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의혹 자회사 들춰보기

자식 모두 잘 살길 바라는 게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다. 주진우 회장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최근 사조그룹이 장남의 회사에 비해 규모가 작은 차남의 회사를 돕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차남이 최대주주인 회사는 사조시스템즈. 내부거래비중이 높아 일감몰아주기 대표사례로 지목받는 회사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사조씨푸드와 사조대림이 사조시스템즈에 채무보증을 섰다. 지분관계가 없는 회사의 지원이었다. 일감에 자금까지, 사조시스템즈 지원소식이 연달아 들리자 ‘장·차남의 자산균형 맞추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조시스템즈를 살펴봤다.

주진우 회장 차남 지분 53% 내부거래비중은 91%
장남은 사조인터내셔널 장악…후계승계 차근차근?

▲ 주진우 회장 /사진출처 : 사조그룹 홈페이지 캡처

채무보증, 특별하진 않지만

사조대림은 4월 25일 계열사인 사조시스템즈에 130억원 규모 채무보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기업일반자금대출(시설자금)로 사조시스템즈가 신설 중인 평택물류센터의 자금조달을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사조시스템즈가 외환은행에서 차입한 돈은 100억원이었다.

이전에도 사조시스템즈는 사조씨푸드로부터 채무보증을 받았다. 사조씨푸드는 1월 16일 사조시스템즈에 370억원 규모 채무보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 또한 평택물류센터 신축을 위한 지원이었다. 당시 사조시스템즈는 산업은행에서 250억원, 광주은행에서 100억원 등 총 350억원을 차입했다.

물론 기업에게 채무보증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신용이 낮은 자회사를 위해 모회사가 채무보증을 결정했다는 공시는 빈번했다. 사조시스템즈도 매출보다 많은 돈을 빌리기 위해 이들의 도움이 필요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사조그룹 측도 “은행에서 계열사에 채무보증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고 채무보증 없이는 차입을 안해준다”며 “일상적인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사조시스템즈에 대한 양사의 채무보증을 의아하게 쳐다봤다. 지분관계가 없는 사조씨푸드·사조대림이 지원사격에 나섰다는 점이 지적됐다. 사조대림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는 아니다”며 “채무보증은 그때그때 사정에 맞는 계열사가 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조시스템즈가 내부거래비중이 높은 오너일가 회사라는 데 의구심이 짙어졌다. 후계승계를 위한 지원사격 아니냐는 풀이다.

높디높은 내부거래비중

사조시스템즈는 부동산 임대업, 용역경비업, 전산업무 용역서비스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지분구조는 지난해 말 기준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15.3%, 주 회장 차남 주제홍씨 53.3%, 사조산업 31.4%로 나뉜다. 주제홍씨가 최대주주며 시장에서는 사조그룹의 후계승계를 위한 발판으로 꼽고 있다.

내부거래비중이 높아 도마에 오르는 회사이기도 하다. 공시에 따르면 2012년 사조시스템즈의 매출은 69억5900만원, 계열사거래는 63억5900만원으로 내부거래비중이 91%를 웃돌았다. 2011년 내부거래비중이 66%(매출 65억5700만원, 계열사거래 43억6000만원)였던 것과 비견할 때 대폭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1~2012년만 사조시스템즈의 내부거래비중이 증가한 것은 아니었다. 2010년 내부거래비중은 59%(57억100만원, 33억9400만원)를 상회했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놀라움은 더해진다. 지난 3년간 사조시스템즈의 매출은 약 13억원, 계열사거래는 약 30억원 증가했다. 둔화된 매출을 계열사거래가 열심히 따라잡은 모양새다.

앞으로도 사조시스템즈의 내부거래비중은 높을 것으로 보인다. 평택물류센터가 그 이유로 지목된다. 사조씨푸드는 채무보증 당시 “일반수산물 및 횟감용 참치 등 내수물량 확대에 따른 수도권 물류기지로 (평택물류센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사조씨푸드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사조그룹은 수산, 수산유통, 식품, 축산 등을 사업부문으로 영위 중이다. 특성 상 물류센터 활용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사조시스템즈의 매출이 늘어나는 데 사조그룹이 크게 일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내부거래비중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란 주장과 상통한다.

게다가 매출이 증가하면 사조시스템즈의 가치도 올라간다. 주주들이 가지고 있는 지분가치도 높아진다는 의미다. 사조그룹이 사조시스템즈에 일감을 몰아주고 채무보증을 서주는 것과 관련, 후계승계에 대한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사조시스템즈는 지난해 7월 사조오양의 최대주주(지분율 21.9%)가 되면서 지배구조 중심축으로 급부상했다. 사조오양이 사조그룹의 핵심계열사이기 때문이다. 사조그룹의 지배구조는 주 회장을 정점으로 사조산업→사조해표→사조대림→사조오양으로 이어진다. 이 외에도 사조시스템즈는 사조산업(1.97%), 사조해표(3.64%), 캐슬렉스제주(20.5%) 지분을 통해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그룹 내 주제홍씨의 영향력도 커진다는 뜻이다.

한편, 장남 주지홍씨는 사조인터내셔널의 최대주주(47.28%)다. 사조인터내셔널은 선용품 및 농수축산물 도매업을 영위 중인 회사다. 지난해 내부거래비중은 60%(매출 507억원, 계열사거래 307억원)를 웃돌았다. 사조시스템즈보다 외형가치를 높게 평가받는다.

이에 일각에서는 평택물류센터에 대한 그룹차원의 지원이 차남 주제홍씨의 자산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라는 주장이 나왔다. 두 아들이 최대주주인 회사의 자산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사조그룹 측은 “식품사업을 하면 물류센터가 필요하다”며 “사조시스템즈의 물류센터 건설은 수년전부터 검토한 사안”이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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