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정치·사회 보도기능 제대로 해야

MB정권 당시 방송3사는 파업을 통해 공정방송을 주장했다. 그들은 방송이 편파·왜곡 보도로 얼룩져 있다며 국민에게 호소했다. 새정부가 들어서고 여전히 지상파 방송은 정치·시사 등  사회적 현안에 관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상파 방송의 정치 풍자 프로그램이 후퇴한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종합편성방송이나 케이블 방송 등이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으나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은 상태. 정치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을 담았다.

▲ 사진제공 : JTBC

지상파 방송, 뉴스·시사 기능 역할 못해
케이블 방송, ‘정치’소재 ‘예능’프로 인기
tvN 정치 시사프로그램 CJ 수사로 후퇴

지상파에서 정치풍자와 정치·시사 프로그램이 자취를 감춘 가운데 종합편성방송이나 케이블 방송의 이른바 ‘정치예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정치 세태를 비판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KBS <개그콘서트>가 그나마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개그콘서트>는 정치와 사회 현안에 대해 직설을 날리던 ‘용감한 녀석들’이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을 풍자한 ‘오성과 한음’ 등 정치 풍자 코미디를 다뤘지만 최근 들어 정치 소재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지상파에서 시사프로그램과 정치풍자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방송국의 경직된 태도 또한 한몫을 했다.

MBC는 지난 4월 김재철 전 사장과 여당 정치인을 풍자하는 내용을 방송한 피디들에게 징계를 내린 바 있다. 김 전 사장의 해임을 풍자하는 내용을 내보낸 라디오 프로그램인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의 피디에게 ‘취업규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정직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 이 피디는 해당 방송이 나간 뒤 편성기획부로 발령이 났다. 또한 같은 방송사 김현종 교양제작국장은 ‘컬투의 베란다쇼’ 담당PD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으며 경위서를 요구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해 방송 파업으로 MBC에서 해직돼 최근 조세 피난처 보도로 잘 알려진 현재 ‘뉴스타파’ 최승호 PD는 “방송사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경영진이나 간부들은 특정한 정치집단이나 기득권을 가진 세력의 이익이 침해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설사 잘못된 것이라 해도 문제를 제기하면 안 되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최 PD의 이 발언은 20일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가 개최한 ‘방송의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 보장에 관한 공청회’에서 나왔다. 최 PD는 “만약 MBC에 있었다면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보도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방송의 보도·제작 자율성이 무시되고, 경영진이나 간부들에 의해 중요한 결정들이 이뤄지는 시스템이 공고해졌다”고 주장했다.

최 피디의 지적은 지상파 방송이 지나치게 경직되고 편향된 방송태도로 제작 담당자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으로 풀이된다.
지상파 방송에서 정치시사프로그램과 정치풍자가 사라지고 있는 풍조는 방송환경과 관련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상파 방송이 정치나 사회 현안에 대해 제대로 된 깊이있는 보도기능을 못하는 사이 종편과 케이블은 정치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지상파 방송의 예능이 ‘풍자’하는 방식으로 정치를 다루고 있다면 케이블의 ‘정치예능’ 프로그램은 조금 더 자극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정치를 다루고 있다.

케이블 방송 정치예능 인기

최근 진행된 JTBC ‘썰전-독한 혀들의 전쟁’(이하 ‘썰전’)에서는 ‘전두환 前대통령의 버티기 인생 25년! 그 결말은?’이라는 주제를 다뤘다.
이 방송 MC 이철희는 “전두환의 집에 아직도 선물이 들어온다더라. 그러니 선물이 택배로 오면 그 자리에서 가로채 환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김구라는 “강남 술집에 외상값을 받아주는 대신 50% 커미션을 챙기는 ‘오작두’라는 사람이 있다”라며 “이렇게 하면 국민들이 많이 참여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이철희는 “그 사람을 검찰 특채로 쓰면 되겠다”며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tvN <쿨까당>은 ‘쿨하게 까는 하이브리드 정당’을 표방하며 사회적 의제를 내세워  국회 법안 상정까지 추진하는 ‘정당 리얼리티쇼’ 형식으로 방송을 진행한다.
이를 위해 3인의 MC에게는 실제 정당의 당직자와 같은 역할을 부여했다. 곽승준 교수에겐 ‘쿨까당 당수’, 탁월한 공감 능력과 소통 능력을 보유한 남궁연 씨에겐 ‘쿨까당 소통위원장’, 이영아 씨에겐 ‘쿨까당 대변인’의 역할이 그것이다.

▲ tvN ‘위켄드업데이트’ 캡처

또한 최일구 전 MBC 앵커의 입담이 돋보이는 tvN <SNL 코리아>의 ‘위켄드 업데이트’는 한 주간 화제의 뉴스를 다루며 정치, 사회 등의 현안에 돌직구를 날리며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진행자 최 씨가 망언을 한 일본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에 대해 “너만 쓰레기 맞습니다”라고 비판해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했다.

정치를 소재로 한 방송이 인기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케이블채널 tvN의 정치풍자 프로그램 <SNL 코리아> 등에 대한 규제 방침을 시사했다.
이 위원장이 규제방침을 내세운 이유는 tvN <SNL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와 같은 정치 풍자 예능 프로그램도 유사보도라는 것. 이 위원장은 이러한 방송이 사회와 여론에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는 정치와 선거에 영향을 주는 내용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코미디가 정치를 소재로 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며 “이 위원장은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하고 방송장악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케이블 방송의 정치소재 프로그램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외부적 요인만은 아니다.

tvN 정치 풍자, 정권 눈치보나?

tvN은 당초 MBC 앵커 출신 최일구를 영입해 토론 프로그램인 <끝장토론>을 내보낼 예정이었으나 편성되지 않고 있다. 또 시사 풍자를 표방하며 인기를 끌었던 <SNL 코리아4>의 ‘글로벌 텔레토비’ 코너도 불방을 거듭하고 있다.
 

이처럼 tvN의 시사관련 프로그램이 약화된 이유를 두고 ‘정권 눈치보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는  tvN을 운영하는 CJ E&M의 모그룹 CJ를 향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일어난 변화라서 ‘자체 검열’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심지어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을 홍보하는 광고를 무료로 편성하자 이러한 지적은 더욱 힘을 얻었다.

제작진은 소재의 빈곤과 국민의 정치에 관한 무관심을 이유로 들며 의혹을 진화하려 했지만 정황상 객관적 이유를 찾기가 힘든 상태다. 그동안 CJ E&M 채널들이 다양한 시사풍자 등으로 시청자들의 관심과 인기를 누려왔다는 점에서 갑작스런 변화는 오해를 여지가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예능 프로그램이 정치를 일상으로 가져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정치를 희화화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의 주장은 정치 등 시사문제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보도기능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이 예능에 치우친 정치 소재 프로그램을 통해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상파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이 제자리를 찾을 때 이러한 방송도 흥미를 넘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지상파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에서 진지한 저널리즘과 토론이 선행될 때 이런 프로그램도 의미가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돼 정치예능의 인기는 공영방송들의 역할을 촉구하는 울림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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