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 참전용사 출신으로 동해상에서 납북됐던 어부 ㄱ씨(61)가 30년 만에 귀환했다. 납북자 가족모임 측은 14일 지난 1970년대 중반 오징어잡이 조업을 하던 중 동료 어부들과 함께 북한 경비함에 납치됐던 ㄱ씨가 전날 인천공항을 통해 무사히 입국했다고 전했다. ㄱ씨는 현재 관계당국의 조사절차를 밟고 있다. 납북어부가 북한을 탈출해 귀환한 것은 이번이 4번째로 ㄱ씨는 정부가 추산하고 있는 납북억류자 명단 486명에 포함돼 있다. 국군포로 새터민의 경우 수억원의 보상금을 노린 브로커들이 경쟁적으로 나서 그동안 51명이 입국했지만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납북자들의 입국은 그만큼 어렵다. 그는 그동안 함께 납북됐던 동료어부 20여명과 평양 부근의 닭목장 등지를 전전하다가 탈북을 결심했다. 지난 3월 말 탈북, 지원단체의 도움으로 선양(瀋陽) 주재 한국영사관에 무사히 진입한 ㄱ씨는 그러나 이후 남북으로 흩어진 가족들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평안남도에 두고온 가족들(부인 및1남1녀)이 눈에 밟혀서다. ㄱ씨는 노모(82·강원 주문진)와 남동생(48) 등 남측 가족들의 애절한 설득 끝에 최근에야 남행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 강릉 태생인 ㄱ씨는 월남전 초기인 66년 사병으로 파병돼 2년 동안 근무하고 돌아온 엄연한 대한민국 주민이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돌아온 ㄱ씨를 기다리는 `배려의 손길'은 싸늘하기만하다. 잃어버린 세월에 대한 아무런 보상체계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이재근(2000년)·진정팔(2001년)·김병도(2003년)씨 등 그동안 탈북, 입국했던 납북어부 3명에게 `일반 새터민에 준하는' 어정쩡한 보상을 해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작년 4월 납북자특별법 제정을 권고, 이후 행정자치부에서 법제화를 맡았지만 아직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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