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불안정한 고용'에 고통받는 시간강사

서울대 시간강사 백모씨의 죽음은 대학 시간강사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 됐다. 열악한 처우에 놓인 대학 시간강사의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소속 조합원과 교수노조 등 50여명은 지난 8일 청와대 앞에서 '비정규직 철폐와 교원신분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시간강사의 처우에 관한 문제는 국내 대학 교원 임용 체계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현재 국내 대학은 부족한 교수의 수를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운 저임금의 시간강사제도를 기반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부는 교수충원률을 2002년 70% 2003년 80% 2004년 90%로 지침을 내리고 있으나 2002년 기준 국립대만 64%를 채우고 있을 뿐 공립대와 사립대는 6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교수 1인당 학생수는 국립대 28.4명, 공립대 34명, 사립대 33.4명(2002년)으로 OECD평균이 15.1명임을 감안했을 때 거의 두 배 수준이다. 비정규직교수노조도 교수충원률을 단계적으로 높여나가되 당장 교원지위를 인정을 통한 안정적인 법적지위와 4대보험 혜택만이라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고등교육법 제14조 2항에 따르면 시간강사는 교원의 범위에서 제외돼 있다. 시간강사 평균연봉 5백~6백만원 수준, 지위는 ‘일용잡급’ 시간강사는 교원·노동자로서의 지위를 보장받지 못한다. 따라서 고용불안과 저임금은 물론 4대 보험 혜택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일용잡급'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다. 대학시간강사의 평균연봉은 5백∼6백만원 수준. 정규직 교수의 평균 연봉이 6천만원 정도임을 감안할 때 1/10수준이다. 이들 대부분이 10년 이상 공부한 박사급 인력임을 감안할 때 대학별로 강사료의 편차도 매우 크다. 강사료가 적은 전문대학의 경우 시간당 1만5천원에서 규모가 큰 사립대의 경우 4만5천원까지 다양하다. 평균 강사료를 2만5천원으로 잡았을 때 일주일에 3시간짜리 3학점 강의를 맡았을 때, 한달 임금은 30만원 수준이다. 거의 대학생 과외 아르바이트 정도의 수입이다. 따라서 강의를 3개 정도는 해야 생계유지가 가능하다. 그런데 한 학교에서 강의 3개를 따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서울, 광주, 부산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 수백km씩 이동하며 2∼3개 학교에서 강의를 한다. 물론 교통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나마 요즘과 같은 방학 기간에는 계절학기 강의를 하지 않는 이상 영락없는 실업자 신세다. 그럼에도 강사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강의를 따기 위해 교수를 찾아다니거나 교수채용 정보를 수집하고 다니는 등 치열한 교수임용 경쟁을 한다. "돈은 못 벌어도 좋다. 안정적으로 강의와 연구를 할 수만 있으면..." 시간강사들은 많은 돈을 바라지도 않는다. 편히 연구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랄 뿐이다. 한 학기 단위로 맺는 강의 계약은 다음 학기를 전혀 기약할 수 없게 만든다. 더구나 수강인원이 적어 폐강이라도 하게 되면, 실업자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버린다. 강의가 시작된 이후에는 타학교에서의 강의를 따낼 수도 없다. 열악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강사들이 고통을 감내하는 이유는 '정규직 교수 임용'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 교수가 되면 일단 고용이 안정되고, 수입도 10배 가량 상승하며, 강의 부담이 줄고 안정적으로 연구 활동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교수임용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쉽지가 않다. 교수가 되려는 이는 많고, 자리는 적기 때문이다. 이런 시간강사의 열악한 환경은 대학교육의 총체적 부실의 원인과 대학 학문의 발전을 초래하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이 교양과목의 강의를 시간강사에게 맡기고 있는데, '강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문제는 강사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비정규직교수노조 변상철 위원장은 "맞벌이 구조가 되지 않으면 강의와 연구 외에 부업을 해야 하고, 부업을 하다보면 강의준비와 연구에 소홀해 질 수밖에 없고, 결국 강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대학에서의 비정규직교수 강의 질 저하를 비난하기에 앞서 이런 구조적 결함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시간강사의 처우가 현상태를 계속 유지하게 된다면 학자의 길을 택하는 사람들의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10년 넘게 공부해 석박사를 딴다고 한들 미래에 대한 보장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