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거나 앞 유리에 먼지가 있을 때에는 손쉽게 와이퍼를 작동시켜 닦으면 된다. 이 와이퍼가 없다면 사고가 당장 급증할 것이다. 와이퍼라는 말은 어떻게 생겨난 걸까. ‘와이프’가 유리를 닦아줬다고 해서 ‘와이퍼’가 됐다는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와이퍼를 영문으로 쓰면 ‘wiper’가 된다. ‘와이프가 닦는다’라는 의미로 보면 ‘와이퍼’는 ‘닦는 사람’이 된다. 초창기 앞 유리를 주로 아내인 wife가 닦아줬다고 해서 ‘wifer’로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물론 유래를 알고 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할 수 있다.

와이퍼는 자동차가 발명되고 34년 후인 1919년에야 비로소 실용화됐다. 미국 버밍햄에 살던 마리 앤더슨 부인이 아이디어 창안자다. 1903년 여름, 뉴욕에 간 앤더슨 부인은 비 내리는 날 전차를 탔다. 전차 운전사가 빗줄기 때문에 제대로 운전을 못하는 것을 보고 집에 돌아와 몇 달 간 연구했다고 한다. 연구 끝에 빗자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창문 닦기’라는 간단한 기구를 발명해 특허를 받았으나 실용화되지는 못했다. 이 때 앤더슨 부인이 발명한 ‘창문 닦기’는 손잡이를 돌리면 좌우로 움직이는 와이퍼 형태였다.

15년 후 앤더스 부인의 ‘창문 닦기’는 포드자동차의 한 기술자에 의해 1919년 재탄생 했다. 당시에는 수동식이어서 비가 오면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조정하면서 동시에 와이퍼 손잡이를 돌려야 했다. 옆자리에 동승한 사람은 비가 오면 레버를 돌려 빗물을 닦아주는 것이 관습이었다. 당연히 옆자리에는 주로 부인이 많이 앉았을 것이다. 와이퍼를 와이프가 돌려주니 와이퍼가 ‘wife’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추정된다.

지금의 와이퍼는 1929년 진공모터로 돌려주는 반자동식 와이퍼가 발명돼 포드 링컨차에 적용된 것부터 시작됐다. 이 와이퍼는 진공모터라서 엔진이 꺼지면 압축공기를 만들 수 없어 작동이 불가능하다. 작금의 전기모터 와이퍼가 나온 것은 1950년 초. 배터리의 전기를 직접 쓰기 시작하면서 엔진이 꺼져도 움직이게 됐고 워셔도 함께 등장하게 됐다.

통상 와이퍼는 두 개지만 한 개짜리도 있다. 우리나라 차에도 한 개짜리 와이퍼가 적용된 사례가 있다. 와이퍼 중심을 가운데 두고 좌우를 오가는 방식인데, 유리창을 닦는 면적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한 개라서 공기저항도 적다. 그러나 와이퍼 블레이드에 문제가 발생하면 운전자 시야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또한 와이퍼를 작동시킬 때 워셔액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보닛에서 워셔액이 물줄기 쏟듯 나왔는데 요즘은 달라졌다. 이는 어떻게 하면 유리를 말끔히 닦아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생겼다. 보닛에서 쏠 경우 힘이 너무 세면 유리를 넘어 차 윗부분으로 워셔액이 튀고, 분사압력이 적으면 유리아래 부분만 뿌려줘 분사노즐을 와이퍼로 옮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줄기 방식보다는 분무식으로 골고루 유리에 워셔액을 뿌려주는 방식이 나오게 됐다.

요즘은 레인세싱 또는 우적감지, 빗물감지 등이라 해서 비의 양을 감지해 스스로 작동하는 전장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손으로 레버를 돌려서 와이퍼를 작동했던 앤더슨 부인이 요즘 세상에 타임머신 타고 오면 기절초풍 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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