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오드란트, 생식기능 저하시키는 ‘프탈레이트’ 검출

여름철 여성이 많이 쓰는 데오드란트(deodorant)에서 환경호르몬 지정물질로 생식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5일 여성환경연대에 따르면 지난달 시중에 판매되는 유명회사의 데오드란트 제품 6종(국내기업 3종·외국기업 3종)에 대해 성분분석을 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프탈레이트 1가지 이상이 검출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업체들은 제품 원료에 해당 물질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다만 용기에서 묻어 나올 수는 있다고 해명하고 있어 화장품 업계와 환경연대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정청에서는 이러한 생식독성물질로 알려진 프탈레이트에 대한 기준치 마련 등 저감 및 사용규제를 위한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어, 우리 국민들은 ‘프텔레이트’의 노출에 무방비 상태다. 더욱이 데오드란트는 주로 겨드랑이 부위의 땀 발생을 억제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제품으로서 지속적,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특히 데오드란트가 도포되는 겨드랑이의 경우, 항상 습하고 외부 노출이 많지 않다. 그리고 제품 기능이 땀구멍을 막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바로 흡착되어 성분 흡수률이 높다. 결국 이는 유해물질 흡수 또한 쉽다는 얘기다. 땀냄새를 없애기 위해 사용해 왔던 소비자들은 데오드란트의 프탈레이트의 검출 소식에 충격일 수밖에 없다. ◆데오드란트에서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 검출 여성환경연대는 25일 지난달 시중에 판매되는 유명회사의 데오드란트 제품6종(국산 3종·외제 3종)을 수거, 분석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생식기능을 저하시키는 프탈레이트 성분 1가지 이상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검출된 프탈레이트는 DBP(디부틸 프탈레이트),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 DEP(디에틸 프탈레이트)등 모두 3종이다. DBP와 DEHP는 유럽연합(EU)에서 2005년부터 독성물질로 규정해 화장품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물질. 이번 여성환경연대 조사결과, 2개 제품에서 1종류, 3개의 제품에서 2종류, 1개의 제품에서 3종류의 프텔레이트가 검출되었다. DBP(디부틸 프탈레이트)가 가장 많이 검출된 제품은 ‘에스쁘아 데오도란트 스프레이’(태평양)로 6.98㎎/L가 검출되었고, DEHP(디에틸헥실 프탈레이트)이 가장 높게 나타난 ‘스킨푸드’(하나코스)제품은 34.84㎎/L, 또 DEP(디에틸 프탈레이트)의 경우 ‘레세나 데오도란트 스틱’(유니레버코리아)이 730.34ppm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니베아서울의 ‘니베아 데오드란트 파우더 스프레시 프레시’의 경우, DBP가 2.96㎎/kg 검출되었고 DEHP는 0.34㎎/kg, ‘니베아 데오드란트 프레쉬 스택 포맨’의 DEHP는 1.52㎎/kg로 나타났다. 또한 더페이스샵에서 판매하는 비봉파인의 ‘리프레쉬 데오드란트 플로럴’의 DBP는 5.79㎎/L, DEP는 0.05㎎/L로 각각 검출됐다. 이같이 여성환경연대에 의해 조사된 데오드란트는 국내에서는 화장품이 아닌 의약외품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정청에 제품의 신고 및 허가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식약청의 안정성을 여부를 허가 받아야만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연대의 조사 중 하나코스의 제품은 식약청의 허가 없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경연대는 “지난 2003년 자사제품에 프탈레이트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프리선언’ 했던 ‘유니레버코리아’와 ‘태평양’의 제품에 여전히 프탈레이트가 검출되었다”며 “특히 유니레버코리아의 ‘레세나 안티퍼스피런트 데오드란트 스틱’에서 DEP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고 소비자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 프탈레이트 ‘여성 자궁 손상과 생식력 저하’ 이러한 프탈레이트는 주로 PVC를 유연하게 만드는 가소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장난감, 의류, 바닥제, 벽지, 의료용품을 만들기 위한 기본적 구성요소이다. 화장품에 사용될 경우, 프탈레이트는 다른 구성요소들과 잘 섞이고 용해되는 것을 촉진시켜 화장품의 유연성을 더해 주며, 향수의 용매나 구성물질 고정제, 화장품의 광택제 등 화장품에 함유된 알코올의 불쾌한 향이 나지 않도록 변성시킨다. 프탈레이트의 유해성에 대해 환경연대 측은 “프탈레이트는 인체의 호르몬 작용을 방해하거나 혼란시키는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의심받고 있다”며 “이미 2005년부터 유럽연합(EU)에서는 프탈레이트 중독성이 강한 것으로 밝혀진 DEHP, DBP 2종에 대해 화장품에 사용금지 조치를 취한 바 있다”고 국내의 프탈레이트 검출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러한 프탈레이트는 여성 자궁 손상과 생식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고, 남성의 정자 DNA 가 손상되고 정액의 질이 저하 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환경연대측은 설명한다. 또 태아사망, 신생아 기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DEHP, DBP이 두성분은 생식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그룹(유독한 중금속 카드듐 등의 성분이 함께 포함) ‘category 2'에 해당된다. 지난 2000년 미국 환경보호청은 DEHP를 다이옥신과 동급의 독성물질로 인정, 동물실험 결과 발암물질이 확신하나, 인체실험결과가 없는 ’유력한 발암물질‘인 B2그룹으로 규정했었다. 또 DEP에 유해성과 관련, 환경연대는 화장품과 플라스틱을 통해 DEP에 노출된 성인 남자들의 정액에서 DNA가 손상된 정자를 발견했다는 하버드대의 2002년 연구결과가 보여주듯 환경호르몬 물질로 생식독성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뜩이나 화장품은 매일 사용하고, 얼굴, 머리, 손 등 인체에 직접 투여하여 활동시간에 항상 인체에 붙어 있다는 점, 여러 제품을 동시 에 사용한다는 사용특징 때문에 화장품 프탈레이트의 위해성은 더욱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즉, 유독물질을 몸에 계속 지니고 다니는 셈으로 노출이 거의 상시적일 수 있다. 특히 프탈레이트가 검출된 데오드란트는 일반화장품에 비해 인체위해 가능성이 높다. 데오드란트를 사용하는 부위는 주로 겨드랑이. 겨드랑이 부위는 다른 부위에 비해 항상 습하고, 모근이 다른 부위와 굵다는 것 또 모른 주위의 발달한 땀샘으로 프탈레이트에 노출이 크다. 게다가 겨드랑이는 다른 부위와 밀착되어 다른 화장품에 비해 외부의 영향으로 제거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유해성분의 흡수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화장품 업계, “제조 과정에서 불순물이 들어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환경단체의 주장에 대해 해당 업체들은 문제의 물질이 들어있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 주장에 대해 해당업체들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또 대한화장품협회 제조규정을 준수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정식 허가를 받아 만든 제품에서 문제의 물질이 검출됐을리 없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비봉파인 제품을 판매하는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제조사와 함께 프탈레이트 검출 여부를 자체 조사하고 있다”며 “이와 동시에 여성환경연대가 성분실험을 진행한 동일기관에 ‘리프레쉬 데오드란트’에 대한 재검사를 추가로 의뢰해 결과가 나오는 대로 대응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페이스샵은 또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입장에 따르면 프탈레이트 성분인 DBP, DEHP, DEP, BBP 가운데 동물실험에서 수컷의 정소 위축, 정자수 감소 유발 등을 유발하는 DEHP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드물다”며 “또 DBP 성분은 인체 위해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정 바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프탈레이트가 검출된 데오드란트 제품으로 DEP수치가 가장 높에 나타난 ‘레세나 안티퍼스피런트 데오드란트 스틱’에 대해 유니레버코리아 관계자는 “DEP를 일부 향원료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DEP는 세계적인 독성연구기관인 FDA,EPA,SCCNEP 뿐 아니라 유럽, 북미, 일본등 연구기관에서 조사 결과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환경연대의 주장과는 반대로 DEP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프탈레이트 프리’ 선언과 관련, “지난 2003년부터 DEHP, DBP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환경연대의 DEHP, DBP 검출에 대해선 “피할 수 없는 소량이 제품의 용기나 불순물에 의해 검출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검출된 DEHP, DBP의 양은 극히 소량으로 인체에 안전하다”며 “아직까지 프탈레이트에 대한 식약청의 기준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태평양 관계자도 "프탈레이트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용기에 담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들어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사하고 있지만 문제가 될 만큼의 함량은 결코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태평양 관계자는 “자사를 포함한 전세계 화장품 제조업계에서는 프탈레이트류의 사용을 중지하고 있으며 원료로 사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용기에 담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들어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사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될 만큼의 함량은 아니라”라고해명했다. 그러나 태평양은 최근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 함유설로 문제가 된 ‘에스쁘아 데오드란트 스프레이’를 전량 회수하기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태평양 관계자는 "데오드란트 제품에 프탈레이트 성분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일부 소비자들이 불안해하고 있어 본사 차원에서 원인 조사에 착수한 상태"라며 "이를 위해 제품에 대한 리콜을 실시한다"는 설명이다. 관계자들 대부분 공통된 답변은 ‘공기 중이나 플라스틱 용기 등 다른 경로를 통해 프탈레이트가 유입될 수 있다’는 해명이다. 이에 따라 해당기업들은 프탈레이트의 유입경로를 확인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소비자의 불안을 해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 이러한 프탈레이트에 대한 식약청의 조사와 대처는 아직 미흡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프탈레이트의 안전성 파악을 위해 현재 유럽연합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프탈레이트 사용 현황과 규제 상황을 검토하고 있다”며 "DBP와 DEHP의 경우 유럽연합에서는 사용금지이지만, 미국·일본에서는 이런 사용 규제가 없고, DEHP는 세계보건기구에서 2000년 2월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하향조정하기도 했다”고 환경연대의 프탈레이트 위기의식을 일축했다. 그러나 식약청 의약외품 한 관계자는 “데오드란트의 유효성분 즉 주성분의 검사만 이뤄지고 있다”며 제품 유해성검사에 대해서는 “납시험, 비소시험 검사만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해성 논란이 제기돼 온 데오드란트의 프탈레이트에 대해 식약청은 현재까지도 검사 및 아무런 대응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식약청의 프탈레이트에 대한 사용규제 및 기준치도 없는 식약청의 미흡한 대처 때문에 해당기업들은 ‘프탈레이트’ 성분표시에도 제약을 받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환경연대측은 “화장품에 어떠한 물질인 포함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화장품의 전성분표기 제도가 시행되어야 한다” 며 “이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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