부거래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익은 극히 미미하다”며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부영CNI도 거래전량이 수의계약 또는 제한경쟁입찰로 진행돼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힘을 받게 됐다.

부영그룹의 이 같은 행보에 일부에선 후계승계 얘기를 꺼내기도 한다. “부영그룹이 비판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들 계열사에 내부거래율 100%를 유지하는 것은 후계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것이다. 일명 ‘일감몰아주기’는 주가가치 상승 등 오너일가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준다는 데서 편법승계 방식으로 지탄을 받아왔다.

여기에 신록개발과 부영CNI에 장남 성훈씨의 지분이 많다는 데 기인, “후계승계가 본격화됐다”는 시각도 나왔다. 부영그룹은 이 회장이 고령(74세)인데도 아직 후계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아들들의 성과도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는 부영그룹 관계자가 한 언론에 “부영은 회장님이 다 일을 하시기 때문에 아드님들이 옆에서 도와주셨거나 능력이 있어서 일조를 하셨거나 그런 것은 없다”고 밝힌 부분에서 나타난다. 즉 차기회장에 대한 정보가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얘기다.

지분 상으로 장남인 성훈씨가 우위에 선 듯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경제민주화 논의가 불붙었던 2012년, 성훈씨 지분이 많은 계열사(신록개발·부영CNI)의 내부거래액이 대폭 증가한 것. “재계의 장남승계 법칙에 따라 부영그룹도 본격적으로 장남인 성훈씨를 밀어주려는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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