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전 회장과 ‘남산 3억원’의 관계

 

‘라응찬-신상훈-이백순’ 신한 빅 3
그 중 유일하게 무혐의를 받은 라응찬 전 회장
그러나 속속들이 제기되는 의혹들 “정말 무혐의?”

 

신한금융그룹 내부 비리 사태, 일명 ‘신한사태’는 2010년 9월 2일 신한은행이 신상훈 당시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은행이 전직 행장이자 모회사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것은 사상 초휴의 일이었기 때문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신 전 사장이 ‘신한사태’의 시작은 아니다. 항간에서는 2009년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때 그 발원지로 신 전 사장을 지목한 것을 ‘신한사태’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남산 3억원’의 미스터리

검찰이 라응찬(75)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이른바 ‘남산 3억원’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제개혁연대는 라응찬 전 회장과 이상득(78) 전 새누리당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로 인해 신상훈(65)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61) 전 신한은행장의 집행유예 판결로 일단락될 것 같았던 신한은행의 신한사태 불씨가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남산 3억원’은 지난 2008년 신한은행 직원이 서울 장충동 남산자유센터에서 현금 3억원을 신원불명의 사람에게 전달한 사건으로 신한사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라 전 회장 지시로 이 전 의원에게 건네졌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남산 3억원’은 조사 과정에서 신한사태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검찰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라 전 회장 측 인사인 이 전 은행장이 17대 대선 직후인 2008년 2월 3억원을 신원불명의 사람에게 전달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라 전 회장이 개입한 증거나 돈의 행방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신한사태 1심 선고와 당시 검찰수사는 너무나 미흡했다”며 “신한사태 1심 판결문과 라 전 회장의 비자금 운용 자료를 입수해 검찰 과정에서 생략되거나 추가로 수사가 필요한 부분을 면밀히 검토해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신한사태의 명언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은 부당대출과 은행자금 횡령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16일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쟁점으로 떠올랐던 3억원의 행방에 대해서는 검찰이 문제 삼지 않아 법원도 판단하지 않았다. 신한사태 당시 수사 대상이었던 라 전 회장은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돼 법정에 서지 않았다. 그러나 라 전 회장에 대한 새로운 의혹들이 속속 제기되면서 제대로 발목 잡히고 말았다. 지난달 23일 일부 언론이 라 전 회장이 차명계좌 23개를 통해 은행 돈을 빌려 쓰는가하면 자사주를 매매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하면서 꺼진 줄 알았던 불씨가 되살아났다.

경제개혁연대는 “만약 이 전 의원이 라 전 회장으로부터 3억원을 수수한 것이 사실이라면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기부 받은 것으로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라 전 회장도 업무상 횡령과 배임, 정치자금법 위반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전 사장은 이와 관련해 “이백순 당시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 직원들에게 라 전 회장의 지시라며 함구령을 내리고 3억원을 조성해 이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며 “라 전 회장은 이 전 의원뿐 아니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 현 정권 실세들과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배정받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자3부는 “고발장을 막 접수받은 상태라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관련 기록 검토를 먼저 해야 조사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3억원 의혹을 정리하고 넘어가려면 검찰이 라 전 회장을 반드시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65, 왼쪽)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61)

겨우 안정됐건만 ‘신한’ 안 쓰면 안 되나?

그동안 신한사태의 쟁점은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의 횡령·배임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 고발은 전 회장에게 맞춰져 다시 ‘신한사태’가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하여 검찰 조사에 따라 관계자 소환이 다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신한’이라는 이름이 계속 거론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한금융은 울상이다.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으면서 봉합되는 것 같았던 ‘신한사태’를 신한금융이 수습하면서 간신히 찾아가던 내부 안정이 다시 흐트러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사태 이후 신한은행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며 “겨우 봉합해 이미지를 제고와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시점에서 잇따라 사건이 터져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또한 “현 시점을 어떻게 넘어가느냐에 따라 신한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신한은행은 한동우 회장 체제 이후 신한사태에 이어 최근 직원의 고객 돈 횡령, 계좌 불법조회, 학력 차별 대출이자 논란 등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라 전 회장의 ‘남산 3억원’과 23개의 차명계좌 의혹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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