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 ‘북한 비핵화’ 공조…선행조치 보여라

▲ 사진제공 : 청와대

 

, “비핵화 선행조치 우선사실상 거부
·미회담, 중국 관계복원 위한 제스처
, 중국 압박수위에 명분용으로 대화제의
, 6자회담 등 대화국면 중재가능성도
 
북한이 비핵화라는 카드까지 꺼내며 미국에 대해 고위급회담을 제의했으나 미국 정부가 비핵화를 위한 선행조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나타내며 사실상 북한의 제의를 거부했다. 오히려 미국은 한국 등 주변국들과의 대북정책 공조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어, 북미대화 재개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북핵위기 이후 대화 시도 등으로 출구전략을 찾으려는 북한이 어떠한 행보를 가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거부가 당연한 가운데 대화를 제의한 것은 사실상 중국에 대한 북한의 유화분위기 조성을 위한 제스처가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북한이 최근 한반도 비핵화와 대화를 강조하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압박해온 중국을 의식해 남북회담과 북미회담 등으로 중국의 부정적인 시각에서 탈피해 보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올해 2월 제3차 핵실험 등으로 인해 북한과 중국의 분위기는 과거에 비해 상당한 간극이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집권 이후 핵문제가 현실화되며 중국은 과거 북한중심의 정치경제적 다양한 지원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천명하는 등 북한을 강하게 압박해왔다. 이 같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실험 이후에도 개성공단 사태 등 한반도 갈등을 증폭시키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로 파견된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며 북한의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이 6자회담, 4, 양자 등 모든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고, 대남, 대미 대화 제의의 시점도 최 총정치국장의 방중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대화와 관련한 입장을 북한에 강하게 전달하는 등 압박수위가 높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 입장에서는 실제 대화가 성사가 안돼도 대남, 대미 회담을 제의했으나 모두 거부당했다며 명분을 쌓아 중국과 관계복원을 도모하는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시각에서는 중국이 한미와 북한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통해 한반도 상황을 좌지우지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3국의 압박이 강해져 북한의 고립이 극대화되면 제4차 핵실험 등 한반도 긴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예상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꾸준히 강조하며 한반도 국면을 대화로 이끌며 중재자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탕자쉬안 전 중국 국무위원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면담하며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가장 우선시 하고 있다북한의 태도 변화를 활용해야 하고, 대화를 개시해 진전을 이뤄야 한다고 말한 속내는 이러한 중국의 의도를 내비치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3북한 비핵화공조
류길재 북미대화 가능성 없다
 
 
북한의 북미 고위급 회담 제의는 역설적으로 한··3각 공조가 더욱 확고해지는 모습이다. 우선 한미 정상은 전화통화를 통해 한미간의 대북 정책 공조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7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북한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북한이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제의한 지 하루 만에 한미 정상간의 전화통화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통화에서 미중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 “북한의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중국 측에 적극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시진핑 주석도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강조했다고 말했다고 전해 한반도 비핵화에 미중 정상의 한목소리를 전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단순히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게 되면 그 사이에 북한이 핵무기를 더 고도화하는 시간만 벌어줄 뿐이라며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입장에 양국이 함께 있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대화에 앞서 북한의 진정성이 먼저 확인돼야 한다고 미국과 공통의 뜻을 밝혔다.
이날 통화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차 북아일랜드로 향하던 오바마 대통령이 전용기인 에어포스원기내에서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한미간의 강력한 협력체제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관련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북미고위급회담 제안에 대해 대북정책과 관련해 한·미간에 긴밀하게 논의를 주고받고 있다북미대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속에서 북한은 중국과의 대화 추진에 다시 나서 북미 대화가 열릴 수 있도록 중국 측에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중국이 오는 27일 한중정상회담에서 남북대화를 재차 강조할 가능성이 높아 북한이 남북대화에 다시 나설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이에 대해 북한이 대화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지난해 파기된 2·29 합의사항뿐 아니라 그 외에 국제사회가 이해할 조치를 선행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상황이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북미회담 제의는 이미 예견된 북측의 전형적인 전술이라며 진정한 비핵화 의지가 의문시되는 평화공세적 성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측은 최근 대북제재 완화, 주요국 간 대북 공조 체제 이완을 위한 전술적 국면 전환을 기도하고 있다며 일본 이지마 이사오 내각관방의 방북, 최용해 특사 방중, 남북 당국회담 제의 등을 예로 들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도 사실상 북미 회담이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 장관은 한 방송에 출연해 지난번 남북 회담도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북미 대화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현 단계에서 미국이 회담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어떤 조건을 전달하고 북한이 이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핵 비확산 등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이 있다면 북미 간에 고위급 회담도 가능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있어야
반기문 북미대화도 비핵화 초점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북미대화와 관련, 정례브리핑에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결정하는 진정성있고 신뢰할 수 있는 협상에 북한이 참가해야 한다수십번, 수백번이나 있었고, 과거와 다르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혀 거부입장을 나타냈다.
 
이는 북한의 북미고위급 회담 제의에서 선() 비핵화 조치에 대한 언급이 없는 등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실행 의지를 보이지 않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을 강력하게 밝힌 대목이다.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은 사실상 북한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 동시에 먼저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대화제의 다음날 박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며 기존의 입장을 더욱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화를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에 신뢰할만한 조치가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미국의 입장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진행하는 등 미국의 북한에 대한 불신은 극도에 이르러 양측 간 대화의 가능성은 오랜 냉각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과 북한간의 어떠한 대화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17(현지시간) 북한이 지난 16일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전격 제안한 데 대해 이 같은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 총장은 또한 남북한 간의 대화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보장하는 열쇠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반 총장은 지난 4월에는 북한의 핵실험을 비롯한 위협과 도발 행위는 은둔적인 공산주의 국가가 결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합의를 강화시킬 뿐이라고 밝혀왔다.
 
한편 북한은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지 5일만에 북미고위급회담을 제의했다.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16일 중대담화를 통해 조선반도(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미국 본토를 포함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는 데 진실로 관심이 있다면 조()미 당국 사이에 고위급 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국방위 대변인은 또 조미 당국 사이의 고위급 회담에서는 군사적 긴장상태의 완화 문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문제, 미국이 내놓은 핵 없는 세계 건설문제를 포함해 쌍방이 원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폭 넓고 진지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회담 장소와 시일은 미국이 편리한대로 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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