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 맥주의 진로 인수로 거세지는 반발진영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로 주류업계에는 일대 지각 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57%(맥주)와 55%(소주). 맥주와 소주의 최강자가 한지붕 아래 살게 됐으니 국내 주류시장에 거대한 공룡이 탄생한 셈이다. 이에 따라 주류업계의 거대 공룡이 된 하이트맥주의 확장세가 어디까지 급속히 퍼져나갈지에 경쟁 주류업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하이트의 진로 인수를 최종 승인함으로 하이트맥주는 맥주와 소주, 위스키를 모두 갖춘 종합주류회사로 거듭나게 된 것. 공정위는 그러나 몇가지 조건도 제시했다. 공정위는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주류 제품 가격을 5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이내에서 인상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3개월 내에 불공정거래 방지안을 보고하도록 했다. ▲또 양사의 영업관리 조직을 5년 동안 통합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도매상 물품 출고내역을 5년간 반기별로 보고토록 했다. 이는 하이트가 진로를 인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경쟁 제한적 요소를 최소화하기위한 장치들이다.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이라는 결론을 내림으로써 주류업계 공룡탄생으로 인한 부작용은 상당부분 줄어들 수 있게 됐다. 특히 오비맥주 등이 우려했던 유통망 장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양사의 영업 관련 인력을 5년간 분리운영하는 조건을 공정위가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진영이 반발도 만만치 않다. 오비맥주는 2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를 조건부 승인한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법률자문단이 다양한 법률적인 대응을 검토하고 있으며, 수일 내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혀 논쟁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 하이트, 술시장의 독무대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함에 따라 술시장의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 58%를 차지하는 하이트의 맥주시장 점유율에 진로인수로 55%의 소주시장까지 추가됐으니 ‘주류 공룡’시대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주와 맥주로 나뉘는 술 시장을 고려한다면 하이트의 국내 술시장 천하통일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대다수 업계의 반응이다. 특히 ‘도매장’이라는 중간 유통단계를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엔 하이트가 공정위의 여러가지 조건부 사안들을 시행하겠지만 경제적인 논리로 볼 때 그렇게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OB맥주에 뒤지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 맥주시장을 점차적으로 공략하는 한편 하이트가 도매장을 장악하고 있는 부산과 대구 등 영남권시장에 진로 참이슬의 파워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또 다른 효과로는 위스키 사업과 해외사업에 대한 비전이다. 하이트는 ‘랜슬럿’이라는 브랜드로 위스키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브랜드력이 약해 시장(3.9%)에서 밀리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하이트는 이번 진로 인수를 통해 위스키시장의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진로가 국내 위스키시장의 최고 업체인 진로발렌타인스 지분을 30%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와 진로발렌타인스가 보조를 맞춘다면 위스키시장에서도 막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밖에 세계 60개국에 진출해 있는 ‘진로 재팬’이라는 든든한 해외법인망도 술시장의 내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자금조달 원할한가? 하이트맥주의 진로인수 총액은 3조4100억원으로 이중 계약금 10%는 이미 법원에 납부한 상태이며, 앞으로 하이트맥주, 군인공제회, 교원공제회, 산업은행, 새마을금고 등 컨소시엄이 채권단에 납부해야 하는 금액은 3조원 가량 남아 있다.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의 지분투자 비율은 하이트맥주 52.2%, 한국교직원공제회 21%, 군인공제회 16.5%, 한국산업은행 4.1%, 새마을금고연합회 및 산은캐피탈 6.2% 순이다. 하이트가 진로를 최종적으로 인수하게 됐지만 컨소시엄 중 가장 많은 2조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하이트는 그동안 진로 인수금액 조달을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단기차입금 1400억원을 빌린데 이어 전환사채로 3000억원의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해 놓은 상태다. 아울러 컨소시엄의 지분출자 외에 추가 소요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산업은행과 1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 준비 작업을 진행중이다. 인수대금에 대해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인수대금 중 채권단 빚을 갚는데 쓰이는 3조원을 뺀 나머지 금액은 모두 경영정상화를 위한 운전자금으로 사용된다”며 “약 1조원의 미확정 채무 및 소송채무액은 그 지급의무가 확정될 때까지 유보돼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입찰대금에서 총채무를 변제하고 남는 돈은 4100억원 정도. 여기에 진로 내부 현금 유보액인 5000억원, 비영업 부동산 및 유휴설비 1000억원 등 총 1조원을 상계할 경우 실질 인수금액이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하이트맥주가 자금조달을 잘 해결하더라도 대규모 전환사채 발행에 따른 가치 희석 등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편 하이트맥주를 제외한 소주·맥주·위스키업체들은 양사가 결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독과점 폐해가 충분히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거대자본의 힘에 밀려 승인을 했다며 이는 주류업계 전체의 존립기반을 무너뜨리는 ‘실패작’이라고 맹비난했다. 특히 오비맥주 등은 법적 대응을 천명하고 나서 하이트의 진로 인수를 둘러싼 잡음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맥주와 소주는 알코올 도수가 다른 별개의 시장이어서 독과점 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다”고 승인 배경을 설명했으나 업체들의 반발을 무마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오비맥주는 21일 ‘공정위의 4가지 조건에 대한 오비맥주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법적 대응을 불사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오비맥주는 우선 ‘5년간 가격인상 제한’에 대해 “가격도 점유율처럼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형성되는 만큼 이를 통제할 경우 시장의 가격결정 구조가 왜곡된다”며 “가격 제한을 받으면 하이트는 점유율 확대에 더욱 집착할 수밖에 없고 억제된 가격 인상력이 끼워팔기 의도로 전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5년간 하이트와 진로의 영업조직 분리’ 조건에 대해서도 “영업조직이 분리된다고 해서 끼워팔기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적인 시장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비맥주는 특히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다양한 법률적 대응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수일 내에 구체적인 대응책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복주, 보해, 무학, 선양 등 지방소주사들도 공정위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매우 실망스런 결과로, 주류업계 전체의 존립기반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지방소주사들은 조만간 전체 회동을 갖고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키로 해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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