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동반성장지수 ‘꼴찌’ 등 이미지 손상

홈플러스가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새 수장’을 맞이하고 ‘새 출발’을 꿈꿨지만, 홈플러스에게 지난 2주는 따갑기만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사진이 홈플러스 내 TV에 노출된 일이 포문을 열었다. 홈플러스가 사과문을 게재하며 수습코자 했지만 논란을 잠재우긴 힘들었다. 홈플러스가 동반성장지수 평가 ‘꼴찌’를 차지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실적부진으로 힘든 때 잇달아 이미지도 실추되면서 ‘도성환 호(號) 홈플러스’의 앞날을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동반성장지수 평가결과 또 F학점, “지원활동 해왔는데”
“왜 홈플러스에서만?” 노무현 전 대통령 희화사진 논란
실적악화 후 희망퇴직·자산매각, 일각선 “홈플러스 매각?”
취임 2주 ‘악~’ 소리만 몇 번째? 정신없는 도성환 사장

 

동반성장위원회는 5월 27일 2012년 동반성장지수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동반성장에 참여 중인 74개 대기업이 대상이었다. 등급은 ‘우수-양호-보통-개선’ 등 4개로 나뉘었다. 그 결과 우수는 9개사, 양호는 29개사, 보통은 27개사, 개선은 8개사인 것으로 평가됐다. 평가기간 중 매각된 코웨이는 발표에서 제외됐다.

주목받은 명단은 A학점과 F학점으로 대변되는 우수와 개선이었다. 우수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S, 현대미포조선, 현대중공업, 포스코, SK텔레콤, SK종합화학, SKC&C 등 9개사가 차지했다. 이들은 이미지 제고와 함께 1년간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분야 직권·서면실태 조사를 면제받는 혜택을 누리게 됐다.

개선은 코오롱글로벌, 현대홈쇼핑, 현대백화점, 홈플러스, CJ오쇼핑, KCC, LS산전, STX중공업 등 8개사가 받았다. 이들에게 불이익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동반성장을 소홀히 하는 것처럼 보여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해당 기업들의 우려도 이것이다.

이에 동반위가 “개선을 받은 기업은 평가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기업에 비해 동반성장 의지와 성과가 월등하다”며 힘을 실어줬지만, ‘꼴찌’ 타이틀의 파장은 컸다. 이중에서도 홈플러스에 겨눠진 칼날이 매서웠다. 2년 연속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개선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수출지원·교육지원·경영지원·기술지원·자금지원·공정거래 등 ‘동반성장 지원 6대 플랜’을 이행 중”이라면서 “한국식품전, 농수산물 수출지원 MOU 체결 등 협력회사들이 규모의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미지 손상 잇달아

홈플러스를 난감하게 만든 일은 더 있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 희화사진 논란이다. 동반성장지수 평가발표 일주일 전 발생한 이 사건은 홈플러스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줬다.

지난 19일 홈플러스 경북 칠곡점 내 통신사 매장에 진열된 스마트TV 화면에 노 전 대통령과 닭 캐릭터를 합성한 사진이 약 10분간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통신사 매장에 소속된 직원의 소행으로 이 직원은 매장 내 TV에 노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사진을 띄운 뒤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인증샷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온라인을 통해 일파만파 퍼졌고 홈플러스에 대한 질타는 거셌다. 홈플러스는 사건발생 당일 즉각 사과문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비난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날 홈플러스 경북 구미점에서도 한 고객이 가전제품 매장에 진열된 노트북 화면에 노 전 대통령과 코알라를 합성한 사진을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20일 또다시 사과문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홈플러스는 “다시는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매장 및 입점업체 직원교육에 더욱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며 거듭 수그렸다. 두 건 모두 내부직원 소행은 아니었으나 홈플러스 매장에서만 이 같은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일부는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매장관리의 허술함을 보여주는 증거 아니냐”는 지적이다.

꼬리를 무는 ‘매각설’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때 잇단 구설은 홈플러스에게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점쳐졌다. 대형마트를 주요사업으로 하는 만큼 대중의 마음을 잃으면 매출에도 타격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도 이를 걱정하는 듯 보인다.

지난해 2분기(6~8월) 홈플러스의 매출(홈플러스테스코 제외)은 2조104억원, 영업이익은 751억원이었다. 전년보다 0.5%, 38.7% 떨어진 수치다. 매출감소는 창사 이래 처음이었다. 3월 결산법인인 탓에 아직 지난해 전체실적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2011년보다 2012년 홈플러스 실적이 급감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적악화에 휘청거리던 홈플러스는 지난해 말 영업조직에 대한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홈플러스는 전국 지역본부를 총괄하는 영업운영부문장을 교체하고 지역본부 9개를 8개로 줄였다. 그 과정에서 지역본부장 9명 중 5명이 교체됐고, 1명은 점장으로 발령이 났다. 홈플러스는 “이원화(홈플러스·홈플러스테스코)됐던 영업조직을 통합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는 실적악화에 따른 문책성 인사로 봤다.

어려움은 이번년도에도 계속됐다. 올해 초 홈플러스는 신규출점 담당부서 임직원 17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퇴직금과 1년치 연봉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이때에도 홈플러스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신규출점이 어려워 담당업무를 맡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실적악화 때문이라는 해석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자산매각도 활발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서울 영등포점, 금천점 등 영업점 4곳을 6000억원 가량에 매각했다. 올 초에는 지난해 11월 오픈한 국내 최대 규모의 신선식품 전문 물류센터인 안성물류센터를 KTB자산운용 부동산펀드인 ‘KTB칸피던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40호’에 937억원을 받고 넘겼다.

또한 한 매체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현재 사용 중인 서울 역삼동 본사 사옥에서도 나오기로 했다. “비용절감을 위해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으로 본사 이전을 확정했다”는 주장으로, 홈플러스도 “본사이전은 오래전부터 검토해왔다”며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가 실적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잇달아 자산까지 매각하자 “영국 본사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한국 홈플러스를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고개를 들었다. 한국 홈플러스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감소를 겪었고, 유통법 개정으로 사실상 신규출점도 어려워져 실적부진 지속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승한 회장은 이와 관련, “자산유동화는 재무건전화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홈플러스 회사자체를 매각하는 것은 아니다”고 못 박았다. “홈플러스는 매해 6000~8000억원 가량을 점포에 투자했는데, 100%를 자체 투자해 소유권을 보유하는 방식(프리홀드·FreeHold)으로 진행하다보니 유동성이 떨어지고 부채비율이 높아져 이를 줄이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성장동력이 없다?”

출범한지 2주가 된 ‘도성환 호(號) 홈플러스’에게 이 같은 상황은 가혹한 듯 보인다. 도성환 사장은 지난 5월 15일 공식 취임식을 갖고 홈플러스 수장으로 올라섰다. 기존 이승한 회장, 설도원 부사장 공동대표이사 체제에서 도 사장 단독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한 것. 이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대신 그룹 회장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14년 만에 수장이 교체되자 업계는 도 사장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홈플러스가 이미 포화상태이고 신규출점도 어려워진 대형마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주목한 것이다. 더욱이 홈플러스의 경우 대형마트에 대한 의존이 커 ‘대형마트 규제’와 관련이 없는 ‘신성장동력 찾기’가 시급했다.

업계의 기대가 실망으로 돌아서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도 사장은 취임식 날 △직원과 고객의 행복(happiness) △함께 더 좋은 것을 만들어가는 조화(harmony) △인간을 존중하는 문화(humanism)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hope) 등의 ‘4H 성장’을 발표했다. 업계는 “이상적이기는 하나 시급한 신성장동력 찾기에 대한 고민이 없다”며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나마 대형마트가 아닌 먹을거리로 편의점 사업이 꼽히나 이마저도 난항이 예고된다. 홈플러스 편의점인 홈플러스365는 2011년 3개, 2012년 9개 점포를 열었다. 올해 개점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4개월 동안 18개 점포를 신규 출점한 것이다. 이는 편의점에 대한 규제가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보다 적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편의점은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이 없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편의점 수를 본격적으로 늘린 시기는 늦은 감이 있는 듯 보인다. 편의점 시장은 현재 포화상태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편의점 수도 많고 신세계 등 경쟁사도 편의점 사업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공급과잉으로 점포별 수익성이 떨어질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홈플러스가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난까지 나온다. 홈플러스365가 기존 편의점보다 채소 등 신선식품을 더 많이 취급해 사실상 ‘변형된 SSM’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홈플러스가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골목상권을 침투 중”이라고 일침을 가하고 있다.

도 사장이 취임한지도 2주가 조금 넘었다. 이 동안 이미지를 손상시킨 일은 두 건이나 발생했다. 도 사장이 실적부진을 극복할 수 있는 뚜렷한 비전을 내놓지 않아 말이 많은 때, 이 같은 논란에 휩싸이면서 곤혹감은 배가될 듯 보인다. 앞에 놓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 사장이 내놓을 대안은 뭘까.

한편, 30일 홈플러스는 이마트보다 생활필수품 가격이 비쌀 경우 차액을 보상해주는 차액보상제를 실시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마트는 업계 1위로 대표성을 가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도 사장의 첫 작품인 차액보상제가 홈플러스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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