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운운하며 임대주택 일반분양, 공기업의 ‘불법행위?’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지난 23일 LH사옥 정문의 불법 시설물 3곳에 대한 성남시의 행정대집행을 저지하고 나섰다.

LH공사가 21일 재개발이주대책용 임대아파트인 판교 백현4단지의 일반공급 공고를 내자, 성남시가 LH의 불법행위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고 실력행사 나섰다. 27일 경기도 성남시 LH공사 사옥 앞에서 양측 직원 800여명이 뒤엉켜 육탄전을 벌이는 진풍경도 연출되기도 했다. 성남재개발 사업의 향후 방향을 두고 발생한 양측의 갈등은 급기야 ‘형사 고발’로까지 번지며 과열국면에 접어들었다.

LH, 일반공급 금지 명령에도 ‘재정악화’로 분양강행
성남시 “실정법 위반이자 감독권 침해” 전면전 선포
LH-성남시, ‘대낮 육탄전’ 까지…기싸움 점입가경

 

성남시 “공기업 책무커녕 법적의무 저버려”

성남시 순환재개발사업은 지난 1999년, 당시 대한주택공사 즉 현재 LH공사가 성남시에 제안하여 시작됐다. 향후 도촌, 여수, 판교 등 성남에서 이루어질 택지개발사업과 연계해 개발이익을 지역에 재투자하고 재개발사업 시 이주단지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LH는 2010년 7월 부동산경기 침체와 경영악화 등의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고 2012년 4월 판교 백현마을 이주단지를 일반공급 하려는 계획을 내비쳤다.

이에 성남시는 이주단지의 일반분양공급 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LH는 지난 21일 백현마을 4단지 1,869호에 대해 일반분양을 공고해 갈등이 확산됐다.

일반공급 공고된 백현마을 4단지는 2단계 순환재개발 사업을 위한 철거민용 임대주택단지다. 한승훈 시 대변인은 “시행자인 LH가 사업 일정을 조율하지 못해 우선적으로 준공해놓고, 재개발을 중지하여 공가상태로 3년째 방치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일반분양’이라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는 공적 책무를 망각하고 100만 시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린 무법자적 횡포라며 날을 세웠다.

재개발이주대책용 임대아파트인 백현마을 4단지는 2010년 5월 입주 대상자 3700세대가 확정됐다. 그러나 동호수 추첨일 하루 전에 LH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중단하여 3년이 지금 지금까지 주민들이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 성남시는 결과발표만 남아있던 이주절차를 거부하고 백현마을 4단지의 일반 공급을 강행하겠다는 LH의 입장을 시행정을 파괴하는 도발행위라고 치부했다.

아울러 성남시는 LH의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고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중지명령을 내렸음에도 불법적으로 일반공급을 공고한 LH를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제77조에 의거해 고발했다. 또 성남시는 LH사옥 정문의 불법 시설물 3곳에 대한 행정대집행 과정을 자사 직원 600명을 동원해 무력으로 저지한 행위에 대해서도 변호사의 자문을 거쳐 법적 대응할 방침이다.


LH “이주단지 추가조성 약속”

LH는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재개발이 멈춘 뒤 입주가 미뤄져 결국 이주단지를 일반공급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LH 관계자는 “백현마을 단지 준공 후 관리를 위해 투입된 돈만 매월 12억원, 총 493억원에 달한다”며 “3~4년을 빈집으로 둘 수 없어서 일반 공급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백현마을 주민들은 위례신도시 단지로 이주시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LH는 지난해 9월 이주단지를 위례신도시와 성남여수지구로 변경하는 사업시행인가 변경신청을 했지만 성남시에서는 법적 근거와 타당성도 없는 기존 이주 신청 세입자들의 동의를 요구하면서 8개월째 승인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새로운 위례신도시 이주단지 조성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고, 위례지구 이주단지는 3단계 재개발용이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하며 LH 측의 요구에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LH가 위례신도시에 이주단지 조성을 약속했지만, 성남시는 ‘변경불가’를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간극은 좁혀지기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편, LH는 성남시 공무원들이 행정대집행을 위해 본사진입을 시도한 것은 ‘공권력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LH 관계자는 “성남시는 무조건적인 사업추진만을 요구하며 지자체의 정상적 행정행위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보복성 조치를 가하고 있다”며 “과도한 행정행위에 대해서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의도된 ‘먹튀’ 인가?

지난 20년간 LH는 성남도심의 개발사업에 뛰어들어 개발자 역할을 자처해 왔다. 업계에서는 LH가 성남의 분당ㆍ판교 최근의 위례신도시까지 재개발 사업을 시행해 10조원 이상의 이익금을 챙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남시 순환재개발사업은 총 26개 구역, 304만㎡에 3단계로 추진되는 10년 장기 사업으로 2000년 시작됐다. 2010년 7월 LH의 2단계 재개발 사업포기가 알려지자 성남주민의 날선 비난이 터져 나왔다. 일각에서는 알짜개발 사업인 구시가지 1단계 재개발 사업이 마무리 되자 사업성이 떨어지는 2단계 본시가지 재개발 사업에서 손을 때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성남시는 LH로부터 2단계 재개발사업을 포기한다는 통보를 받은 후 사업의 정상화를 위한 대책방안을 2차례 발표했으나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시는 재개발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분담하는 의미에서 1천320억원 무이자 융자, 용적률 상향, 미분양 인수, 매몰비용 일부 지원 등의 현실적인 재개발 정상화 방안을 LH에 제안했으나, LH가 이를 거부했다.

2단계 재개발 사업 포기 당시 LH는 ‘회사의 재무상황’을 이유로 밝혔지만 내면에는 다른 이유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LH와 주민들이 맺은 사업시행약정서 따르면 재개발 사업의 구조는 ‘원가정산방식’이다. 주민참여형 ‘원가정산방식’이 재개발 사업에 적용된 것은 세계최초다.

‘원가정산방식’이란 토지비용, 건축비용, 금융이자, 이주비용, 공사비용 등 모두를 포괄해 합산한 금액을 권리자인 시민이 부담하는 것. 만약 사업 시행자인 LH가 모범적으로 공사를 진행해 총사업비를 절약한다면 그만큼 성남주민의 이익은 늘어나게 된다. 그 반대일 경우 모든 손실 또한 주민에게 귀결된다.

따라서 시행자는 밑져도 본전인 ‘원가정산방식’ 구조 때문에 사업을 포기하는 LH의 부담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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