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문학,대중문학의 이유있는 인기

지난 3월 15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그 곳에서 '귀여니(본명 이윤세.18)'라는 작가의 인터넷 연재 소설' 그 놈은 멋있었다(전 2권, 황매)' 출간기념 팬 사인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중고교생 등 10대 독자 3000여명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그녀의 인터넷 연재 소설은 3월 15일 책으로 출간된 이후 중고교생들의 입 소문을 타고 지금까지 3만7000여부(2003년 4월 기록)가 팔려 나갔다 이 여세를 타고 일부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 놈은 멋있었다'는 작가가 충북 제천여고 2학년 때인 2001년 8월부터 ‘다음(www.daum.co.kr)’의 유머 게시판에 두 달간 연재했던 글. 당시 편당 평균 조회수가 7만∼8만에 달했고 하루에 60통이 넘는 e메일이 작가에게 쏟아졌다. 현재 ‘다음’에만 180개 이상의 팬 카페가 생겼고 귀여니 웹사이트(www.guiyeoni.com) 회원은 30만 명을 넘어섰다. 어린 천재작가의 등장이라 볼 것인가. 그녀의 작품은 소설의 기본적인 작법과 흐름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지만 단순히 '낙서모음집'이라 폄하할 수도 없다. 그녀의 소설이 연재될 때마다 네티즌들은 열렬한 반응을 보였고 다른 인터넷 소설을 기대했다. 요즘은 인터넷 연재 소설을 단행본으로 묶어 나오는 사례가 늘어났다. '이모티콘'으로 해체된 문법과 맞춤법, 우연이 남발되는 비현실적 스토리와 과장된 인물 등 인터넷 연재 소설은 '문학'의 범주에 넣을 수 없다. 그러나 독자들은 그런 단점을 감수하면서 기꺼이 인터넷 연재 소설을 즐긴다. 이제 독자들은 '읽어야 할 문학'과 '읽히는 문학'중 후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진지함과 가벼움의 중간을 원한다 90년대 들어 한국문단에는 '개인의 작은 즐거움'을 전면에 내세우는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80년대 한국작품들은 '사회'속에서 주인공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심층적으로 다루었으나 소련해체,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다른 모습을 띄기 시작했다. '개인'을 내세우지 않았던 80년대 작품들과 달리 90년대 작품들은 삶의 다양한 모습과 유행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다양한 신인작가들은 불륜, 페미니즘, 자살, 가족해체, 사회거부 등의 주제로 다양한 형식적 실험을 거듭하면서 한국문단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현 2000년대, 아직 한국문학은 90년대 문학작품을 복제하고 있을 뿐이다. 문학평론가들은 "세기는 변했지만 한국문학은 전혀 발전하지 못했다. 요즘 나오는 인터넷 소설, 공상과학소설, 무협소설 등이 각 대학 대여 순위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일종의 퇴행현상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볍고 쉽게 읽히는 것을 즐긴다고 하여 독자들의 '읽을만한 문학'의 대한 갈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MBC 느낌표‘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의 선정도서는 방송국과 출판사의 협작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양서를 읽고 싶은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 결국 문제는 '읽을 만학 책'의 부재라 할 것이다. 인터넷 소설가 '귀여니'는 “본격소설이 의미를 가지듯이 인터넷 소설도 나름대로의 표현방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름의 전개와 풍부한 소재, 인물의 역동성 등은 문단작가들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서툰 글이지만 10대의 감수성과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본다. ”또한 " 인터넷 연재소설을 읽어보지도 않고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는 소망을 말했다. 문학평론가들 역시 " 독자들이 읽은 만한 책이 부재하자 그나마 읽히는 재미를 택한 듯 하다. 지금은 문학이 독자를 향해 손을 내밀 때 "라고 언급했다. 지금 한국문학은 가벼움과 진지함 사이에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읽어야 할 문학과 읽히는 문학. 한국문학은 '읽히는 문학'의 이유 있는 인기에 대해 진지하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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