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자동차에만 이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색에도 이름이 있다. 색상도 창조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그냥 있는 페인트를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니다. 오늘은 자동차 색상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우리나라 자동차 색상은 흰색과 검은색, 은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 이유는 국내 소비자들이 무채색 계열을 가장 선호하기 때문이다. 무채색 계열 차는 중고차로 처리할 때도 무난하다. 살 때는 돈을 더 주고 구입하지만 팔 때는 제 값 받지 못하니 무채색을 구입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것이다.

색상도 창조의 과정이다. 통상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는 색상 종류가 대략 50가지 내외다. 하지만 색상은 수십만가지 종류에 달한다.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채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검은색이라도 모두 동일하지 않다고 보는 게 색상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따라서 자동차를 개발할 때는 색상도 함께 개발에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작명을 하게 되는데, 사람도 태어나면 이름을 붙이고 자동차도 이름을 붙이는 것처럼 색상도 새롭게 만드는 만큼 작명하게 된다. 이른바 네이밍 과정이 필수다. 하지만 수백 종류에 달하는 색상을 표현하기에는 단어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자동차 색상명은 대개 영어식으로 표기한다. ‘사이버그린(Cyber Green)’이니 ‘골든 옐로우(Golden Yellow)’니 하는 색상명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한 항목은 자동차의 컨셉이다. 색상에 따라 자동차를 선택하는 시대로 인해 독특한 색상명은 자동차의 이미지를 좌우하기도 한다.

이때 주로 색상에 이름을 붙일 때는 단순하게 ‘블랙’, ‘실버’, ‘화이트’ 등 색상명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 자동차에 보다 어울리는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백색은 ‘갤럭시 화이트(Galaxy White)’, 은색은 ‘폴리실버(Poly Silver)’, 검은색은 ‘그라나다 블랙(Granada Black)’등 반드시 색 앞에 수식어를 붙인다. 파란색도 ‘블루 스카이(Blue Sky)’로 부르면 뭔가 있어 보이는 듯한 것이 그 예다.

또한 주로 작은 차에는 경쾌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검은색은 과거 ‘클래식 블랙(Class Black)’으로 불렀다. 클래식을 붙이니 조금 있어 보이고, 노란색을 ‘써니 옐로우(Sunny Yellow)’라 부르면 뭔가 달라 보이는 것도 같은 선상이다. 간혹 유명인의 이름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는데,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흰색을 좋아해서 흰색을 ‘앙드레김 화이트’로 부르기도 했다.

그런데 이것도 나라마다 선호하는 색상이 다르다. 사실 한국을 대표하는 색상은 흰색이다. 그래서 흰색에 갖가지 이름을 붙인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붉은 색을 선호해서 ‘이탈리안 레드’라는 색상명까지 등장했다. 프랑스는 냉정과 평온의 이미지를 담은 청색을 선호한다. 독일은 은색이 가장 많이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색은 평범함의 상징이면서 묵묵히 자기 책임을 다하는 게르만족 특성이 묻어나는 색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은색은 비교적 많이 팔리는 추세다.

색상에 따라 사고율도 달라진다. 통상 파란색 차가 사고율이 높고, 그 다음이 녹색이라고 한다. 이는 파란색이나 녹색은 후퇴색이어서 보행자가 차를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파란색이라도 명도나 채도가 낮은 색은 더 위험하다. 반대로 빨간색은 진출색이어서 다른 보행자나 운전자에게 주의를 준다. 이중 사고율이 낮은 색상은 은회색인데 이는 가장 쉽게 눈에 띠기 때문이다.

사실 색상은 나라마다 그 선호도가 다르고 색상에 따라 사고율도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색상은 아무런 의미 없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 개발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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