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간접 인사권만 최대 1만개

청와대가 직·간접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직책은 협의로 약 7천여개, 광의로는 1만개가 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중 대통령이 임명하는 3급 이상 정부부처 고위공무원 수는 장관급을 포함해 대략 1700명 안팎으로 여겨진다. 또 검찰, 경찰, 소방직 공무원, 외무 공무원 등 특정직 공무원 4000여명도 대통령의 임명장에 포함된다. 검찰은 검사부터, 경찰은 경정급 이상, 외무 공무원은 참사관 이상이 해당되며 국립대 총장도 교육공무원으로서 대통령의 인사권 범주에 있다. 민주평통자문회의 등 1000명이 넘는 각종 자문위원회 위원 등도 대통령의 위촉 대상이다.

 

3급 이상 고위공무원직 약 2천여개
대통령 인사권 헌법을 통해 구현돼
주권 미치는 모든 곳에 통치권 행사


대통령의 이런 인사권은 당연히 헌법을 통해 나타난다. 대통령에 관련된 조항이 20개항에 달하는 것이 그 좋은 사례이다. 헌법 제66조 제1항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제2항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ㆍ영토의 보전ㆍ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제3항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제4항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등이 있다.

대통령의 인사권
헌법에 나와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대통령의 주요권한이 바로 제2항과 제4항에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책무가 바로 대통령의 권한을 의미하고 더 나아가 대통령이 그의 권한이 미치는, 지배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독립을 유지해야 하고 영토를 보존해야 하기 때문에 국군통수권자이며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검찰권과 경찰권을 가지고,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하기 위하여 행정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모든 곳에 대통령의 통치권이 행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의 통치권한을 보면 행정의 최고 결정권과 지휘권, 정부구성권, 공무원 임명권, 법률 집행권, 340조원에 이르는 국가예산편성권과 집행권 등의 재정에 관한 권한과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수천, 수만에 이르는 정부 관련기관의 장의 임면권 등의 행정적 권한이 있다. 또 헌법 개정권, 국회임시회 소집요구권, 법률안 제출권 및 거부권, 행정명령(대통령령)제정권 등의 입법적 권한과 대법원장 임명권, 위헌정당해산 제소권, 사면·감형·복권 등의 사법적 권한도 있다.

행정적 권한이
인사권의 주요내용

행정적 권한이 바로 대통령 인사권의 주요내용이 될 수 있다. 한 신문이 2008년 이명박 정부 초의 모습을 조사한 것은 좋은 사례이다. 먼저 이 신문은 3급 이상 정부부처 고위공무원과 관련, 장관급 30명, 차관급 88명, 국실장 457명, 1∼3급 1121명 등 총 1696명을 밝혔다.

또 특정직 고위공무원 즉 검찰, 경찰, 소방직공무원, 외무공무원 등 특정직 공무원을 4807명으로 설명했다. 검찰은 검사 이상, 경찰은 경정 이상, 외무공무원은 참사관 이상, 국립대 총장은 44명으로 밝혔다. 이와 함께 각종 자문위원회 위원은 당시 기준으로 1200여명이며 헌법기관 고위직은 대법관 14명,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 9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3명 등이다.

그리고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고위직으로 한국관광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조폐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 17개와 국민연금관리공단, 한국주택금융공사, KOTRA 등 준정부기관 29개의 기관장 및 감사 88명이 있고, 기타 공공기관(서울대병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동북아역사재단 등 18개)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인원(한국방송공사 사장, 한국은행 총재, 금융통화위원, 뉴스통신진흥회 등)등 범위가 넓어진다.

“대통령, 다양한 자리에
자기사람 심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이 자기 사람을 심을 수 있는 자리가 2000여개였다”며 “2000여개 자리에는 국무총리와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골프장이나 카지노 사장, 공기업 감사, 수련원 원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리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5년 임기 내에 두 세 차례 인사를 단행하면 결국 5000 여명에게 자리를 주게 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가 법률이 정한 임명권 범위를 넘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 측근 비리의 한 원천이라 할 수 있다”며 “청와대 인사 독점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노무현 정부에서 인사수석실이 생기면서 부각되었고, 2007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였으나 실제 인사권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통령 의지만으로는 장관의 임명권이 보장되지 않으며 청와대 측근이나 실세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며 “측근들은 임명권을 가진 장관에게 압력성 인사 청탁을 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대통령의 인사 분권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은 주변 인사들에게 인사 청탁 내지는 대통령 뜻을 내비치는 등 의심쩍은 부분에 대해 용납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입장을 나타내고 장관들에게는 소신을 가지고 임명권을 행사하라는 의지를 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인사는 “대통령 대신 임명권을 행사하게 되는 장관들에 대한 견제도 필요하며 장관의 임명권에도 임원검증위원회를 적용해야 한다”며 “그러나 사전검증은 늘 객관성 시비가 따라 다니기 때문에 사후 평가를 통해 부적격 인사를 가려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관의 임명권에 대한 사후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공공기관 인사 개혁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측근 단속, 평가를 통한 사후적 인사 검증 강화”라고 밝혔다.

‘책임 장관제’ 구현될까?
일각선 대통령 직할체제 언급돼

한편, 박근혜 정부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통해 내각에 대해선 ‘책임 장관제’를, 그리고 청와대에 대해선 비서실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작은 비서실’을 새 정부 국정운영의 지향점으로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일부 내각 및 청와대 인선의 면면을 볼 때 이 같은 국정운영 목표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적어도 새 정부 출범 초 정권이 안정될 때까진 청와대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총리가 국무회의를 사실상 주재하고, 총리의 정책조정 및 정책주도 기능도 대폭 강화하며 예산, 인사, 조직에 대한 권한은 각 부처 장관에게 실질적으로 위임하겠다고 밝힌 부분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주목을 받게 될 부분이 됐다.

정부 부처 장관엔 각 분야 전문가들을 위주로 내정한 것도 이 같은 기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장관이 자기 부처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다면 책임 장관제는 물론, 총리에게 정책조정·주도 역할을 맡기겠다는 구상도 현실화되기 어려워진다는 일각의 주장도 팽팽하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선 ‘책임 장관제’ 구현 의지를 밝혔지만, 출범 초엔 일정 기간 ‘대통령 직할체제’로 정부조직이 운영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고, 각 부처의 소관 업무를 파악하고 내부 조직을 추스르는데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른 여권 관계자도 “새 정부가 총리실의 국무조정 기능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그 역할 범위가 확대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내각과 청와대 운영은 대통령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정부 출범 초엔 분야별 컨트롤 타워가 서로 어떤 관계를 설정하는지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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