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싸라기 땅’ 이어 ‘관로공사’ 놓고 ‘재격돌’

 
GS “자사 동의 없인 공사 불가” VS 석화 “합법적인 사업”
눈독들인 ‘적량지구’ 입찰 실패한 ‘화풀이’…현재진행 중?

이번엔 ‘파이프라인’이다

전남 여수산단 내 GS칼텍스와 금호석유화학이 파이프라인 공사를 놓고 법정 다툼에 들어갔다.

2년 전 여수시가 분양한 공장부지 입찰 과정에서 한 차례 마찰을 빚었던 양 사는, 해묵은 갈등이 봉합되기도 전에 법정공방을 예고하며 ‘2 라운드’에 돌입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지난달 16일 “금호 석화가 진행 중인 연수산단 내 파이프라인 공사를 중단하라”며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양사 갈등의 쟁점이 된 공사구간은 여수시 중흥동과 월내동을 잇는 6Km 구간으로, 금호석유는 현재 액체 상태의 원재료를 운송하기 위한 관로공사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금호석유가 관로 공사를 하면서 부분적으로 GS칼텍스의 부지를 침범했고, GS칼텍스는 사전에 ‘토지사용승낙’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우며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GS칼텍스 측은 “지난 2001년 한국 바스프, 에어리퀴드코리아 등 2개사와 함께 파이라인을 공동으로 설치해 사용하고 있는데, 금호석화가 이 라인이 지나는 곳에 허가 없이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설치하는 공사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2001년 계약 당시 3개사 모두의 동의 없이는 추가 공사를 할 수 없도록 명시했기 때문에 자사의 동의 없이는 새로운 파이프라인 공사가 불가하다는 게 GS칼텍스 측의 주장이다.

GS칼텍스는 문제가 된 구간은 차후 추가 관로 설치를 위해 확보해 놓은 구간이어서 금호석화 측에 파이프라인 공사를 하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금호석화가 공사를 밀어 붙여 가처분 신청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금호석화 관계자는 “합법적인 공사”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금호석화 측은 “여수산단 내의 다른 업체들은 파이프라인이 자기 땅을 지난다는 이유로 공사를 막은 적이 없었다”며 “관로 공사는 산업입지법에 따라 결정이 떨어진 합법적 사업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금호석화 측은 GS칼텍스가 소송까지 제기하며 공사를 중단시킨 것은 2년 전부터 불거져 온 공장부지 문제 때문인 거 같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도 이번 가처분 신청을 두고 “눈독들인 땅을 놓친 GS칼텍스의 앙심이 지속된 것”이라고 분석하며 금호석화의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한편 전남 여수 산업단지 내의 두 대기업인 GS칼텍스와 금호석화의 감성싸움이 확산되자 우려의 목소리도 감지됐다.

여수시의회 관광건설위원회 최대식 부의장은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오랜 시간 싸움을 하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양사가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의회나 지역사회가 나설 수도 있다며 중재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역 관계자는 경제의 발전을 이끌어갈 두 기업의 다툼으로 인한 피해가 근로자와 지역경제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며 “소모적인 싸움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GS칼텍스, 뒤끝 있는 기업?

양사의 갈등은 지난 2011년 9월 여수시유지 내 적랑지구 25만6000㎡의 공개입찰에서 비롯됐다. 금호피엔비화학은 공장 증설을 위해 입찰에 참가, 예상가보다 두 배 높은 450억원을 제시해 427억원을 써낸 GS칼텍스를 따돌리고 낙찰을 받았다.

적랑지구는 여수산단관 인근 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은 공장용지다. 이 땅을 놓고 여수시와 매입협상을 벌이며 공을 들여온 GS칼텍스는 23억원 차이로 확보에 실패하는 쓴맛을 봤다.

두 달 여 지난 2011년 11월, GS칼텍스는 금호피엔비화학에 “2012년 벤젠 10만 톤 공급계약을 파기한다”는 공문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업계에서는 금호피앤비화학의 모회사인 금호석유화학이 공개입찰에서 GS칼텍스를 따돌리고 낙찰을 받자 ‘원료공급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다고 표했다.

금호석화 측은 “공장용지가 부족해 시의 공개 매각에 참여, 적량지구 땅을 매입했다”며 “그런데 입찰에서 밀렸다고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 것은 갑의 입지를 이용한 횡포 아니냐”고 GS칼텍스 행위에 비난을 가했다.

GS칼텍스 “금호피엔비화학과의 계약기간이 연말까지라 사업 다변화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시유지 낙찰 실패와는 무관한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GS칼텍스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2005년부터 원료를 받아오던 금호피앤비화학의 물량확보에 차질이 생기자, GS칼텍스는 예정 공급량의 1/2수준인 4000톤의 공급을 재게 하며 사태는 일단락 됐다. 하지만 GS칼텍스의 상도와 윤리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은 크게 늘어났다.

여수시유지를 되찾기 위한 GS칼텍스의 도 넘은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입찰에 떨어진 GS칼텍스는 2011년 11월 해당 지역의 사유지를 법인명의를 사용하지 않고 직원 명의로 매입하며 부동산 실명법을 위반한 것도 드러난 바 있다.

GS칼텍스는 적랑지구 주변에 미리 보유하고 있던 땅과 직원 명의로 구입한 7000㎡ 규모의 땅을 합쳐 지난해 6월 국토해양부에 국가산업단지 지정을 신청했다.

당시 GS칼텍스측은 “땅을 공장부지로 사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직원의 명의로 매입한 것이지, 탈세나 투기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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