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DMZ 구출작전!>

<목화밭 DMZ 행복한 들개와의 데이트> "인간들이 생명하나만 빼고 다른 모든 것을 차지하려고 애쓰는 동안, 짐승들은 다른 건 다 어찌되어도 좋으니 생명을 지키려고 애쓴다." 지난 7월 12일 시작되어 오는 8월 말까지 한달 반 동안 대학로 폴리미디어시티에서 공연되는 오태석 연출의 가족극 <내 사랑 DMZ>. 2002년 제14차 ASSITEJ 공연예술축제 공식참가작으로 호평 받고 같은 해 일본/동경 아고라극장에 초청공연된 바 있는 본 공연이 2003년 다시 문예진흥원 창작공연활성화 지원작으로 돌아왔다. 우리나라 극작 및 연출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오태석 작가의 <내 사랑 DMZ> 공연 중 뛰어난 연기력으로 단연 눈에 띄는 극단목화의 신세대연기자 이병선 씨를 만나보았다. Q : 목화와의 첫 인연, 배우가 본 연출가 오태석님은 ? 고전적인 연극스타일과는 전혀 색다른 연극을 만드는 오태석 님은 '국적 찾기' 작업을 고집스럽게 지켜온 세계연극계 내에서 특유의 해학성이 빛나는 타고난 연출가이시라고 표현하고싶다. Q : 공연 중의 에피소드 설치류의 흥흥거리고 긁적이고 귀를 찰랑대는 동선을 익히는 등의 집 근처 개들을 관찰, 귀를 쫑긋거리는 동작, 핥고 긁적이는 행동에의 연습이 몸에 배여 일상적인 동작도 가끔 개의 동작처럼 나오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 등은 웃지 못할 에피소드다. 기어다니는 네발짐승으로 존재한 연습기간 내내 온몸엔 멍이 들어있었다. 이제는 동료배우들끼리 서로간 천상 그 동물로 보여져 동물이름으로 호칭하곤 한다. Q : 목화의 연극은 흔히 전통성과 사회 고발성격이 짙다고들 평가되는데 ? <춘풍의 처>, <부자유친>, <자전거>, <태>,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백마강 달밤에>등 한국연극역사의 커다란 획을 그은 공연들을 선보여온 극단 목화는 한국의 색깔과 말, 그리고 정체성을 가장 뚜렷하게 표현해 온 극단으로 평가받는다. 목화의 연출가 오태석님은 젊은이들이 더 나아질 수 있는 연극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계신 것 같다. 선생님은 안중근, 윤봉길 의사의 말씀과 우리나라에 어느새 여우가 없어져 버렸다는 식의 말씀을 자주 되뇌시곤 한다. 선생님의 어린 시절 6,25 체험과 부모님의 납북, 청년시절의 격변의 현대사 등의 개인사와 역사의식이 합해져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된 것이 전통성과 사회고발이 아닐까싶다. 본 연극도 할머님이 손자를 안고 잊혀지지 않아야 하는 옛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취지와 비슷하여 쓰여진 노래들도 민요적인 구전가요, 혹은 자장가적인 컨셉으로 꾸며졌다. 우리 극단 목화에게서 한국적인 몸짓은 기본이다. 전통성과 사회고발이라는 측면은 연극은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는 즉, 연극은 곧 교육이라는 오선생님의 연극철학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결과라고 본다. 이제 역사회고는 접어두고 현재를 이야기하자는 극단 목화의 노선전환의 시발점에서 가장 먼저 마지막 사수해야 할 순수성으로 이해되는 DMZ의 오염 위기 현실이 포착되신 것 같다. DMZ는 어찌 보면 극 중 대사와 같이 '현대판 갈라파고스섬'이랄 수 있는 세상에 없는 천연자연지대다. Q : 환경과 분단이라는 주제를 동물들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는데 어떤 상징성이 있나요? 우리는 경의선 철도 개통소식에 매우 기뻐하고 있는데 '그 곳 동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뒤집어 생각해보는 선생님 특유의 상상력의 산물이다. DMZ 상황을 인간의 입으로 얘기하게되면 필연적으로 정치색을 띄게되고 아직 그곳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인간의 오만이 될 것이다. 인간보다 더 현명하고, 그 곳의 주인이기도 한 순수한 동물들의 입을 빌은 우화적 접근이 아이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접근법이지 않을까? Q : <내 사랑 DMZ>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나요? 또 극 중 復生軍의 의미는? 이름 없이 죽어간 復生軍이 동물을 도와 DMZ를 살리는데 사명을 다하는 이유는 그들이 DMZ와 같은 순수성을 상징하고있기 때문이며, 이름을 찾아 돌아간다는 모티브는 그들의 존재와 죽음을 잊지 않고 상기해야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이 연극에서 무명용사의 이름을 찾기 모티브는 매우 중요하다. 이 극이 표면적으로는 환경문제만을 내세우는 듯 보이나 무명용사가 휴전선 너머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 비무장 지대에 많은 젊은이들이 묻혀있음을 상기시키는 것에서 분단의 아픈 현실에의 고발을 밑에 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어찌 보면 잔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거머리를 이용하여 부생군을 재귀천시키는 것은 필요 불가결한 장치였음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Q : 내 사랑 DMZ 관객들에게.... 시화호의 비극과 대비시켜 마지막 남은 자연의 보고 DMZ를 사수해야 한다는 동물들의 호소를 간접체험케하여 우리 현실을 인식시켜주는 것이 만화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본 공연의 의의라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스펙타클한 수많은 동물 출연진의 흥겨운 난장을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접하기 힘든 놀라운 기회이실 것이다. 공연시간을 앞두고 다시 연습실로 향하는 이병선 씨. 그의 모습에서 자신의 연극인생에 대한 깊은 열정이 느껴졌다. 정순영 기자 jsy@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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