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의원이 18일 광주5.18민주화운동 33주년기념식에 참석하고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18일 "1987년 민주화 이후 형성된 기득권 정치체제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날 광주 신양파크호텔 사파이어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적대적 공생관계에 의한 기득권 정치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는 1987년 민주화 항쟁, 이에 따른 5년 단임 대통령제를 골자로 한 개헌으로 형성된 현 정치질서를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정치노선을 걷겠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안 의원의 이 선언은 권력 구조 개편과 개헌 추진까지 염두에 두고 나온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장기 군부 독재를 종식한 '87년 체제'는 5년 임기의 대통령 직선제라는 민주화를 달성하는 계기가 됐지만,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게 정치권 안팍의 대체적인 평가다.

여기에 친인척 비리, 레임덕을 우려한 무리한 정책 추진 등도 제왕적 대통령제와 단임제의 폐해로 거론된다.

안 의원은 먼저 "87년 개헌으로 절차적 민주주의는 발전됐으나 정치행태와 문화는 이에 따라가지 못했다"며 "금권정치, 보수정치, 밀실정치를 극복하기도 전에 배제와 증오, 이념과잉의 정치가 자리잡아 지금 우리 정치는 민주주의에 맞는 내용과 문화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87년 체제는 시대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오늘의 모순을 방치했으며 결과적으로 심화, 확산시켰다"며 "저는 단언한다. 지금 정치로는 결코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두번째 과제로 보수·진보의 진영의 장막도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를 지배해온 이념 과잉과 배제의 정치는 진영정치라는 낡은 정치 유물을 만들었다"며 "칭찬과 격려가 없는 정치, 양보와 타협이 없는 정치가 지속됐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상대방은 인정되지 않았고 옳은 것도 자기진영의 논리가 아니면 배척됐으며 중도는 용납되지 않았다"며 "진영의 권력 쟁취만을 위한 정치 계속돼 왔다. 다원화된 현대사회의 각종문제에 대한 이념과잉적 기계적 논리는 문제해결 더욱 어렵게 했고 그 속에서 국민은 외면받고 배제됐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저는 지난 대선 출마 이후 끊임없이 어느 한편에 설 것을 요구받았다"며 "저는 결코 편가르기 정치에 동참할 생각이 없다. 반대를 위한 반대의 정치를 하지 않고 오직 국민 편에 설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이어 전날 부산에서 진행된 영남권포럼에서 언급한 △정치의 중심 의제를 국민 삶 개선으로 바꾸는 대한민국 구조개혁 △정치 주체 세력의 다양화 및 참여 극대화를 과제로 제시했다.

 안 의원은 이 대목에서 "우선 정치는 소수엘리트 중심 정치가 아니라 다수 생활인, 즉 경제현장, 노동현장, 정치현장 등에서 전문성을 쌓고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이 참여하는 생활정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 의원은 "사익보다 공익을 추구할 수 있는 분, 우리나라 구조개혁에 동참할 분, 적대적 공생관계와 기득권 정치를 청산할 의지가 있는 분들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는 세력화에 본격 나선 안 의원이 △공익성 △개혁성 △기득권 청산 등 3가지 자질을 가진 인사들을 널리 구하겠다는 의사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을 맞아 광주정신을 언급하며 기존 정치권도 강하게 비판했다. 또 광주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드러내며 사실상 민주당과의 야권 주도권 경쟁에 불을 붙였다.

안 의원은 "관성에 젖고 기득권에 물든 기성 정치가 광주정신을 계승하고 새로운 꽃을 피우기 보다 여야 모두 오로지 그 열매와 과실을 향유하는데만 열중했다"며 "한 동안 광주정신은 시대의 슬픔을 넘어 대한민국의 이정표를 세우는 커다란 좌표였다. 하지만 지금 그 좌표가 흔들리고 있고 등대가 조금씩 빛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의 정치적 리더십이 희생과 헌신 보다 오로지 지역주의라는 이념에만 몰두해왔다"며 "저는 지난 대선 때 이런 문제 의식에서 새정치 어젠더를 내세웠지만 정치세력과 시간, 제 자신의 부족으로 실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한없이 부족했던 저 였음에도 광주는 제게 특별한 성원, 기대를 보내주셨고 저는 그것을 결코 잊을 수 없다"며 "저는 그것이 개인 안철수가 아닌 광주정신을 상징하는 새로운 미래, 내일을 여는 변화에 대한 열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광주는 한국 정치의 물줄기를 바꿔왔는데 과거의 광주가 그래왔듯 지금 광주 역시 대한민국 정치개혁의 씨앗이 돼주시고 중심이 돼주시기 바란다"며 "저는 그 마중물 되겠다. 대선과정에서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던 변화에 대한 열망을 온전히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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