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도 시장 논리가 적용되는 것인가?

자립형 사립고의 확대 여부에 대하여 결정을 보류하고 있던 교육인적자원부는 2일 한국교육개발원에 위탁해 만든 전국 6개 자립형사립고 시범 운영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말까지 자립형 사립고의 확대 여부에 대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부터 가계에 경제력이 있든지, 아이가 똑똑하든지 하다면 주저하지 않고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것이 요즘 세태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수학경시, 과학경시, 영어 말하기 대회 등 이루 말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과외 활동을 하고 있고, 중학생이면 이미 고3 못지않은 시간을 사교육의 현장에서 보내게 된다. 대학을 들어가는 것은 이미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에 어떤 환경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어느 간판의 대학을 가게 되는 가가 가장 큰 관심사인 것이다. 지난 2002년 고교 평준화를 보완하기 위해 학교에 자율권을 주고 만들어진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 해운대고, 상산고, 민족사관고, 현대청운고 등 6개 학교는 ‘자립형사립고’로서 지금까지 시범 운영되고 있었다. 이들 사립고는 학생 선발 및 교원 임용과 교과 과정 모두에 대한 자율권을 가지고서 학교를 운영할 수 있었으며, 등록금 또한 지역의 전체 학교 평균 등록금 보다 3배까지도 더 받을 수 있는 자율권을 주었었다. 그 동안 학교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교육부의 정책으로 일반 고등학교 역시 학교 시설과 교육의 질이 많이 좋아졌지만, 아무래도 만족도에 있어서는 자립형사립고보다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자립형사립고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등록금은 일반고에 비해 3배가량 높은 수준이지만, 교실 여건이나 수업 기자재 등이 좋고 수준별 교육 등 다양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학교생활의 즐거움’을 묻는 설문에 대해서 자립형 사립고 학생들은 총점 5점 만점을 기준으로 3.5점을 주어 일반고 2.9점, 지역 사립고 3.1점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 다닐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것을 단 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였다고 평가된다. 영재교육, 수준별 교육 등을 실시하며, 수업 기자재와 교실 등 교육 여건이 좋으며 특히 과학이나 외국어 등은 원어민이나 전문가를 교사로 초빙해 가르치는 등 다양한 교과 외 교육 과정이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학부모의 경우 교사들이 개개의 학생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한 설문에 대해 일반 고등학교 3.6점과 지역 사립고 3.4점에 비해 조금 더 높은 3.9점으로 나타나 대체로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일반고 보다는 학교생활에 만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그만큼의 만족도 대비 등록금이 매우 비싼 것이 현실이다. 연간 최저 250만원이 드는 광양제철고부터 최대 1538만원이 드는 민족사관고까지 연간 120여만 원이 드는 일반고에 비해 학교생활의 질이 좋을 수밖에 없어야 하는 당위성을 보였다. 실력만 있다면 누구나 입학은 할 수 있다. 그러나 막대한 교육비용을 감당하기에 서민들의 주머니는 너무 가벼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자립형사립고 학생의 학부모 월 평균 소득은 537만원으로 도시 근로자 월 평균 가계 소득 329만원보다 현격하게 높아 교육의 질과 경제력이 비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립형사립고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 중 월 평균 200만 원 이하의 소득 가정 학생의 비율은 민사고1.2%, 성산고 5.9%, 해운대고 2.3%로 대체로 저소득층 학생들은 거의 재학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지만, 학교 측의 재정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일부 대기업이 설립한 학교법인이 아닌 경우의 자립형 사립고들은 모두 학교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힘든 재정적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 납입금 및 법인전입금 등 교육부의 지정 기준마저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의 명확한 지침이나, 지원 방침이 세워지지 않는 이상 학교와 학생 모두는 서로 더욱 어려워 질 것이고, 가능성 있는 인재지만, 가계가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굳게 닫혀있는 귀족들만의 배움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육부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립형사립고를 추가로 허용하게 될 경우 이르면 2007년 3월부터 서울 등에서도 설립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설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원화된 열린 교육의 장을 마련하려한 취지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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