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적 지위 이용해 도매점에게 “못 팔기만 해봐”

 

도매점 정리계획 ‘H-Project’ 시행에
도매점 반발 “왜 정리하냐”
국순당 “조용히 하고 내 말 들어”


약주시장 1위 국순당이 백세주 판매 부진에 2009년 단행한 특단의 조치(?)가 최근 수면 위로 떠올라 논란을 빚고 있다. 일명 ‘H-Project’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도매점 정리계획으로 당시 도매점 74개 중 23개가 퇴출당했다. 이에 도매점들은 부당한 처사라며 반발하며 일어섰고 국순당은 규정을 바꾸고 영업을 방해하는 등 꼼수를 부리면서까지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 국순당 백세주의 연간매출 추이 (자료제공 국순당 사업보고서)

감소하는 백세주 소비에 국순당 ‘울상’

국순당은 백세주, 생막걸리 등을 생산·공급하는 주류제조사로 국내 약주시장에서 65.3%(2009년 말 기준)의 점유율을 차지한 1위 업체다.

국순당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순당의 간판 종목인 백세주는 2009년 매출액이 373억원에 그쳤다. 2007년 510억원, 2008년 432억원으로 꾸준하게 하락세가 지속되다 2009년에는 400억원 아래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이 같은 실적 감소는 주류 시장에서 약주의 약세가 반영된 결과로 실제 국순당이 자체 조사를 한 결과 백세주의 약주 점유율은 전체 주류에서 2007년 1.9%, 2008년 1.6%에 이어 2009년에는 1.3%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주(1.4%)보다도 부진한 결과다.

이처럼 국순당의 간판 종목인 백세주의 판매가 끊임없이 하락하자 국순당은 ‘H-Project’를 시행했다. 이는 도매점 정리계획으로 전체 도매점 가운데 3분의 1이 해당하는 지첨이 퇴출 대상으로 선정됐다. 여기에 부당한 처우였다는 논란이 최근 불거지며 국순당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갑과 을의 관계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도매점을 무차별적으로 퇴출했다는 데에 따른 기업의 도덕적·윤리적 의식에 부합한 행동을 취했다는 것이다.

백세주 매출 감소와 관련해 전문가는 “소비자의 기호변화 등 여러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국순당은 ‘소비자의 기호변화’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매점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매출 부진에 국순당이 대처하는 자세

지난 2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09년 2월 국순당은 백세주의 매출이 하락하자 일방적으로 책임을 도매점에게 떠넘기며 도매점 정리계획을 진행했다. 이에 물량공급 축소 및 계약해지, 판매목표 강제와 지역제한 행위 등 불공정행위를 일삼았던 것이 드러났다.

국순당의 도매점 정리계획에 수도권 소재 도매점들은 반발하며 도매점협의회를 결성했다. 그러자 국순당은 협의회의 일원으로 모든 의사결정에 대한 참여 및 동의를 할 경우, 현재 운영 중인 도매점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는 등 협의회 탈퇴를 압박하는 서약서를 쓰도록 강요했다. 여기에 마포, 은평 등 일부 도매점들이 서약서를 제출하지 않자 애초 정리 대상이 아니었던 마포, 은평 도매점까지 국순당은 퇴출 대상에 포함시켰다. 결국 2009년 9월부터 마포, 은평 도매점의 백세주 공급량은 월평균 주문량의 33~38%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자사소속 인턴사원 등으로 하여금 교체 대상 도매점 영업구역에서 핵심거래처 이전 등 영업 방해까지 서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기 계약종료 확인서 제출을 강요하기도 했다. 이는 외형상 합의 형태로 계약을 종료시킨 것으로 보이게 했다. 계약기간 중 주요 거래 품목인 백세주의 공급을 중단하거나 축소해 도매점 스스로 영업을 포기하도록 압박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순당은 2009년 2월 이후 도매점과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판매목표를 설정해 이에 미달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계약서를 수정했다. 일부 도매점은 판매목표 미달 시 도매점의 권리를 포기하도록 하는 각서까지 요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도매점이 관할 거래지역 외에서 영업할 경우 제품공급 중단이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에 공정위 측은 “판매지역을 한정하면서도 타 지역 판매를 허용하는 개방형 지역제한은 허용되지만 영업지역 위반 시 제재가 가해지는 엄격한 지역제한은 금지된다”며 “이는 유통업체들의 브랜드 내 경쟁을 제한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 사진출처 국순당 홈페이지

잘못은 했지만 억울하다는 국순당?

공정위는 국순당의 횡포와 관련해 “제조업체의 영세 유통업체에 대한 일방적인 물량공급 축소 등 영업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엄중 제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거래상 지위가 고착화된 여러 사업 분야에서 벌어지는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효과를 기대”한다 말하며 국순당에게 도매점 정리계획의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국순당은 일부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순당 측은 “당시 출시를 앞둔 생막걸 리가 냉장유통이 꼭 필요한데 냉장창고와 냉장유통차량이 없는 도매점의 경우 투자가 부담스럽다며 도매점협의회를 구성해 대립각을 세우게 된 것”이라며 “도매점과의 계약기간 종료 후 갱신을 안 하는 식으로 관계 정리한 거지 일방적 계약해지나 횡포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업무진행과정상에 일부 실수를 인정하고 초석을 삼겠다”며 어느정도 실수를 인정하는 대인배적인 기업 마인드를 보여줬다.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2009년 백세주 매출 하락으로 단행한 도매점 퇴출계획 당시 쌀 막걸리 매출이 무려 1582.9%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국순당의 2009년 매출은 548억원으로 2008년(540억원)보다 소폭 상승했다.

강초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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