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 한우’ 법정 공방에 ‘사기 한우’까지

지난해 9월 소비자연대와 농협의 ‘안심 한우’에 대한 법적 공방이 있었다. 소비자연대가 농협이 원산지를 속여 한우를 팔았다는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에 농협은 해명에 나섰으며 결국 무협의 처분을 받았다. 그렇게 농협 한우 사건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최근 청남농협의 사기 행각이 발각되면서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한우 등급을 속여 판 것. 2등급 한우를 1등급 한우로 속여 판 청남농협의 사기 행각에 서민 은행이 서민을 속였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원산지 속여 팔아 문제 됐던 ‘안심 한우’
이제는 등급을 속여 파는 ‘청남대 사기 한우’
대기발령 났다던 문의지점장, 대기발령 취소

 

2등급 한우가 1등급 한우로 둔갑한 불편한 진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동성범죄와 함께 국민의 먹을거리를 갖고 장난을 치는 행위를 4대악으로 규정한 가운데 농협의 한우 사기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17일 청남농협(조합장 유승진) 법인과 문의지점장 A씨, 직원 B씨 등 1개 법인과 2명의 임직원을 ‘사기 및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 15일 청주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청남농협 법인과 임직원 2명은 지난해 10월 개장한 청원군 문의면 ‘청남대 한우’ 판매장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2등급 한우에 찍힌 개체식별번호를 떼어낸 뒤 이미 사용했던 1등급 개체식별번호로 바꿔치기 하는 등의 수법으로 총 4,600만원가량의 부당이득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청남농협과 계약을 맺고 판매점을 운영했던 문의 청남대 한우거리추진위원회(위원장 배동석)까지 2등급 한우의 1등급 둔갑행위에 동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물량이 부족하다며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 동안 한우 등급을 속여 팔았다. 이에 지방자치단체와 농협이 한우 특화거리를 만든다고 해 믿고 참여했던 식당 주인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한 식당 주인은 “손님이 없어서 자꾸만 가게 장사하는 것도 문제가 되는데 다 죽이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비난했다. 시민들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농협을 모를 사람이 없을텐데 어떻게 보면 사기 아니냐”, “(농협을) 믿고 뭐든 사오고 그러는데 소비자들한테 속였다면 고발을 해야지” 등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농협 관계자는 “다른 데 가서 물어봐요. 일반 매장 같은 데는 어떻게 하나. 우리 같은 농협이나 등급 같은 것 얘기하죠”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 관할 구청 관계자도 마찬가지다. 청원군 관계자는 “농협이라는 특수한 단체에서 조직적으로 할 줄은 몰랐고, 정보를 주기 전에는 집중적으로 단속할 수 (없어요)”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우 특화거리를 조성하는 데에만 1억원을 투자했으나 농협은 농협대로, 청원군은 청원군대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농협’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믿고 한우 특화거리에 참여했던 애꿎은 서민들만 울상이다.

‘안심 한우’ 우리랑 관련 없는데

농협은 최근 불거진 한우 사기에 앞서 ‘안심 한우’로 골머리를 썩힌 적이 있었다. 지난해 5월 소비자단체 소비자연대는 사기방조 및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위반,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농협목우촌(대표이사 성병덕) 대표를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당시 소비자연대는 “농협목우촌 직영 가맹점인 ‘웰빙마을’ 정육식당 서울 방배지점, 경기 서수원지점, 오산 운암지점 등에서 외부업체 소고기를 농협목우촌 소고기로 속여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또 “문제가 되는 것은 가맹점이 소비자를 상대로 판매를 한 것이지, 가맹점의 계약위반 유무를 따지는 게 아니다”며 “가맹계약이 위반이 아니므로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지난번 검찰 판단은 사기죄의 구성요건을 혼동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농협목우촌의 일부 가맹점에서 외부업체 소고기를 판매한 사실은 검찰 수사과정에서도 발견됐다. 농협은 즉각 해명에 나섰으나 KBS ‘추적 60분’에 따르면 거짓해명이었다.

그러나 같은해 11월 서울동부지검은 소비자연대의 고발 건에 대해 농협목우촌을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대해서 검찰은 “일부 가맹점들이 원산지가 다른 소고기를 판매한 사실을 농협목우촌이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고의적인 사기죄 책임이 없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연대는 검찰의 판단에 반발하며 사건을 은폐하려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농협은 이를 부인했다. 이후 소비자연대가 2013년 2월 3일 항소장을 제기했다. 현재 고발사건은 20일에 각하된 상태나 소비자연대 측은 “사실무근이라 고소를 취하한 것이 아니다”며 “농협안심축산분사장이 아닌 남성우 농협축산경제대표와 담당 상무를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논란의 불씨가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조합장은 정말 몰랐나?

검찰 조사를 받은 유승진 청남농협 조합장은 이번 한우 사기와 관련해 정황을 잘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의지점장은 “모든 것을 지점장선에서 결정했다”고 진술, 판매 직원 역시 비슷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으나 의문점이 남는다. 조합장 자격으로 정상 회계처리가 이뤄진 4,600만원 부분에 대해 ‘몰랐다’는 진술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 또 청남농협 감사 등 이사진들이 이사회와 각종 회의를 진행하면서 ‘청남대 한우’ 판매장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조합장이 판매장 개점을 강행한 상태에서 이력제 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것도 의문점이다.

이에 대해 청남농협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문의지점장을 직위해제하고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이와 관련 문의지점 안팎에서는 “왜 모든 것을 문의지점장이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강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이후 경찰 수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면서 청남농협은 문의지점장에 대한 대기발령 해제를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문의지점장이 모든 혐의를 뒤집어쓰고, 조합장이 사건 종결 후 명예회복을 시켜주는 것으로 입을 맞춘 것 아니냐”는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충복농협본부는 검찰의 수사가 끝나는 대로 경찰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혐의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를 벌일 예정이며 조사가 끝나는 대로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초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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