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삼,“01X 전화기 도청되는 것은 국정원내 상식”

“이회창 감사원장 시절, 권영해 율곡비리 파악했었다” 옛 안기부(현 국정원)의 불법도청사건, 이른바 X파일과 관련, 도청팀인 ‘미림’의 실체를 최초 폭로한 전 국정원 대공정책실장 보좌관 김기삼씨. 그는 특히 DJ정부 시절 무기도입비리를 비롯해 비자금과 관련된 여러 사항들을 폭로했고, 최근에는 국정원 내부 실정이나 비화에 대해서도 수차례 공개하는 등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 중이다. 그간 이동전화(휴대폰)의 도.감청이 불가능하다고 밝혀왔던 정보통신부가 지난 16일 ‘제한적’이라는 전제하에 이동전화에 대한 도, 감청이 가능하다고 실토했다. 이런 가운데 김기삼씨는 “01X 이동전화기가 도청된다는 것은 오래전 부터 국정원내에서는 상식”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한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국정원 직원들은 01X에 가입하기를 꺼려해 왔다”며 최근 이 같이 밝혔다. 김씨는 또 “퇴사하기 전인 지난 1999년도에 기조실에 근무하는 친구로부터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무선전화 감청장비를 구입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씨는 국정원에서 행해진 도. 감청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불법으로 도청이 이뤄진다고 강조하며, 그 분야에 있어서는 제한이 없다고 전했다. 김씨는 “주로 정치적인 내용이 많지만 사회 전반의 모든 영역에 걸쳐 도. 감청이 이뤄진다”며 “한나라당이 공개한 대로, 통화자들의 대화내용을 그대로 녹취한 것이 아니라 통화 내용을 개조(改組)식으로 다시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적인 평가나 해석은 가능한 배제하고, 원 통화자의 발언 내용을 가급적 살린다는 것이다. 또한 김씨는 “문체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세련되지 않은 문체일수록 외부에 유출되었을 때 국정원 문서가 아니라고 부인하기 쉽다는 점이 고려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렇게 작성된 도청보고서는 내용에 따라 분류해 온라인으로 각 부서에 배포한다고 하는데 김씨는 “이 보고서는 배포선에 따라, 각 부서의 부서장실에 특정되어 있는 컴퓨터 단말기에 자동으로 뜨게 되어 있다”며 “도청 자료 중에서 극히 민감하고 중요한 것은 메모형태로 작성해 인편으로 차장실에 배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이 메모는 B5보다 적은 조악한 용지에 거칠게 인쇄된 것”이라며 “이 또한 유출에 대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회창 감사원장 시절, 권영해 율곡비리 파악했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지난 1993년 감사원장으로 있던 시절 ‘율곡사업’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권영해 전 국방장관의 비리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고 김씨는 밝혔다. 김씨는 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 전 총재는 93년 율곡비리 감사에서 당시 권영해 국방장관의 비리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지만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반대로 권 장관을 건드리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당시 권 국방장관은 이회창 감사원장이 율곡비리를 캐고 들어오자, 이 원장 아들들의 병역비리 카드를 들고 나와 이 원장을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후 이 전 총재는 권 장관과 YS에게 복수할 목적으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숨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 전 총재와 YS가 끝까지 화해하지 못했던 배경에는 이런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와 관련 김씨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모든 내용이 사실이며, 내가 쓴 글 모두 정확한 자료에 근거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씨는 DJ시절 권 전 장관이 조기 석방된 것과 관련, 지난 2003년 발표한 글에서 “권영해 전 국방장관이 조기에 석방된 것은 석연치 않으며 DJ와 권 전 장관간에 엄청난 뒷거래가 있었다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김씨는 최근 “당시 그 글은 저들을 떠보기 위해 일부러 그런 것”이라고 밝혔고, “그 후 DJ정부의 실세였던 청와대 A씨는 제 3자를 통해 나에게 ‘국정원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 국정원과 중재를 해 주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주장했다. 즉, 김씨가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는지 떠보기 위해 A씨가 사람을 보내 국정원에 취직시켜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씨는 당시 A씨의 의중을 파악했고, 일언지하에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글 말미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드리는 고언’이라는 글을 통해 부패청산을 위해서는 무기비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씨는 “지금이라도 기무사 방산 보안실 케비넷 안에 존안 되어 있는 자료를 정리하여 보고하라고 지시하고, 조속히 민군합동 수사대를 구성해 기무사와 국정원이 적극 정보를 협조하도록 지시를 내리라”며 “이 모두가 오로지 노 대통령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DJ 비자금은 6천억~1조원” 김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비자금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이미 몇 차례 DJ와 관련된 비리들을 폭로한 바 있는 김씨는 DJ의 해외비자금과 관련된 추가사항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 김씨는 “DJ는 국민의 혈세를 가로채 스위스, 홍콩 등지에 분산 예치했고, 비자금의 규모는 최소 6천억원에서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DJ가 작년 5월18일 스위스를 방문한 것은 단순히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개막식 연설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그의 스위스 방문은 비자금과 관련이 있다”며 “구좌이체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계좌의 상속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친필 싸인이 필요했기 때문에 스위스를 방문한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씨는 “DJ의 유럽여행 경비를 정부 예산으로 지원한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인 동시에, 아직도 DJ의 사기행각에 철저히 놀아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DJ가 작년 4월 말경에 상해를 방문하려 한 것도 홍콩에 있는 그의 비자금 구좌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씨는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 DJ가 2억달러 이상의 리베이트를 챙겼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또 이와 관련해 이미 “지난 99년 12월 DJ가 김정일에게 15억달러를 주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북한의 최고위층으로부터 직접 이런 내용을 전해들은 사람으로부터 정보를 받았다”며 “나는 그 출처가 북한의 최고위층과 접촉한다는 사실을 그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그런데 실제로 북으로 건너간 돈은 15억달러보다 좀 더 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으나 3억달러 씩 한 차례 내지, 두 차례 더 간 것으로 추정되며, 아마도 노벨상 단독 수상이나 김정일의 방한약속 실행에 대한 대가로 지불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씨는 또 DJ측이 북으로 5억달러를 보냈다고 시인한 것과 관련해서는 “사건 이후 특검에서는 4억5천만 달러밖에 밝혀내지 못했는데, 그렇다면 5천만달러(10%)는 어디로 사라졌겠냐”고 의문을 표했다. 즉, DJ가 10%를 리베이트로 챙겼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어 “현대상선 미주지부에서도 북으로 3억달러를 보냈다고 알려졌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부회장은 죽기 직전 권노갑 전 민주당 의원에게 3천만 달러를 바쳤다고 실토했지만 그 3천만 달러는 권 전 의원이 받은 것이 아니라 3억달러의 리베이트(10%)로 DJ의 스위스 계좌로 들어갔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씨는 “DJ는 또한 국내 굴지의 방산업체인 H사로부터 수백억원을 뇌물로 받고, 모 금융을 특혜 분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H그룹이 소유하고 있던 모 신문이 지난 5년간 DJ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한 것은 이러한 커넥션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일과 관련해 김모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돈 심부름을 했다는 얘기를 한나라당 모 의원으로부터 두 차례나 들었다”고 밝히면서 “그 의원은 H그룹 비서실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난 2002년 10월 언론에 보도가 나가자 신건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의 감청부서인 ‘과학안보국’을 긴급 해체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무기도입비리, 큰 덩치는 DJ가 직접 챙겨” DJ 정권의 무기도입비리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김씨는“DJ정권 들어서면서 YS정권 때보다 무기도입 비리가 더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여러 사람들이 아귀처럼 달려들어 경쟁적으로 부스러기를 뜯어 먹었다”고 비난했다. 김씨는 “DJ정권시절 군무기 비리, 대북송금, 노벨상 수상공작 등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면서 “특히 무기비리 사건의 핵심은 천용택 전 국방부장관, 이원형 전 국방부 획득국장, 문일섭 전 국방부 획득실장 등 3인”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DJ정권 시절 거의 모든 무기거래는 이 세 사람이 주도한 것이라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김대중 정권 아래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무기도입 사업에는 조풍언씨가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면서도 “무기도입의 관행으로 되어있는 리베이트와 관련된 실무는 천-이-문 세 명의 라인에서 처리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큰 덩치는 DJ가 직접 챙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DJ시절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과 관련해 논란 끝에 보잉사의 F-15K가 선정된 것에 대해서는 “DJ는 이 과정에서 보잉사로부터 엄청난 리베이트를 챙긴 의혹이 있다”면서 “또한 보잉사의 아파치 헬기 에이전트인 이영우씨가 DJ에게 거액을 바쳤다는 소문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 사업에는 DJ의 차남 김홍업씨와 천용택 전 국방부장관 등 여러 명이 개입했는데, 결과적으로는 F-15K가 승리했지만, 권노갑 전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전 문광부장관 등은 라팔 쪽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물론 라팔 쪽의 리베이트가 훨씬 컸기 때문이고, 조풍언의 후원을 등에 업은 일광공영 이규태라는 자가 라팔쪽 업무를 대행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조풍언씨를 “지난 20여년간 우리나라 최고의 무기 브로커”라고 소개하며 “특히 DJ정권 시절에는 DJ와의 개인적인 친분을 바탕으로 모든 무기도입 사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그는 주로 미국과 이스라엘 제품을 도입하는 사업에 관여했는데 상대적으로 감시의 시선이 덜 미치는 1천억원 안팎 규모의 사업을 주로 취급했다”며 “러시아제 대전차 유도 미사일 도입 사업과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에서 이규태씨를 전면에 내세워 배후 조종했다”고 말했다. 김씨는“하급 경찰관(경사) 출신에 불과한 이규태씨가 러시아제 무기도입 사업과 고철 및 비금속 수입 사업을 독점한 것은 미스터리”라며 “이러한 일들은 이씨 뒤에 조풍언씨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그가 앞으로 또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입을 열어 세상을 놀라게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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