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겹고도 처절한 동물군단의 DMZ 사수작전, 그 속에 담긴 생명사상>

-불과 50여년 전의, 참혹함과 비명소리의 잔재가 남아있는 이 곳에 대해 남북은 2000년 7월 제1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55년 간의 막한 상황을 종식, 경의선 철도의 끊어진 구간을 연결하기로 합의하고, 올해 6월 14일 남북 군사분계선(MDL)에서 경의.동해선 철도 연결식을 가진 바 있다. 평온하던 DMZ에 경의선 철도가 건설되어 숲이 훼손될 위기에 놓이자 동물들은 무분별한 개발이 동반될 관광사업으로 이곳이 또 하나의 전쟁터로 전락되고 말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느낀다. 이에 50년 전 한국전쟁으로 묻혀진 남북한병사들을 깨워내 대항하자는 묘안을 짜낸다. 비무장지대 영구 안전지대화 프로젝트인 셈이다. 이렇게 DMZ 사수작전에 무녀와 부생군(復生軍)이 동원된다. 쓸개를 바치는 헌신적인 곰 외 온갖 동물들은 삼신할미께 드릴 제물을 공수해오고 지하 개미군단은 지하철 유치를 위해 터널을 뚫고, 지상 말벌군단까지 가세하여 황사를 뿌리는 등 지뢰제거 방해작전을 펼쳐간다.- 한국전쟁과 숱한 죽음들의 애절함이 묻혀있는 자연이 키워놓은 DMZ, 개발 앞에 훼손되는 이 공간에 대해 소박하고도 간절한 동물들의 경종을 우화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처절한 땅 DMZ 그리고 소망 일반인들에겐 일종의 신비감에 싸여 멀게만 느껴지는 DMZ(비무장 지대)에 한때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인기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적이 있었다. 2003 여름, 아동들에게 비무장 지대를 지켜야한다고 동물들이 호소하는 공연이 등장했다. 연극 `태'로 잘 알려진 연출가 오태석씨가 이끄는 극단 목화의 가족극으로 지난 2002년 공연되어 호평을 받은 바 있는 `내 사랑 DMZ'가 바로 그것이다. 올해의 공연에서는 숭실대 문창과 교수 장원재씨가 무대예술감독을 담당하고 서양인 마이클번스 씨가 사마귀로 열연한다. 만화적인 멜로디와 재기 발랄한 소품이 여기저기 불쑥불쑥 튀어나오며 한편의 동화같은 각양각색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본 연극은 기존의 부조리성격이 강한 오태석식 연극기법과 죽음에 대한 한 민족 특유의 깊이있는 대사, 한국적 해학이 배여있는 유머로 하여 결코 아동극에 머무르지 않는 가족극의 모습을 지니고있다. 비무장지대 DMZ의 참주인은 서로 다투고 환경파괴만 일삼는 탐욕스런 인간들이 아니라 이념을 뛰어넘어 터를 잡고 살아가는 동물들이다. 본 작품은 이러한 관점에서 훼손되는 터전을 사수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펼치는 염소, 들개, 나귀, 노루, 여우, 원앙 등 설화 민화에 등장하는 정감 넘치는 동물들이 대거 출연하여, 경종의 목소리를 유쾌하고 아기자기한 재미로 풀어낸다. 살아있는 것들, 죽은 것들 모두 이 곳을 지킨다. 커다란 머리의 황소, 장가가는 조랑말, 황금개구리, 개미핥기 등등 수많은 동물들의 캐릭터를 살려낸 의상소품과 특유의 동선이 매우 인상적이다. 구성진 대화와 순우리말을 바탕으로 한 4,4, 4,3조의 맛깔스럽고 정감있는 전래동요조 노래들은 공연 내내 귀를 즐겁게 한다. 원조군으로 투입되어, 화해된 모습으로 DMZ를 사수하는 남북한 병사- 復生軍의 존재는 '이념싸움보다 자연의 순수성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한 가치' 임을 암시한다. 이들 무명용사가 잃어버렸던 이름 석자를 되찾아 돌아간다는 설정은 이름 없이 죽어간 젊은 넋들에의 추모가 담긴 것으로, 할아버지 노장연출가가 아이들에게 민족과 역사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들려주는 것이다. 부생군과 무녀를 동원한 동물들의 작전과 삼신할미 노여워하시기 전에 정이 들어버린 부생군을 돌려보내야 한다는 갈등과 시화호에서 피난 온 병든 게와 오리들의 비극이 해피엔딩으로 정리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관객들은 자신들에게 남겨진 숙제인 비극적 분단현실과 환경문제를 어떠한 미래로 그려가야 할 것인가 지지하게 숙고해보게 될 사랑스럽고 따스한 작품이다. 단 한가지, 환경 지키기에 초점이 맞춰져 군인들의 지뢰제거 외 철도연결공사의 남북화해 공헌가치와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축소되었다는 점과 (남북 통일의 관점에서는 DMZ는 궁극적으론 존재 필요성이 소멸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부생군을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거머리를 동원해 다시 잠들게 해야한다는 장면은 나이어린 아이들에겐 혼란의 소지도 없지 않겠다는 아주 사소한 염려가 팬 입장의 사족으로 붙는다. <정> 극단 목화 <내 사랑 DMZ> ●일시: 2003. 7. 12∼8.31 ●장소: 대학로 폴리미디어 씨어터 ●주최: 극단 木花레파타리컴퍼니 ●문의: 극단목화 tel 02-745-39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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