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기피에 이중국적, CIA와 깊은 관계까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 각료 내정자와 청와대 참모 인선에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새 정부의 윤곽이 그려졌다. 그러나 일부 내정자들이 도덕성 및 자질 시비에 휘말리면서 20일 시작된 국회 인사청문회가 범상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민주당은 후보 자격이 없는 사람을 내정했다며 강도 높은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병역기피에 이중국적, 세금 탈세 혐의까지. 내정자들의 논란이 무엇인지, 또 앞으로 청문회가 어떻게 이어져갈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새누리당 “무사히 통과합시다”
민주당 “제대로 뽑은 거 맞아?”
먼지 한 번 제대로 털어보자

20일 국회는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새 정부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돌입한다. 이미 새 정부의 지각 출범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이들 후보자들이 청문회를 무사하게 통과하기를 바라지만 민주통합당은 2~3명의 후보자는 자격이 없다고 벼르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 선서하는 정홍원 국무총리 내정자

◆정홍원 국무총리 내정자

정 내정자와 관련해 여야는 대체로 ‘치명적 하자가 없다’는 평을 내놓고 있으나 청문회 첫날부터 새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속단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정 내정자를 둘러싼 논란 및 의혹은 10여가지다.

19일 정 내정자가 가족간 수억원의 현금증여를 통해 편법으로 세금을 면제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2011년 법류사무소를 운영하며 소득을 줄여 신고한 뒤 그 돈을 처가 쪽 식구들을 경유해 아들 부부에게 증여함으로써 소득세·증여세를 절세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한 정 내정자가 부산지검 검사 재직 당시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도 새롭게 터져 나와 청문회 쟁점안으로 급부상했다.

이 외에도 부인이 상속받은 땅을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누락했다는 의혹과 이에 대한 거짓 해명,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재직 시절 부인 동반 외유성 출장과 변호사 겸직 논란, 변호사 시절 전관예우 논란, 부실운영으로 문제가 됐던 저축은행의 법률고문 전력, 재산증식 과정 의혹, 아들 군면제 의혹 등이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현 내정자는 저축은행의 뱅크론(대량인출사태) 당시인 2011년 말 솔로몬저축은행에서 2억원의 예금을 인출해 비난을 받고 있다. 또한 딸에게 아파트를 물려주면서 대출금도 넘기는 부담부증여로 증여세 1억여원을 절세했다는 의혹과 2000년 세무대학장 시절 8억 6,000여만원을, 2009년 한국개발연구원장 땐 36억 3,000여만원을 각각 신고해 재산이 급증한 배경에도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외에도 부동산 투기와 아들 병역의혹 등이 있다.

▲ 김종훈 미래창조부 장관 내정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김 내정자는 이중국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 발표가 있기 사흘 전에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던 김 내정자가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 이에 대해 미국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최고전략책임자가 최근 한국국적 회복절차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져 법적문제는 없으나 적합성 논란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내정자가 한국국적 취득 정황을 보았을 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으로부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내정됐다’는 통보를 받은 뒤 국적회복 절차를 밟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 내정자는 이중국적 말고도 ‘적합성’ 문제에도 대두되고 있다. 1999년 CIA가 설립한 회사 인큐텔 이사로 재직했을 뿐 아니라 2009년부터 4년간 CIA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것이 확인 돼 국가기밀 유출 우려 등 적격성 문제가 떠올랐다.

▲ (왼쪽 위부터)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서남수 교육부 장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

김 내정자는 민주당 내에서 ‘브로커 병관’으로 불리며 특히 이목을 끌고 있다.

김 내정자는 비리 전력이 있는 무기중개업체에서 2년간 고문으로 일하며 자문료 등으로 2억원을 받은 점이 최대 논란거리다. 이에 김 내정자는 무기중개업체에서는 합작설립에 대한 자문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서울 노량진 아파트를 두 아들에게 부담부증여한 뒤 아들들과 전세계약까지 맺어 증여세를 탈루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이어 두 아들에 연금과 보험, 예금을 변칙 증여했다는 의혹, 부인의 리튬전지 군납업체 주식 보유, 장남 근무 회사 2곳의 국방부 대형사업 수주, 차남 특혜 취업 논란 등이 있다.

한편 김 내정자가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한 사실도 있다. 위장 전입에 대해서는 신중하지 못했던 처사라며 잘못을 인정했고, 증여세 미납 의혹도 일부 인정하고 뒤늦게 세금을 납부했다. 이 외에도 지금까지 김 내정자와 관련돼 제기된 의혹은 20여가지에 달한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내정자

황 내정자는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와 더불어 청문회의 핵심 논란거리다. 황 내정자는 부양가족 이중소득공제로 인한 소득세법 위반 사실에 이를 인정했으나 아직 병역회피·논문특혜·부동산 투기 의혹에 장남 증여세 탈루 의혹이 남아 있다. 또한 공직 퇴임 후 변호사로 활동하며 17개월 동안 16억여원의 보수를 받은데 따른 전관예우 논란, 검사 시절 동창인 노회찬 전 의원에 대한 후원금 기부, 기독교 편향 논란도 뜨겁게 달궈진 상태다.

특히 황 내정자의 병역회피 논란에 민주당은 ‘두드러기 장관’이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황 내정자는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 1년 전인 1980년 두드러기 질환인 ‘만성 담마진(가려움을 수반한 부동)’이라는 피부질환으로 제2 국민역(5급)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당시 황 내정자는 피부질환 치료를 위해 6개월 이상 병원 진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 있을 때 ‘이른바 삼성 엑스(X)파일 사건’ 특별수사팀을 지휘하면서 도청 자료를 폭로한 기자와 국회의원은 기소한데 반해 삼성 쪽 인사는 모두 불기소 처분을 해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 이 사건에서 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녹취록을 인용해 이른바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진보정의당 노회찬 의원(공동대표)은 이날 대법원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 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 외의 쟁점들

윤상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내정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실제 농사를 짓지 않은 채 소유한 것으로 보이는 경남 김해 소재 밭에 대한 농지법 위반 등과 함께 부동산 투기 여부 등이 주요 쟁점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윤 내정자 부부가 우면동 같은 아파트의 다른 동, 다른 호수 한 채씩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유정복 안전행정부장관 내정자의 경우에는 국회의원 시절 2009년 2월 지역구인 김포시의 한 식당에서 골프장 증설을 원하는 한 업주와 허가권을 쥔 해병대 사단장과의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밝혀져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유 내정자는 “식사를 함께한 건 사실이지만 사업과 관련한 대화나 부적절한 처신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건설업을 하는 친형에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 내정자는 교육부 고위관료 출신으로서 경영부실 대학 심사를 받은 위덕대 총장으로 가게 된 경위와 위장전입 의혹이 있으며 유진룡 문화체육부 장관 내정자 또한 투기성 위장전입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유 내정자는 위장전입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건설사의 권유에 따라 소유권 이전 편의를 위해 주소를 옮겼던 것일 뿐 투기목적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들 외에도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의 경우 해양수산개발원에 근무하던 2006년 출장비를 허위로 청구해 31만원을 유용한 사실이 내부감사해서 적발됐다는 주장이 나왔으며 이동필 농림축산부 장관 내정자는 병역기피 의혹과 논문 중복게재 의혹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 내정자와 류길재 통일부 장관 내정자 역시 같은 의혹을 받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큰 쟁점으로 떠오른 인물은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 내정자다. 이에 민주당 관계자는 “청문회를 여러 번 해왔지만 이렇게 군 안팎에서 제보가 몰리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도 청문회 문턱을 통과할 수 있을 지가 미지수다. 반면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는 큰 하자가 없는 이상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인사청문회와 관련하여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현재 분위기로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낙마하는 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김용준 국무총리 내정자에 이어 또다시 낙마하는 후보가 있다면 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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