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치러진 대선 개표 결과 51.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6월 4일 100일을 맞이한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통일기반 구축을 4대 국정기조로 설정하고 출범했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 100일을 맞이하며 그간의 성과와 문제점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개선책을 살펴보고자 기획했다.

 

정부조직법 지연…부실검증으로 장차관 줄낙마
수첩인사 시스템 ‘윤창중 대형참사’로 이어져
리더십과 국정운영에 대전환 필요하다는 지적

6월4일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는 날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100일은 한마디로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출범 초기부터 정부조직법개정안이 여야의 대결로 극한에 있었고, 각종 개혁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여기에 장차관급 인사들에 대한 부실검증으로 인사사고가 극심했고, 결국 ‘윤창중 참사’라는 대형사건이 터지며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와 함께 대선 후보 시절 대탕평 인사를 구현하겠다는 외침도 특정 지역과 대학, 관료집단의 고위직 등용으로 희미해 졌다. 박 대통령이 인사 기준으로 전문성을 강조해 고시, 서울대 출신이 중용됐고, TK(대구·경북)지역이 득세를 보였다. 또 여성대통령 시대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여성 고위관료가 해양수산부 윤진숙 장관과 여성가족부의 조윤선 장관·이복실 차관, 고용노동부 정현옥 차관, 변영섭 문화재청장 등에 그쳐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

여기에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 미사일 위협과 개성공단 폐쇄도 박근혜 정부의 순조로운 출발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러나 헌정사상 첫 여성 군통수권자인 박 대통령이 민감하고도 폭발력 있는 북한 문제에 대해 차분하고 신중한 대응기조를 유지함으로써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개성공단 대응에서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을 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취임 후 첫 방문지였던 미국에서 한미공조를 공고히 하며 대북문제에서 한목소리를 내기로 한 점도 두각을 나타낸 부분이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연이은 정전협정 백지화·전시상황 돌입·개성공단 폐쇄 그리고 미사일 발사 등 긴장수위를 고조시키는 속에서도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는 초전에 강력 대응해야 한다”며 확고한 대응입장을 천명하면서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해 대북 인도적 지원과 낮은 수준의 경제협력은 물론 국제적 지원까지도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차분한 대응 태세 속에서도 박 대통령은 북측에 대화를 전격 제의하기도 했고, 개성공단 사태 속에서 이를 증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은 취임한지 100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국정운영 방향의 키워드가 모호하고,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 방향인 국민행복, 창조경제, 경제민주화 등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아, 100일이 지난 현 시점에서 박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정운영 철학 및 수행방식에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유연한 사고와 의사소통에 기반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뤄야 하며, 시대 환경과 현 상황을 고려한 바람직한 국정비전과 국정목표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의 정우택 최고위원은 원전 중단 사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사건, 육군사관학교에서 발생한 동기간 성폭행 사건, 먹거리 불안, 복지시설 노인을 희롱하는 패륜 고교생. 등 최근 일련의 사건들이 새 정부의 ‘분위기 일신 실패’로 빚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런저런 일들이 잇따르는 가운데 살인진드기까지 나와 국민은 공포에 떨고, 검찰까지 얼이 빠졌는지 (박덕흠 의원 선거법 위반 사건 기소 때) 기명날인을 빠뜨리는 지경”이라며 “며칠 간 일어난 사건만 정리해도 이런 판에 새정부가 분위기 일신을 한 것이냐”고 말했다. 그는 또 “새정부는 취임 100일이 된 지금까지도 공기업 사장과 감사, 비상임이사 등을 임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대적 인사 통한 사회 분위기 쇄신에 실패한 정부는 이제라도 대대적인 분위기 쇄신 운동, 사회악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별다른 행사없이 ‘조용하게’ 맞기로 했다. 취임 100일 즈음해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 또는 자체 기념행사 등을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취지로 보이며,출범 이후 첫 방미 정상외교에서 대북 공조를 확인하고 한미동맹 60주년을 업그레이드하는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지만 취임 100일 행사가 ‘자화자찬’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장차관급 고위직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사태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 등 불미스러운 일이 성과의 많은 부분을 퇴색시킨 만큼 지금은 자성과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소통 부족
인사난맥상…윤창중 사태로 고비

 

박 대통령의 대선 핵심 키워드인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해양수산부 부활은 순조롭게 박근혜 정부와 함께 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박근혜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여야간 힘겨루기 끝에 국회 제출 52일 만에야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하는 비극을 낳았다.

이 과정에서 여당은 핵심쟁점인 종합유선방송(SO) 소관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문제 등을 놓고 청와대와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며 여당 지도부가 국민들로부터 질타를 당했고, 야당도 선명성만 강조하며 타협과 협상이 사라지는 기싸움 양상만 보여줬다.

물론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정치권에 협상의 여지를 남겨주지 않아 여야의 대립이 불가피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왔다. 거기다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통해 정부조직법 강행의 뜻을 천명해 타협을 실종시키고 여야의 협상을 송두리째 원점으로 복귀시켰다는 평가도 불거지게 했다.

이런 이유로 인해 5선 의원출신인 박 대통령이 여러 차례에 걸쳐 국회를 존중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정작 취임 이후에는 여야 정치인들과 오히려 간격을 두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여야 정치인들과의 소위 ‘식사 정치’를 하며 청와대와 여의도의 거리 좁히기에 나선 부분은 정치권에는 긍정적인 부분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지만 검증 부실로 빚어진 ‘인사참사’는 박 대통령에게 돌이킬 수 없는 대형참사를 불러일으키게 했다. 취임 초기에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등 대통령이 손수 낙점한 각료급 인사 들이 줄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며 ‘수첩인사’의 우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사 난맥상을 수습하려는 노력은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김행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오히려 ‘17초 대독(代讀)사과’라는 역풍을 맞았고, 급기야 박 대통령은 지난 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만찬에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직접 사과하는 형국에 이르렀다.

그러나 인사부실은 여기에 머물지 않았고, 당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여당 내에서조차 능력 부족으로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으며,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야당이 사퇴를 요구하며 잦아들지 않았다.

청와대 민정라인의 검증시스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연일 지적됐고, 정치권에서는 근본적으로는 폭넓게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인사 추천과 검증 시스템에 문제점이 개선되거나 보완되지 않는다는 우려는 결국 박 대통령이 미국 순방중에 ‘윤창중 참사’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경실련토론회, 국정운영 방향 모호
검증시스템 없는 ‘나홀로 인사’ 지적

 

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앞두고 진행된 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박근혜 정부 초기는 인사 실패, 국정운영 방향의 모호함 등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고, 다양한 문제점들이 도출됐다”고 평가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개최한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정운영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이같이 밝혔다.

이영범 경실련 정부개혁위원장은 발제문을 통해 “박근혜 정부에서 낙마한 고위직 인사는 인수위원회 인물까지 총 12명에 이른다”며 “많은 사람들은 이 같은 인사 실패의 원인으로 검증시스템이 소용없는 박 대통령의 ‘나홀로 인사’를 지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박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부터 인사 보안을 강조하며 입단속을 강하게 시켰고 정부조직개편을 둘러싸고도 참모진들이 밖으로 한마디를 못하게 했다”며 “취임 이후에도 개별 정책에 대한 장·차관들의 발언을 제지하는 등 독선적 리더십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박 대통령은 집권 초반 안정적 집권기반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며 “인사 실패와 관리 미숙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했고 이 후 상승을 반전했으나 여전히 동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안보프레임이 장기화되거나 특히 대통령 지지율이 여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도가 지속될 경우 선거 기간 약속한 개혁을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윤태범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을 돌아보면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에는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조직 개편, 장관급 인사에서부터 국정운영의 문제를 조기 노출했다”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대통령 아젠다’를 명확히 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정책과정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철저히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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