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처리를 위한 여야 협상이 뒤늦게 타결되었다. 서로 간에 네 탓 공방해 오다가 원내지도부간 겨우 합의가 있었다. 지루하게 평행선 협상만 오다가 다행이다.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주고받기 식으로 겨우 타협한 것 같다. 하마터면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달포가 넘도록 처리되지 못할 뻔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의 골격을 갖출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행태를 보는 국민들은 안타깝다. 늦장처리 정부조직법에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정치실종으로 고스란히 국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정부조직법 처리가 지연되면서 부처별로 ‘한 지붕 두 장관’ 동거라는 어색한 상황이 지속되기도 했었다. 정식발령을 받지 않아 새 정부의 장관들은 실질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어도 급여도 받지 못했다. 할 일없는 전임 장관들이 급여를 타가는 이상한 사태마저 연출되었다. 이는 전적으로 협상력과 정치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국회의 책임이다.

지난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공직자들은 사실상 두 손을 놓고 있다시피 해 왔다. 가뜩이나 잦은 조직개편으로 피로도가 쌓인 부처만 탓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공직자가 제대로 일하지 않는다면 행정의 소비자들만 피해를 본다. 민간기업과 국민들만 손해다. 정부조직개편이 늦어지면 정책방향도 수립할 수가 없다. 정책수혜자들은 갈피를 못 잡을 게 뻔하다. 여야는 당리당략 때문에 원성을 못들은 척 했을 게다. 후진적인 정치구조의 전형이다.

대통령 취임식을 가진 뒤 한참 뒤에야 일부 장관들만 참석한 가운데 첫 국무회의가 열린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께서는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으로 인한 국정차질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리고는 정부조직법의 조속한 처리를 거듭 촉구하면서 국정 정상화의 강한 의지를 밝히셨다. 기득권 싸움 때문에 국민을 위한 정치가 실종돼 가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애초부터 독주하려는 그릇된 사고에서 비롯됐다.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정부조직법 처리를 강공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다. 진즉부터 여야는 국정운영의 책임의식을 갖고 타협안을 마련했어야 했다. 합리적인 대안을 가지고 조정했어야 했다.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하는 미덕의 정치가 필요하다, 우리의 정치현실은 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정치다. 결국 국민들만 손해다. 여·야가 각기 나름의 논거를 가지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민들 눈에는 그저 당리당략으로만 비쳐질 듯하다. 조금의 물러섬도, 협상의 여지도 보여주지 않은 우리의 정치현실이 그저 안타깝다.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새누리당에서는 국회 선진화법 탓으로 돌리기도 했었다. 헌법이 규정한 다수결 표결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소송을 운운했다. 향후 5년간이나 국정운영을 책임질 집권여당의 행태치고는 어이가 없었다. 야당도 책임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이후 보여준 야당의 행태도 타성에 젖어있는 듯하다. 지지율이 빠지고 야당을 외면하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국정운영 경험을 갖고 있는 야당이기에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여·야가 다 변해야 산다.

다소 못마땅한 합의가 있을 수도 있다. 때로는 강공책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치에서는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 이를 전제하지 않는다면 정치는 실종되는 것이다. 조금씩 양보하지 않는다면 정치는 없다. 지루한 평행선만 달리는 협상은 불을 보는 뻔하다. 마치 이전투구식의 정치에 국민들은 신물이 난다. 때로는 중재자가 필요하다. 현재의 국회는 항상 교섭단체 위주다. 물론 현행 국회법 틀이 그렇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여야 간 나눠 먹기 식 정치는 곤란하다. 비교섭단체와 전문가들도 참여시키는 협상테이블이 필요하다. 앞으로 양보와 타협의 정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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