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여야 합의하면 특별검사도 좋고 검찰도 좋다"

노무현 대통령 대선자금 특별 기자회견 이회창 전 대선후보 정계복귀설에 '찬물' 노무현 대통령은 21일 최근 굿모닝게이트로 비화된 대선자금 논란과 관련 '16대 대선자금을 있는 그대로 소상히 밝히고 철저하게 검증을 받자"고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낡은 정치의 악순환을 끊고 정치개혁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고자 한다"며 "정치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대선자금 공개 범위에 대해 "선관위에 신고된 법정선거자금만이 아니라 각 당의 대선 후보가 공식 확정된 시점 이후, 사실상 대선에 쓰여진 정치자금과 정당의 활동자금 모두를 포함해야 한다"고 대선자금 전모를 공개할 것'을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지출뿐만 아니라 수익금 내역도 공개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를 공개했을 때 경제계가 정치자금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고 말해 국제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그는 이어 "재계가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수사는 하되 자금을 제공한 기업이나 기업인은 철저히 비공개로 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노 대통령은 "공개만으로 그쳐서도 안된나"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절차를 통해 철저하게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뒤 "여야가 합의한다면 특별검사도 좋고 검찰도 좋다"며 "다만 수사권이 있는 기관에서 조사하는 것이 진실 여부를 밝히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선자금 공개는 여야가 함께 하지 않으면 공개한 쪽만 매도되고 정치개혁에 아무런 실효를 거둘 수 없다"며 "어느 일방의 공개가 다른 일방의 공개로 이어질 만큼 우리 정치권의 신뢰가 높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이 노 대통령의 여야 대선자금 공개 주장은 지난 15일 문희상 비서실장을 통해 '대선자금의 고해성사 및 검증'을 제의한 뒤 엿새만이다. 노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서 대선자금 공개를 거듭 제안한 것은 야당의 거부로 당시 제안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물귀신 작전' 시비에 휘말리는 등 논란만 가중시켰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희망돼지' 모금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참여정부 정통성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도덕성에 결정적 흠집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판단도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그간 청와대 주변에선 집권 중·후반기를 좌우할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이번 대선자금 논란을 정치개혁 추진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또 노 대통령의 특별회견을 계기로 대선자금에 대한 공개여론을 모아 국민과 시민단체의 지원을 받고자하는 의도적인 부분도 엿보인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이에 선뜻 응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지배적이다. 실제 한나라당은 이날 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물귀신 작전'이라고 역공을 취하며 여당의 '선공개'를 주장했다. 박 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략적인 책임전가"라면서 "노 대통령과 민주당이야말로 '굿모닝 게이트'로 드러난 불법 모금이라는 범죄행위에 대해 성역 없는 검찰수사를 통해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영세서민들이 피땀흘려 한푼 두푼 모은 돈을 불법적인 대선자금으로 사용한 자금내역을 공개하라는 것인데, '공개한 쪽만 매도된다'는 주장은 진실을 은폐하겠다는 궤변"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노 대통령의 불법모금 비리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진상 규명이며, 핵심수혜자인 노 대통령의 진실한 고백과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자민련 유운영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결국 여야가 담합해 공개하지 않겠다는 발상으로 고소를 금할 수 없다"며 "여야는 더 이상 정치적 담합과 정치공세적 물귀신 작전을 중지하고 즉각 대선자금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즉각 조건 없이 대선자금을 공개해야 마땅하고, 한나라당 역시 민주당에 대한 선공개라는 정치공세적 물귀신작전을 중지하고 조건 없이 지난 대선자금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원론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의원별로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특히 민주당의 선공개 등 공개방식과 대선자금 검증 방식으로서 검찰·특검 수사 여부에 대해 찬반 양론이 갈렸다. 조순형 의원은 "조건부 공개 제안 등 미봉책으로 대처한다면 우리당은 물론 대선자금의 직접 수혜자인 노 대통령과 정권의 도덕성 실추를 가져와 국정수행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면서 "잘못이 있다면 사과하고 우리 모두 그에 따르는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것"이라며 민주당의 '조건없는 즉각 공개'를 주장했다. 김상현 의원도 "한나라당이 공개를 하든 않든, 우리가 먼저 공개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게 정도의 정치"라며 선공개를 주장했다. 하지만 정대철 대표가 주재한 확대간부회의에서는 '대선자금을 검찰이나 특검을 통해 수사하자'는 데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이번 대선자금 파문이 검찰의 '굿모닝 시티' 사건에 대한 수사로 인해 촉발됐고 정 대표에 대한 수사로 이어지고 있는 것에서 보듯 대선자금 수사 결과에 따른 피해가 자신들에게 직접 돌아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운태 의원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향해 온 국민이 지혜와 열정을 모아야 할 때인데 자꾸 과거문제에 집착하는 듯한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 안타깝다"면서 "대선자금을 투명하게 밝히자는 대통령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어디까지 어떤 방법으로 밝히느냐는 등의 시비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신주류 핵심인 천정배 의원도 대선자금 공개에 대해선 "원론적으로 올바른 얘기"라면서도 "양당이 대선자금을 고백하고 불법자금이 있었다면 수사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겠지만 수사를 위해선 범죄단서가 될 만한 구체적인 정황이 있어야 하므로 당장 검찰수사를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함승희 의원도 "특검이나 검찰이 개입한다는 것은 범죄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대선자금 총액뿐 아니라 돈의 성격을 밝히는 과정에서 기업체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며 "만약 총체적 규모만 확인하자는 것이면 공인회계사의 검증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이 각 당의 대선 후보가 공식 확인된 시점 이후 자금 부분에 대해 공개하자는 부분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 후에 치러진 6월 13일 지방선거 당시 사용한 정치자금 부분은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가 문제로 남기 때문이다. 결국 노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내년 총선 이후 강력한 정치개혁 추진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정면 승부수'로 볼 수 있으며, 야당도 명분 있는 대선자금 공개를 마냥 거부만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대선자금 공개 논의는 어떤 형태로든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한편 정계복귀설이 나도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인 이회창 씨의 정치적 입지가 달라질 수 있는 모멘텀이 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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