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운전할 때 손으로 잡는 것이 핸들이다. 이른바 방향을 전환하는 조향장치다. 핸들도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각종 버튼이 달리고 심지어 핸들에 지능이 들어가기도 한다.

사실 핸들이라는 표현은 콩글리쉬다. 핸들은 손잡이고, 정확하게는 ‘스티어링 휠’이다. 방향을 전환하는 원형의 틀을 말한다. 굳이 우리말로 하자면 조향잡이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그냥 핸들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초기 자동차 스티어링 휠이 무척 컸는데, 그 이유가 앞바퀴에 자전거형 손잡이를 직접 연결한 조향장치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1890년대 양쪽 앞바퀴의 회전각 차이를 이용한 현대적 개념의 조향장치가 등장했다. 이때부터 원형의 스티어링 휠과 조향기어도 함께 나타났다. 그러나 사람의 손으로 모두 돌려야 했기 때문에 적은 힘을 사용하기 위해 스티어링 휠이 컸다. 일종의 지렛대 원리와 같은 맥락이다. 지금도 대형상용자동차의 스티어링 휠은 상당히 크다. 그건 당연히 세밀한 조향을 위한 조치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파워 스티어링은 1950년 개발된 것인데, 원래 트럭이나 버스 등의 대형차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대형차는 바퀴가 커서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는데 상대적으로 큰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스티어링 휠을 크게 만들어 운전자가 최소한의 힘으로 돌릴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럼에도 상당히 무거워서 엔진의 힘을 이용한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이 개발됐다. 쉽게 보면 유압이 손으로 돌리는 인간의 힘을 보조해 준다고 보면 된다.

이 파워 스티어링을 개발해서 1960년대에는 일반 승용차에 적용됐다. 특히 차체 앞부분이 무거운 전륜 구동차가 보급되면서 소형 대중차에도 확대 적용됐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이 너무 가벼워 고속주행 중 작은 충격에도 스티어링 휠이 흔들리는 문제점이 발생해 위험했던 것이다. 그래서 등장하게 된 것이 속도 감응형 파워 스티어링이다. 고속에선 스티어링 휠이 무겁고, 저속에선 가볍도록 개발됐다. 그러나 값이 비쌌던 게 단점이다. 그래서 유압이 아닌 전기를 활용한 방안이 등장하게 됐다. 이른바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이다. 전기는 자동차의 발전기에서 얻어내는데, 연비에도 상당히 많은 도움된다.

그래서 시동이 꺼지면 스티어링 휠이 무거워 지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힘을 얻어내는 방식으로 유압을 이용하든, 아니면 전기를 이용하든 자동차가 구동할 때 필요한 힘 같은 경우 유압은 엔진에서 전기는 발전기에서 얻도록 돼 있다. 그래서 시동이 꺼지면 엔진도 정지하고, 그에 따라 발전기도 멈추니 스티어링 휠이 무거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꼭 스티어링 휠이 원형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타원형도 나오고, 아래 부분은 운전자의 신체에 걸릴 수 있어 직선 형태도 등장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돌리는데 가장 편한 형태가 바로 원형이다. 스티어링 휠이 삼각형이나 사각형이라고 상상해 봐라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스티어링 휠과 연관해서 바퀴의 구동도 달라진다. 이는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두 바퀴가 좌우로 움직여 조향한다. 하지만 요즘은 네 바퀴 모두가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콘셉트카로 등장하기도 했지만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하는 자동차도 있다.

또한 요즘 스티어링 휠에 각종 버튼이 많이 붙어 있는데, 기본적으로 운전할 때 스티어링 휠은 붙잡고 있으니 가급적 손을 떼지 말라는 것이다. 오디오 조작도 되고, 변속 조작도 된다. 이러다 스티어링 휠에 모든 제어시스템들이 붙게 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최근에는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스스로 주차 해 주는 자동차가 나온 것을 보면 스티어링 휠도 똑똑해 지는 것이다. 물론 이 자동차의 경우 스티어링 휠 보다는 여러 자동차 전장시스템이 장착됐기 때문이긴 하지만 어쨌든 앞으로는 인간이 스티어링 휠을 붙잡지 않아도 될 때가 곧 도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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