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규모 최대 프로젝트, 자금난으로 허무하게 막 내리나?

 

코레일, 철도부지 부채 해결 위해 매각만 했어야
“추가 자금 조달 없으면 사업부도 불가피 해”
울상 짓는 서부이촌동 주민들, “손배소송 하겠다”

 

국내 건설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라는 칭호를 받으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하 용산개발사업)’ 사업이 파산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개발의 사업성과 추진 방안 등을 놓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롯데관광개발 등 민간 출자사 사이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이하 드림허브)가 오는 12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의 이자 59억을 갚지 못하면 부도 위기에 놓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6년간 기다렸던 서부이촌동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줄 소송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용산개발사업은 한국 최대의 쇼핑몰과 전자상가 용산역쇼핑센터와 주변 고층주상복합 등으로 서울의 중심이 바뀌는 역사적인 프로젝트로, 전체 연면적이 3,377,531㎡(1,021,703평), 사업규모가 31조원이 넘는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 사업으로 불린다. 사업 주관사로 삼성물산·롯데관광개발 컨소시엄이 선정됐고 시행사는 드림허브가 맡아 진행한다.

 

랜드마크는 4개로 한국 최고층인 620m(111층)와 6성급 호텔(72층 385m), 그리고 한국 최고의 펜토미디엄(펜트하우스 2개동, 59층 320m)과 부띠크오피스텔(2개동, 88층 446m) 등이 있다. 또한 이와 함께 국제업무시설, 상업시설, 문화시설, 주거시설 등 초고층 14개동 포함 총 66개 동이 건립될 예정이고, 여기에 용산역을 지나 용산 공원까지 연결될 계획도 있다.
용산개발사업이 가져다 줄 기대효과는 △국제업무기능을 담당할 서울의 부도심 조성 △한강변 아파트 병풍 및 강변북로 철거로 인한 한강 구현 △관광객 1,200만명 유치 △민간 사업자 참여로 인한 고용창출 등이다. 구체적인 효과로는 경제유발효과 67조원, 고용창출 36만 등으로 책정돼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대형 프로젝트다.

‘코레일의 무리수’에 악재 잇달아…해결 방안은?

하지만 2007년 12월부터 2016년 하반기로 개발이 예정된 용산개발사업은 경영권 갈등과 부지확장으로 인한 자금난 등으로 공중분해 될 위기에 봉착해 이미 지난해 9월 3일부터 기반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당초 용산개발사업은 정부가 경부고속철도를 건설한데 따른 빚 4조5000억 원을 코레일에 떠넘기면서 시작됐다. 코레일은 이 같은 경영적자,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2006년 용산일대를 개발하는 사업을 시작하게 됐고 직접 주주로 참여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코레일이 이 사업의 주주로 참여하면서 스스로 발목 잡힌 꼴이 됐다고 말한다. 전문가들 또한 당시 철도부재 해결을 위해서는 2006년 당시 삼성물산컨소시엄에 부지를 8조원에 매각하고 떠안은 부채를 갚았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코레일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보면 철도부채 해결을 위해 용산차량기지 부지만 매각하는 게 타당했고 지분 29.9%를 투자해 개발사업에 참여한 것이 잘못된 결정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부동산 호황기로 개발이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첫 번째 단추를 잘못 꿴 용산개발사업은 2007년 서부이촌동이 사업에 포함되면서 일이 더 커졌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변 서부이촌동이 포함된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발표해 지역의 보상 문제가 논란이 커지면서 주민들의 반발로 개발이 지연되고 필요한 자금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보상 문제로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허비하면서 사업성이 더욱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급격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건설경기가 침체에 빠지자 2010년 9월 삼성물산이 대표주관사 지위를 반납하면서 용산개발사업은 세 번째 위기에 직면했다. 삼성물산이 이탈하자 다른 출자사들 사이에서도 사업성에 대한 의구심이 점점 커졌고 상호 불신과 갈등이 깊어졌다. 이에 코레일은 정치적, 사회적 부담 때문에 중소기업인 롯데관광개발에 삼성물산의 모든 권한을 넘겨줬다. 삼성물산이 맡긴 지분(45.1%)을 포함해 자산관리위탁회사 용산역세권개발(주)의 지분 70.1%를 보유한 롯데관광이 사실상 주주권을 행사하게 되면서 사태는 일단락 됐다. 하지만 롯데관광개발은 롯데그룹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여행관광업 전문회사로, 30조원이 넘는 용산사업을 이끌어갈 역량이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았다.

용산 프로젝트 최대 쟁점은 개발방식, 코레일 ‘단계개발론’ 효용성은?

당초 용산개발사업은 코레일이 보유한 용산철도정비창 부지만 단독 개발하는 것으로 출발했다가 서울시 요청에 의해 한강변 서부이촌동 사유지가 포함돼, 오는 2017년까지 이 부지를 일괄 개발 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이에 코레일은 건축 연면적 기준으로 총 317만㎡에 이르는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에서 빌딩 아파트 상업시설 등을 한꺼번에 개발하면 대량 미분양으로 자금난을 못 견딜 것이라며 단계 개발론을 제시했다. 111층 높이 랜드마크빌딩이 들어서는 지구, 일반분양아파트 지구, 서부이촌동 지구 등 몇 개로 쪼개 수익성이 좋은 지구 등을 먼저 개발해 분양 후 남은 수익으로 서부이촌동 보상과 개발에 착수하자는 것이다. 반면 드림허브는 올해 하반기 착공 예정인 랜드마크빌딩과 일부 아파트, 오피스텔의 매출 채권을 유동화해 금융권에서 5조6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서부이촌동 보상비를 지급하고 일부는 공사대금으로 쓰면 유동성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반박했다.

코레일이 주장하는 단계적 개발론은 부동산 경기 침체상황에서 리스크를 줄이자는 면에서는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면 사업개발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땅값 이자와 공사비가 들어가는 점은 또 다른 리스크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당장 사업계획을 변경하려면 주민동의를 다시 받아야 하는데 과반 찬성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고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은 주민반대가 많은 도시개발사업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라 동의서 재징구와 서울이 인허가 과정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빚 청산 위해 시작된 사업, 빚 때문에 무너지나

현재 용산 철도기치창 공사현장은 공사대금을 결제하지 못해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10월 11일 시작된 기반공사에 대해 드림허브가 삼성물산 측에 기반공사비 271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현장 인력이 철수했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외부에 지급해야 하는 공사대금과 이자 비용, 세금 등은 1300억원에 이르는데 시행사 드림허브의 통장 잔액은 현재 350억 원 뿐이다. 이 때문에 드림허브의 1차 부도위기는 이르면 12월에 올지도 모른다는 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드림허브가 발행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의 이자 135억원 납부 기일이 3개월마다 돌아오는데 당장 오는 12일 만기가 된 ABCP의 이자 59억원을 갚아야 할 상황이다. 그리고 12월에 이 돈을 내지 못하면 부도 처리된다. 최근 드림허브는 우정사업본부와의 민사소송에서 승소해 257억원을 받기로 돼 있으나 담보 문제로 이 돈의 입금도 지연되고 있다. 추가 자금 조달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을 이어가기가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으로 보인다.

드림허브는 토지주(용산철도차량기지)인 코레일이 돌려줘야 할 토지대금과 기간이자 3천73억 원을 담보(반환확약서)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하는 안건과 2천5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금을 투입하기로 약속한 출자사가 전무하고 코레일의 거부로 사실상 자금 조달 길이 막힌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사업이 무산되면 지금까지 들어간 4조 원은 고스란히 날릴 판이므로 코레일과 롯데관광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대주주인 코레일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도위기 용산개발사업, ‘공공개발’로 회생할까?

코레일은 1조원인 드림허브의 자본금을 5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긴 ‘사업협약서 변경안’을 이사회에 내놨다. 코레일이 2조6천억 원을 출자하고 나머지 1조4천억 원을 삼성물산 등 민간 출자사들이 나눠 출자하는 내용이다.

코레일은 완공 시점에 드림허브에서 받을 땅값 5조3천억 원 중 2조6천억 원으로 자본금으로 전환하는 방안으로 드림허브는 부채(땅값)가 5조3천억 원에서 2조7천억 원으로 줄어들고 4천860억 원 정도의 이자 비용도 절약된다는 게 코레일의 설명이다.

이 방안이 성공하면 공기업인 코레일이 드림허브의 대주주로 올라서 경영권을 갖게 되고 사업은 민간개발에서 공공개발로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은 보유 중인 드림허브 지분이 25%에서 57%로 높아지는 반면에 민간 출자사 지분율은 종전 75%에서 20%대로 줄어든다. 삼성물산도 지분이 6.4%에서 29.2%로 높아져 2대 주주로 올라서고 롯데관광개발은 보유 지분이 15.1%에서 3%로 낮아지게 된다.

롯데관광개발은 용산개발 성공과 서부이촌동 주민 피해를 막기 위해 코레일의 이런 방안을 전격 수용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즉 사실상 경영권을 넘기겠다는 의미다. 사업 주도권을 갖고 가다가 사업이 무산되면 회사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관광개발은 또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 보유 지분 가운데 과거 삼성물산이 위탁한 45.1%를 코레일에 양도하기로 해 롯데관광개발의 보유 지분은 25%만 남게 될 것으로 나타났다.

서부이촌동 주민들 ‘울상’, 소송도 불가피

 

용산개발사업이 끝내 파산할 경우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피해도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개발로 인해 사업부지로 묶이는 바람에 서부이촌동 주민 2200여 가구가 6년 여간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보상만 바라보고 피해를 감수했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피해가 커지자 사업 주최 측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 입장이다. 온라인 ‘서부이촌동 주민총연합’ 카페 회원들은 “7년째 기약 없이 보상만 기다리고 있다”며 “사업이 부도나면 서울시와 코레일, 롯데관광 등을 대상으로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용산개발사업은 자금조달 계획이 번번히 무산되면서 부도 위기에 처해 있는 가운데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 모두 파산시 입을 막대한 손해와 그로 인해 천문학적인 소송에 휩싸일 것이 뻔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측 다 어떻게든 부도만은 면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할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지난 7일 용산개발사업의 부도를 막기 위해 시행사의 1, 2대 주주가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이번 회동에서 뾰족한 수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대립각을 세우며 첨예한 갈등을 빚어왔던 1, 2대 주주가 만났다는 점에서 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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