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대표와 이명박시장의 대격돌

한나라당 차기 ‘빅2’인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사이에 서서히 전운이 감돌고 있다. 두 사람의 지지도 격차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장이 꾸준히 상승곡선을 타면서 박 대표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당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싸움을 벌여야 하는 두 사람. 그들의 보이지 않은 막후 대결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박 대표와 이 시장은 외견상 충돌로 보이지 않을 뿐 서로에 대한 견제와 물밑 경쟁은 이미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진 집권 여당에 대한 공격에 우선 순위를 두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보다 일단 각자의 대권플랜을 진행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당의 지지기반인 TK 지역 출신으로 정치적 기반까지 겹쳐 대립이 불가피하다. 당내 한 당직자는 “당 주도권 싸움에 밀릴 경우 대권의 꿈도 좌절될 가능성이 커 자기 사람을 확보하기 위해 박 대표와 이 시장 캠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박 대표 진영이 다소 앞서나가는 상황이지만, 이 시장 진영도 외연확대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근혜, 고건과 연합카드 물색 그러나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경쟁 속에는 박 대표가 다소 여유 있는 모습이다. 행정중심도시안 처리에 대한 잡음, 박세일 전의원의 사퇴 등 당이 커다란 내홍을 겪으며 박 대표가 코너에 몰렸지만 재보선 승리로 이를 잠재웠다. 당내 무게중심이 박 대표에게 기울면서 당 혁신위가 준비중인 당권 대권 조기분리, 대권후보선출방식 등 당 혁신 안에서도 박 대표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 진영은 당내 기반을 확실히 다지는 한편 외부그룹과의 연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 핵심당직자는 “친박 그룹인 김형오 의원이 맡고 있는 외부인사 영입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겉으로 보기엔 당 차원에서 인재영입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박 대표 진영이 연대할 대상과의 보다 원활한 협상을 위한 매개체로 삼는 측면도 있다”고 풀이했다. 박 대표 진영은 다양한 정치세력과의 연대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엔 박 대표와 민주당 한화갑 대표의 대권연대설이 거론돼 관심을 불러 일으킨데 이어 최근엔 고건 전총리와의 연대설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일선에서 뛰고 있지 않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고 전총리와 연합할 경우 박 대표가 역설해온 정권교체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동안 공을 들여왔던 호남 짝사랑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전북이 고향인 고 전총리는 이미 호남권에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인기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박 대표는 지역적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인 셈이다. 그러나 박 대표의 대권가도에는 적지않은 장애물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암초는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박 대표의 이미지 절반은 박 전대통령이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아버지의 그늘은 대권을 꿈꾸는 그녀에게 더 이상 강점이 될 순 없다. 과거사법 통과로 앞으로 전개될 과거사 정국에서 박 전 대통령은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인혁당, 민청학련 등 대표적인 인권탄압사례들이 도마 위에 오를 경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박 대표에게 그대로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 보수와 영남을 대변하는 이미지 역시 풀어야할 과제다. 국가보안법 처리과정에서 박 대표는 철저히 보수세력들의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당내에선 보안법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김방호, 김용갑 의원 등 영남 보수파의 입장과 맥을 같이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박 대표가 남북문제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레드콤플렉스’에 사로잡힌 게 아니냐는 시선을 내비치기도 했다. 여성 지도자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와도 맞서야 한다. 특히 당 지지층인 50~60대 이상의 고연령층은 아직까지 여성 대통령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여성 지도자’라는 점은 강점과 함께 약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며 “박 대표가 당을 맡아 당의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데 나름의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같은 결과가 아직까지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국내현실을 고려할 때 여성 대통령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세론’을 ‘박근혜 불가론’으로 이 시장도 박 대표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최근 측근들에게 대권전략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진 이 시장은 최근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대립각을 분명히 세우고 있다. 정부 부동산 대책을 두고 ‘강남아줌마보다 못하다’고 혹평하는가 하면, 지난번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지방의원과 의원보좌관, 정치 지망생 등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선 노 정부를 ‘아마추어 정부’라고 혹평했다. 그 배경에는 노 대통령에 대한 분명한 대립각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공방때처럼 노무현 VS 이명박 구도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공격의 대상을 현 대통령과 정부로 삼으면서 자신의 차별성과 정치적 중량감을 인식시킬 수 있어 이 시장과 노 대통령이 정면대결하는 듯한 모습은 자주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노 대통령과의 대립각은 당내 우군확보에도 상당한 효과를 얻고 있다. 지난해와 올 초 행정수도 이전반대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이 시장은 당내 수도권지키기투쟁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정치적 성과를 얻었다. 실제 이 시장은 당시 당 건교위 소속 위원 등 원내 의원들과 잦은 회동을 가져 관심을 끌었다. 여권의 한 의원은 “이 시장은 다분히 의도된 공격을 가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대권욕을 위해 공격의 대상을 현 대통령과 정부에 두면서 자신의 차별성과 정치적 중량감을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 정치적 술수”라고 꼬집었다. 당내 핵심당직자도 “이 시장은 노 대통령과 대결구도를 통해 실보다는 득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되는 것은 물론 당내 우군확보 차원에서도 득이 돼 앞으로도 현 정부에 대한 직접 비판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박근혜 대표와 원내에서 맞설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지금 현재 구도에서 경선이 이뤄지면 분명 박 대표가 이 시장을 이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 측도 현재의 열세를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 이 시장은 당내 전략도 더욱 강화할 움직임이다. 현 구도에선 박 대표와 경선을 치렀을 때 승산이 크지 않다는 게 당내 분석이다. 결국 이 시장 측은 당내 우군확보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와의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 시장은 반박그룹에 섰던 수도권지키기 투쟁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원내 의원들과의 접촉 횟수도 늘리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당 혁신안을 놓고 박 대표와 이 시장이 정면충돌을 빚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특히 박근혜 대세론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 홍준표, 이재오, 김문수, 박계동 의원 등 이 시장과 가까운 비주류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는 상황도 연출될 수 있다. 사실상 이 시장은 당내에서 박 대표의 영향력을 줄여야 당내에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게 된다. ‘박근혜로는 안된다’는 인식이 당내에 깔려야 그 만큼 자신이 더욱 빛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박근혜 대표와 원내에서 맞설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지금 현재 구도에서 경선이 이뤄지면 분명 박 대표가 이 시장을 이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 측도 현재의 열세를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 반박그룹과의 연대를 더욱 강화하며 우군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이회창 전 총재측과의 연대전략도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비록 정치일선에서 떠나있는 상태지만, 이 전 총재는 당내에 막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진영, 유승민 의원 등 이 전 총재의 측근들이 박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연이어 기용되는 점은 이 전 총재의 영향력을 가늠케 한다. 특히 이 전 총재와의 연대는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박 대표에 비해 당 지지기반에서 밀리는 형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이 전 총재의 복귀를 바라며 다시 조직재건에 나선 ‘창사랑’의 조직력과 원내에서 친박과 반박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이 전 총재측 인사들을 지원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 매력적인 카드인 셈이다. 또 당내 몇몇 외곽그룹의 지원을 얻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당내에 자신의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이 시장은 20~30대 젊은층에 어필하기 위한 전략마련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최대 취약세대인 20~30대 층에서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대권의 꿈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이 시장의 이미지는 중장년층에선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청년층에선 만족할만한 지지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시장 측은 최근 대학가를 무대로 특강정치에 정성을 쏟는 중이다. 지난 4월 경북대와 대구대를 처음으로 시작된 대학 특강은 5월 이화여대, 부산 동서대, 전남대, 강원대, 이달에는 목포대로 이어졌다. 시정을 너무 소홀히 하는 게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시장은 대학을 무대로 젊은이들과의 소통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결국 20,30대에서 승부가 그들의 심리를 알아야 대권이 보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박근혜 대표, 이명박 시장의 대결을 이미 보이지 않는 세력다툼이 시작됐다. 누가 거대한 야당 한나라당을 접수하게될지 끝까지 지켜봐야 할 관전 포인트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