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오복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세상에 살면서 누릴 수 있는 복이 다섯가지가 있다는 뜻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장수하는 것이 오복 중 으뜸이고, 다음으로 부유한 것, 건강한 것, 덕을 숭상하고 행하는 것, 천명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세태를 보면 나라의 걱정거리 중에 장수하여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다섯손가락 안에 꼽는다. 어떤 사람은 이를 재앙이라고까지 일컫는다. 어쩌다 보니 오복 중 으뜸이 국가적 근심으로 전락했다. 이웃 일본은 우리보다 평균수명이 긴데, 바로 그것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우리도 그 길을 따라갈 것이라고 걱정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우리의 평균수명이 80안팎으로 늘어났다고 하지만, 120세가 되려면 멀었는데 벌써부터 아우성이다.

오래 산다는 것은 오래된 소망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오래만 살 것이 아니라 품위 있는 삶을 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고품질의 삶이란 첫째는 건강하게 살아야 할 것이다. 자리에 누워서 화장실출입조차 제대로 못하거나 자기 몸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자녀들의 수발을 받으며 산다면 품위 있는 어른이 되기보다는 집안의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또 정신이 온전치 못하여 가족들을 괴롭히면서 오래 산다면, 그 또한 복받은 삶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오래 살면서 가족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려면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경제적으로 넉넉해야 한다. 유별나게 부유할 필요는 없지만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여유는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금 노년기로 접어드는 사람들은 이전 세대보다는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면에서는 젊은이들에게 신세지지 않고, 오히려 젊은 캥거루족들을 먹여 살리는 넉넉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는 것은 썩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어쩌면 다행한 일이기도 하다.
 
끝으로 품위있는 삶을 살려면 일을 그치지 않아야 한다.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힘드는 일인 만큼, 일하지 않고 쉬기만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일과 휴식은 수레의 양쪽바퀴와 같아서 하나가 없으면 굴러가지 않는다.
 
멋진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쉬면서 휴가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은퇴한 노인들에게는 싼 임금으로 일거리를 제공하는 제도를 생각해봐야한다. 그들에게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이라는 재산이 있다.
 
자녀들을 모두 키워서 배필을 정해준 노인들에게는 많은 돈이 필요없다. 일한다는 보람과 긍지를 가질 수 있으면 된다. 몸이 건강하고, 살림이 넉넉하고, 할 일이 있어 보람을 느낀다면, 정말 고품질의 삶이 될 것이다.
 
참으로 고맙게도 시사신문사에서 내게 칼럼을 써달라고 한다. 귀한 지면을 할애해서 내게 주는 것은 독자들과 지혜를 나누라는 뜻으로 알고, 감히 사양하는 시늉도 하지 않고 칼럼을 맡겠다고 선뜻 나섰다.
 
제목을 무엇으로 할까 생각하다가 사람의 수명이 120년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120칼럼으로 정했다. 앞으로 120칼럼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수명을 즐기며, 고품질의 삶으로 채우고 싶은 소망을 차곡차곡 담아갈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