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뜨거운 성관련 유물 다양하게 전시

작열하는 태양이 아스팔트를 태웠던 5일 토요일 오후, 지난 5월 24일 국내 최초로 개관한 동양성(性)문화박물관을 찾았다. '점잖은 서울 삼청동 거리에 웬 성(性)박물관이냐'며 시비를 거는 어르신들도 있을 테지만, 타국과 비교해 보면 전혀 야하지(?) 않다. 나무로 만든 남근 모형의 손잡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 1층 전시관 내부가 관객을 맞이한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티베트, 인도 등 아시아 각국의 남녀 모조 성기를 비롯해 성행위 조각상, 각국의 춘화, 성행위를 묘사한 노리개 등 에로틱한 유물들이 모여있다. 기원전 112년에 사망한 중국의 왕 유승의 무덤에서 나온 청동 모형 성기는 고대인들이 직접 성기구로 사용했으며, 티베트 밀교의 19세기 '마하칼라 금동 합환상'은 남녀의 적나라한 성행위 장면을 묘사했다. 성묘사 노골적 2·3층에는 한국·중국·일본의 춘화(春畵)와 춘의(春意) 등이 전시됐다. 남녀가 뒤엉켜 있는 모습을 세밀히 그린 성묘사가 1층 전시실보다 한층 더 노골적이다. 증명사진 크기로 만들어진 중국의 춘화도 있고, 엽전 모양에 다양한 체위의 성행위 모습을 새긴 조선시대의 별전도 전시돼 있다. 성기를 실제보다 과장해서 그린 일본의 춘화, 다양한 체위의 변화에 역점을 둔 중국의 춘화, 소품에 신경을 써 분위기 연출에 세심한 배려를 한 한국의 춘화 등 한·중·일 3국의 춘화 스타일을 비교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재료의 다양성도 놀랍다. 종이 뿐 아니라 도자기, 상아, 뼈 등을 사용해 만든 것도 있다. 일본과 중국의 춘화는 상당량이 해외로 수출되기도 했다고 한다. 적나라한 성묘사 충격 미국인 벤(Ben Ball)은 "아주 재미있게 관람했다. 얼마전 몽골의 사원을 들렀는데, 섹스와 관련한 그림이 이곳보다 훨씬 많았다. 반면 한국에서 섹스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 춘화가 절제적인 반면 일본은 자극적이고 노골적이다. 한국에서 보아온 박물관 중에서 가장 재밌게 봤다"고 말했다. 대학생 강세웅씨는 "충격적이다. 적나라하다. 몸둘 바를 모르겠다. 과거에도 이런 게 있다는 게 신기하고 놀랍다"고 말했다. 사업차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신보히로야스(46)씨는 "춘화들이 엇비슷한데, 사실에 더 근접한 것은 일본 춘화이다. 일본이 아닌 타지에 와서 춘화를 보니 더욱 흥미롭게 관람했다"며 "춘화는 옛날의 포르노 잡지와 같다. 사실감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울퉁불퉁한 화지에 그림을 그린 것이 차별화된다. 그리고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그려진 것이 아닌 직접적인 체험이나 다른 이들의 섹스 장면을 훔쳐본 후에 그림을 그렸다. 섹스 테크닉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에도시대의 춘화밖에 없는데 시대순으로 나열했더라면 성문화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한눈에 알수 있었을텐데..." 직장인 윤석은(61)씨는 "기대를 많이 하고 왔는 데 새로운 게 없다. 한국보다 중국, 일본 춘화가 많다. 한국 민족보다 더욱 솔직하게 성에 대해 표현했다. 나쁘게 얘기하면 천박스럽기도 하다"고 관람한 소감을 밝혔다. 또다른 관람객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섹스박물관에 가봤는데 성에 대한 표현이 상당히 자유롭다. 이곳엔 유럽 성관련 유물이 없는데 동양의 성문화와 비교할 수 있게 전시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동영상이나 화면으로 보여주는 공간이 마련돼 좀더 비쥬얼한 측면을 부각시켰으면 한다"고 밝혔다. 3층에서 관람객들에 차를 제공하고 있는 스탭에 따르면 "20대부터 8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학생, 주부, 회사인, 노인 등이 방문 살아온 방식에 의해 성문화를 보는 인식이 다르다. 감동적인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저질스럽게 여기는 이도 있다. 내가 보기엔 일본은 과장된 느낌이 강한 반면 중국은 칼라풀하다. 2층 신윤복, 3층 김홍도 선생의 모사본이 있는데, 이들 작품을 보면 한국 춘화는 정적이면서 그림 속에 당시 현실을 담고 있음이 엿보인다 조권진 큐레이터는 "200여점의 성문화 관련 유물들로 전시돼 있다. 민속품 수집가인 김영수 관장님이 10-15년 후의 박물관 개관을 꿈꾸던 중 미국, 유럽 등 각 나라마다 성문화박물관이 하나씩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 난 후 국내 성문화박물관 개관을 추진했다"며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의 성이 감추어진 부분이 많다. 그리고 관람객들이 한국 자료가 부족하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남아있는 자료가 없다보니 수집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고 애로점을 밝히기도 했다. 동영성(性)문화박물관은 휴관일도 없는 개관을 하고 있는데, 자리를 잡게 되면 기획전이나 특별전을 따로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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