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폄하·왜곡 논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않겠다는 국가보훈처의 결정에 따라 촉발된 역사왜곡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일부 종합편성채널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해 일으킨 폭동이란 내용의 주장을 방송하면서 그 파장이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 극우성향 인터넷 사이트 등으로 확산됐다. 이에 여야를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발표했다. 5·18 민주화운동을 둘러싼 역사왜곡의 실태와 논란을 담았다.

 
▲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 캡처
 
종편 5·18 왜곡, 정치 포르노비판 쇄도
일베, 광주 희생자 홍어비유 5·18 모욕
“5·18 역사왜곡 이대론 안된다강경대처
 
지난 13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 임천용 자유북한인연합 대표는 5·18 당시 북한특수군 600명이 동해와 서해, 땅굴로 세 차례에 걸쳐 침투했으며 전남도청을 점령한 건 시민군이 아닌 북한 게릴라라는 주장을 여과없이 보도했다. 또한 이주천 원광대 사회학 교수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의 인민영웅들의 열사 묘는 광주에 투입됐다가 사망한 북한군 특수부대원들의 가묘라고 주장했다. 진행자인 장성민 씨는 북한의 특수게릴라들이 어디까지 광주민주화운동에 관련됐는지 그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널A도 지난 15<김광현의 탕탕평평> ‘5·18 때 북한국 남파 진실은?’ 편을 통해 5·18 당시 광주에 남파됐던 북한특수군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탈북자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5·18 북한군 개입설은 역사왜곡 
 
정치권은 여야할 것 없이 광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투입됐다는 등 허위사실이 알려진 데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유수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종편에서 특수부대 600명이 내려왔다. 무기를 훔쳐냈다는 방송을 한 걸로 아는데 그것은 광주시민 단 한 분도 믿을 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 최고위원은 소요 속에서 강·절도가 없었다며 북한개입설을 반박했다.
북한인권운동가 출신인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도 ‘5·18 북한특수군 개입설에 대해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완전히 소설이라며 “80년 당시 북한이 광주를 대남 선동에 활용하기 위해 여러 유언비어를 북한 내부에 유포시켰고 그 유언비어를 사실로 착각한 탈북자가 증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5·18광주민주화운동 왜곡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법적·행정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이는 유명 인터넷 사이트, 종편 등에서 북한군 개입설까지 더는 묵과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극우파들의 인식이 일제 강점기와 정신대에 대한 역사왜곡을 일삼는 일본 극우파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명예훼손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며 TV조선이 역사 왜곡을 사과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다시 TV조선 출연을 재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재정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두 방송사의 이러한 태도는 5·18민주화운동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대한민국의 결정을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2008년 말 미디어법 강행 통과에 반발해 종편 출연금지 당론을 정했던 민주당은 지난달 초 5년 만에 출연 금지를 해제했다. 하지만 한 달여 만에 종편과 다시 틀어진 상황이다.
민주당은 TV조선·채널A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며 강력한 제재를 요구한 상태다. 종편 출연금지가 대선 패배의 한 요인이라며 출연을 부추긴 당시 의원들은 난처해졌다. 이로써 민주당은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 보도한 TV조선·채널A을 향해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5·18 폄하·왜곡, 각계 비판 쇄도
 
종편의 5·18 민주화운동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방송이 보도되자 각계에서 비판이 쇄도했다.
특히 대표적인 반북인사로 거론되는 조갑제 조갑제닷컴대표가 쓴 <“대대규모 북한군의 광주개입주장은 믿을 수 없다!>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됐다.
조 대표는 11개 항목으로 북한군 개입설이 근거없는 억측임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탈북자의 증언은 傳言(전언)에 불과하다. ‘내가 광주에 내려왔었다고 나서도 믿기 힘든 판에 카더라란 이야기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선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일부 방송이 광주사태 시의 북한군 개입 주장이나 서울 도심으로 장거리 땅굴이 들어왔다는 주장을 검증 없이, 여과 없이, 때로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하여 소개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종편의 시청률 지상주의를 비판했다.
조 대표의 이 같은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 대표는 “5·18은 민주화운동이며 시위자들은 반정부적이었지만, 친북적이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일각에서는 종편의 이러한 방송태도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정치적 포르노라는 지적을 제기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20<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시청률을 통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종편의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조 교수는 역사와 사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것을 몇몇 인사의 발언을 통해서 보도했다는 것 자체가 언론으로서의 사명을 완전히 방기한 것이라며 시쳇말로 정치 포르노라고 꼬집었다.
성공회대 김서중(신문방송학) 교수도 일간지 인터뷰를 통해 19“(TV조선·채널A) 광주민주화운동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을 위해 시청자 구미에 맞는 내용을 사실확인 없이 내보냈다진실 규명이란 언론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베 등에 엄정한 대응 촉구
 
종편과 더불어 역사왜곡으로 일그러진 보수극우세력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가 지목됐다.
일베 회원들은 5·18 당시 사진들을 활용해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모욕했다. 태극기로 덮인 희생자들의 관이 늘어서 있는 사진을 두고 배달될 홍어(전라도 사람들을 비하하는 은어)들 포장 완료된 거 보소라고 적었다. 특전사 부대원이 진압봉으로 광주시민을 내려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게시판에 올려놓고는 추억의 딱지치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외에도 일베 게시판에는 전땅끄(전두환)께서 폭도들을 밀어버리셨다” “돌아가신 계엄군을 위해 묵념하자5·18 희생자들을 두번 죽이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심각한 역사 왜곡에 대한 반박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일베에서는 여전히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 게시물이 넘쳐났다.
조 교수는 허위사실 적시나 증오범죄를 부추기는 것들이 표현의 자유 범위 밖이라는 것은 OECD 나라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통해서 확립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글을 올린 사람은 물론 그 사이트 운영자까지 모두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각계 단체들은 그동안 5월 단체와 광주시의 미온적 대응이 왜곡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엄정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20일 오전 5·18 민주화운동을 폄하하고 왜곡하는 데 대해 사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재일 5·18 기념재단 이사장도 종편이 노골적으로 왜곡보도를 하는 상황을 방관하는 정부도 책임이 있다정부의 태도를 지켜보고 6월부터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폄하하는 사태에 대한 후속조치가 박근헤 대통령의 역사인식을 반증할 것으로 판단되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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