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주도권확보, 타 후보와 전략적 연대 통해 대권 노린다

정.부통령제 개헌에 대해 공감. 손학규, 고건 러닝메이트 후보로... 여의도 연구소장 김기춘 임명. TK, 이회창계와 적극 연대로 우군확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목적지를 향해 순조롭게 항해 중이다. 대선실패, 탄핵사태, 대선자금수사 등으로 인해 위기에 빠졌던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등장. 지난해 4.15 총선에서 선전하며 일약 유력대권후보로 떠오른 박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다시 대표최고위원으로 당선돼 당내 기반을 확고히 다졌다. 지난해 연말 4대입법안 처리과정과 수도 이전 사안을 놓고 당내갈등이 빚어지는 등 중간중간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적절한 대응을 통해 큰 무리없이 당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다. 박 대표도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그동안 당 운영에 대해 대체로 만족감을 내비쳤다. 그는 "어떻게 지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고민하면서 노력해왔다"며 "당의 체질도 1년전에 비해 조금씩 변화됐고 국민의 평가도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또 "대표가 되면서 당의 3가지 목표로 정책, 원내, 디지털 정당을 정했다"고 상기하면서 "열심히 노력해 디지털에서도 성과를 냈고, 정책정당에서도 시스템으로 뿌리내리지는 못했으나 분위기는 익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통령제 개헌 찬성, 시기도 빠를수록 좋아 그러나 정작 관심을 끈 대목은 정치권에서 논의중인 개헌론에 대한 입장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다. 그동안 정.부통령제가 개인적인 소신이라고 밝혀왔던 박 대표는 "당 차원에서 논의된 것은 아니며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다음 선거에라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 정책의 연속성이나 책임정치, 국가경쟁력을 키우는데 있어 4년 중임제가 낫다”며 “그러나 논의를 시작하면 민생이 실종되기 쉬워 정략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전문가를 통해 연구를 시작하고 공론화가 되면 정치권에서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라며 개헌 논의는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차기 대선에서 여권이 정.부통제를 제의할 경우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대권에 뜻을 두고 있는 박 대표로서는 러닝메이트 후보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돼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러닝메이트 대상이 '과연 누가 될 것이냐'다. 당내 일각에서는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고건 전총리를 염두해 둔 발언이라는 해석도 있다. 손 지사는 올해 신행정수도이전 특별법과 관련 당 내분이 일었을 당시 박 대표와 접촉하며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이명박 서울시장 측이 중심이 돼 박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것과는 비교되는 행보였다. 특히 손 지사는 당시 단식농성을 하던 전재희 의원을 직접 접촉하는 등 반대파 의원들과의 면담을 통해 설득작업에 나서는 열의도 보였다. 경기도와 충남의 상생조약 체결, 심대평 충남지사가 추진 중인 신당과의 연대설 등 손 지사가 경기도라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한나라당에 대해 반감이 심한 충청권을 공략하기 위한 계산이 담긴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박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해 종종 비판적인 어조를 보이기도 했던 손 지사가 박 대표와의 긴밀하게 접촉한 데는 계산된 면이 있다는 게 당내 지적. 양측 모두 자기 색깔을 분명히 내며 대권에 대한 뜻이 분명한 이 시장을 경계하고 있어 행정수도 이전논란 문제에 뜻을 함께하며 연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당 핵심당직자도 "박 대표는 자신과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는 이 시장 그룹보다 손 지사와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는 게 현실적으로 유리하게 본다"며 "당내 우호세력이 이 시장에 비해 약한 손 지사도 박 대표와 협력하는 게 손해 볼 것 없어 향후 행보에 있어 두 사람의 관계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고 전총리와의 결합은 서진정책의 완결판 그러나 박 대표가 정작 공을 들이고 있는 인물은 고건 전 총리라는 말이 당내에서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특별한 정치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최근 싸이월드에 개인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외국방문 등 올해 들어 점차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는 고 전 총리와 연대할 경우 차기 대권의 꿈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두 사람이 결합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폭발력이 있지만 영.호남의 결합에 더 큰 의무를 갖고 있다. 전북 군산 출신인 고 전 총리는 현재 여권의 지지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에서조차도 확고히 1위를 달린다. 관심을 끄는 것은 호남의 적자임을 내세우고 있는 여권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인기를 넘어서 그 격차도 더욱 벌여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호남민심은 고 전 총리에게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여권 내부에서도 나온다. 열린우리당 전북 도당 관계자는 "전북도 정 장관이 밀리고 있지만 광주 전남에서는 더욱 그렇다"면서 "정동영보다 고건이 우리의 대안이 되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털어놨다. 박 대표 입장에서는 고 전 총리와 연대할 경우 취임초부터 당 연찬회를 구례에서 갖는 등 그동안 공을 들여왔던 호남의 민심을 얻을 수 있어 매력적인 카드다. 사실상 서진정책의 종결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정.부통령제가 실시될 경우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라는 영.호남 조합이 완성돼 강력한 힘을 얻게 되고 지역갈등 해소라는 명분도 얻을 수 있어 박 대표측이 고 전 총리와의 연대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 대표도 고 전 총리의 영입문제에 대해 “고 전 총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고, 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면서도 “한나라당은 이번 대선에서 꼭 승리해야 하며, 이를 위해 훌륭한 분들을 많이 모셔야 하는 만큼 그런 차원에서 고 전 총리의 영입도 문이 열려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히며 내심 영입의사가 있음을 피력했다. ◆당 지도부에 우군세력 등용 통해 대권기반 확고히 대권후보군과의 연대를 고려함과 함께 박 대표측이 신경을 쓰는 부분은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동안 당내 입지를 보다 확실히 세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 대표 측은 이회창 전 총재라인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에 대해서는 “정계를 은퇴하고 계신데, 자꾸 정치권에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실례”라고 일축하며 경계심리를 내비치면서도 과거 이 전 총재를 위해 일했던 인사들을 당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통해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최근 정치권에 논란을 빚었던 여의도 연구소의 4.30 재보선 사조직 동원 관련 문건 사태이후 사퇴한 윤건영 의원의 후임으로 김기춘 의원이 임명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한다. 과거 대선에서 초원복집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는 김 의원은 박 대표와 동향인 TK사단이지만 이 전 총재측과도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온 인물이다. 박 대표는 일단 "제일 우선으로 하는 것은 그 일을 맡아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이라며 "이번에도 그런 차원에서 했다"고 원칙적인 수준으로 임명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당 핵심당직자는 "박 대표가 김 의원을 당의 핵심브레인 역할을 맡고있자 차기집권 전략을 구상 있는 여의도 연구소장으로 임명한 것은 TK 출신에 대한 배려도 있지만 이 전총재 측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림수도 포함돼 있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의 이 전총재 그룹과의 연대는 그 동안의 당내 인사에서 기용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잘 드러난다. 특히 자신의 비서실장은 철저히 이 전 총재의 측근들로 짜여졌다.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진영 의원과 현 유승민 비서실장 모두 이 전 총재가 아꼈던 인물이다. 자신을 그림자처럼 보좌해야하는 역할인 비서실장에 그들을 기용한 것은 그만큼 이 전 총재측 인물들에 대해 박 대표가 갖는 애정을 보여주는 셈이다. 또 현 김무성 사무총장과 맹형규 정책위의장, 나경원 공보특보 등도 이 전 총재측 사람들이다. 정계는 은퇴했지만 여전히 막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이 전 총재 그룹의 지원을 확보해야 당내 이명박 시장계와의 마지막 혈전에서 승리할 수 있고 당권을 확실히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당 혁신위가 혁신안을 들고 박 대표를 압박하며 조기 전당대회개최문제를 거론하고 있어 다른 어느 때보다 당내 우군의 힘이 절실한 상황이라 박 대표의 '창에 대한 사랑'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취임 1년, 여성대통령 시기상조론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번 해보라” 는 말로 강한 대권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박 대표. 그는 일주일간의 여름휴가에 들어간 상태다.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며 독서와 함께 하반기 정국구상을 하며 휴가를 보낼 계획”이라는 박 대표가 하반기 당 운영계획과 차기 대권을 향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