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글리오'로 커피 시장에 뛰어든 농심, 성공할까?

 

라면 공장이 커피 공장으로 바뀐 이유는?
효자 상품이었던 삼다수 뺏긴 농심
눈길 돌린 곳이 바로 커피믹스 시장


국내 라면 업계 부동의 1위 농심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지난 1월 28일 ‘강글리오 커피 신제품 출시 설명회’를 열며 커피 믹스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포부를 다짐한 것. 이에 지난해 12월 재판 끝에 14년간 독점 유통을 해오던 ‘삼다수’를 잃은 후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일각의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농심은 가정상비약 편의점 판매 허용을 파고들며 최근 종근당의 액상 소화제 ‘속청’과 신신제약의 ‘신신파스’ 유통까지 도맡아 제약 유통 사업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 사진출처 농심 홈페이지

라면 공장을 커피 공장으로

최근 ‘신라면’으로 대표되는 농심의 라면 사업에 변화가 일었다. 바로 라면 공장을 커피 공장으로 대대적인 탈바꿈을 시도한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농심 측으로서는 대단히 중대한 결정을 내린 바와 같다. 농심의 ‘업종 대전환 프로젝트’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종근당의 액상 소화제 ‘속청’과 신신제약의 ‘신신파스’ 유통까지 야심차게 도맡아 제약 유통 사업에도 발을 내딛었다. 또 음료회사 웅진식품의 인수 후보로도 심심찮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곳이 농심이다. 여기에 고급품종과 잡곡밥으로 즉석밥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농심이 즉석밥 신제품을 내놓는 건 2009년 이후 4년만이다. ‘제주 삼다수’와 결별 후에는 ‘백두산 백산수’라는 브랜드로 생수 시장에 재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에 농심 측은 “올해 신춘호 회장님이 제시한 경영지침은 ‘도전’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농심의 사업 확장에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강글리오’, 즉 커피 사업이다. 농심은 몸을 따뜻하게 보(補)하고 면역력 증진에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강글리오 사이드 성분을 함유한 ‘강글리오 커피’를 선보이며 커피믹스 시장에 경종을 울렸다.

이로서 연간 1조 2,000억원 규모의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오랫동안 독과점을 유지해왔던 동서식품(맥심)과 한국네슬레(테이스터스 초이스)를 뒤이어 남양유업, 롯데칠성에 이어 농심까지 가세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농심이 라면 업계의 부동의 1위인 타이틀을 내려놓지 않고 있는 것처럼 커피 믹스 시장의 부동의 1위인 동서식품을 과연 농심에게 자리를 내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장민삼 농심 제품영업총괄 전무는 “3년 이내에 커피믹스 시장에서 1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3위권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라면 공장을 커피 믹스 공장으로 바꾸기까지 했다. 농심은 왜 안전한 라면 시장에 안주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을까. 농심의 행보에 대해 궁금증이 안 생길 수 없다.

▲ (왼쪽부터) 농심 백산수, 롯데칠성 하늘셈, 광동제약 삼다수

‘제주 삼다수’와의 결별

1998년 3월 농심은 ‘제주 삼다수’를 국내에 첫 출시했다. 그 후 삼다수는 생수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며 좀처럼 내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2011년 12월 7일 조례개정이 바뀌면서 판매사업자 입찰방식 도입이 됐고 이에 제주도가 농심과 결별 선언을 했다. 당연 농심측은 조례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소송에서는 이겼으나 재판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10월 대한상사중재원이 농심의 삼다수 국내 독점판매 계약 해지를 결정하면서 같은 해 12월 14일 농심은 삼다수와 결별을 해야 했다. 그 후 삼다수는 광동제약에게 넘어갔다.

농심이 삼다수 유통권을 뺏긴 직후, 지난 2010년부터 중국 법인에서 자체 생산해 현지에서만 판매해 오던 백두산 화산 광천수 ‘백산수’를 국내에 긴급 투입했다. 삼다수 성공 노하우를 밑바탕으로 오는 2017년까지 매출 2,000억원을 올리며 국내 생수 시장 1위로 올라서겠다는 게 농심의 포부다. 이에 백산수 라디오 광고를 내보내는 등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으나 신제품의 시장 안착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롯데칠성음료도 백두산 광천수 ‘백두산 하늘샘’을 출시하는 등 시장 경쟁이 불붙었기 때문이다.

라면 시장의 정체

삼다수와의 이별 후 농심에게 또 하나 큰 시련이 닥쳤다. 바로 주력인 라면 시장이 몸집을 불린 만큼 불려 더 이상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라면 시장에 정체기가 찾아왔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라면 회사로서는 부인하고 싶겠지만, 라면 이외에도 다양한 간식거리가 많이 생겨나면서 지난 2005년께부터 국내 라면 시장은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비록 국내 라면 시장에서 70%에 육박하며 1위 타이틀에서 내려오고 있지 않으나 시장 파이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농심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와 관련해 농심도 몇 년 전부터는 매년 라면 매출액만을 발표할 뿐이지 구체적인 판매 수량은 공개하고 있지 않다. 결국 ‘종합식품회사’로 거듭나려는 농심의 이면에는 ‘라면 시장 성장의 한계성’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라면 공장을 커피 믹스 공장으로 바꾼 농심의 행보 밑에 깔린 저의이기도 하다.

실제로 농심 측 관계자는 “농심의 이 같은 계획은 앞으로 10년 후 라면 시장이 지금과 같지 않은 반면 커피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며 “점진적으로 건강을 이슈화해 커피 시장을 차지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 부전공에서도 A+ 가능할까?

농심은 3년 내 시장진입 두 자릿수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 의문이 남는다. 남양유업의 경우 시장 진출 당시 6개월만에 12%대 진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커피 믹스 업계 관계자도 “이미 정체된 커피 믹스 시장에 신규 업체들이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업체 간 경쟁만 치열해지고 있다”며 “커피 시장은 진입초기 어느 정도 점유율을 달성해야 한다. 진입장벽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 칸타타는 시장 인지도를 조금씩 높여가고 있으나 1%대 점유율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서울 우유 골든카페 모카골드의 경우 유통 노하우 미숙으로 시중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과연 농심이 부전공으로 택한 커피 믹스 산업에 대해서도 A+를 받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강초희 기자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