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조직개편안 사실상 MB정부 용도폐기

경제 부총리제가 되살아난다. ‘부총리제 부활이냐 아니냐’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하던 인수위는 결국 지난 15일 부총리 부활로 결론을 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국내외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부흥을 이끌기 위해 경제부총리제를 신설해 경제문제를 적극 해결할 것”이라며 공식 발표했다. 이제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총리로 격상, 막강한 경제 사령탑이 되어 경제정책 전반을 컨트롤하게 된다. 이와 함께 새 정부 조직 밑거름이 발표되었다. 

새정부 조직 밑그림, 사실상 MB정부 되돌리기
김용준 인수위원회 위원장은 15일 새 정부 조직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교육과 과학기술을 통합했던 교육과학기술부는 다시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로 나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폐지되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미래창조과학부 소속 위원회로 변경된다.

국토해양부로 흡수되었던 노무현 정부시절의 해양수산부가 다시 부활하게 된 것도 중요하게 볼 부분이다. 아직까지 해수부가 과거와 같이 부산에 설치될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해수부가 국토해양부의 해양부분과 농림수산식품부의 수산부분을 흡수하면서 국토해양부는 과거 건설교통부와 유사한 국토교통부로 농림수산식품부는 농림축산부로 각각 이름을 바꾸게 됐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식품부분은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 옮겨져 국무총리실 산하의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승격된다.

더욱이 5년 전 옛 정보통신부의 IT부분을 흡수했던 지식경제부는 외교통상부의 통상부분을 끌어안았고 예전 산업자원부를 포함해 산업통상자원부로 조직했다. 지식경제부는 ICT부문을 떼어주는 대신 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업무를 이관받아 산업통상자원부라는 대형 부처로 개편되며 앞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에서부터 국내대책까지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기능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외교통상부는 외교부로 이름을 바꾼다.

행정안전부는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안전관리총괄부서라는 기능강화와 함께 명칭을 안전행정부로 바꾼다. 식약청이 식약처로 승격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임장관은 5년 만에 폐지된다. 특임장관이 맡았던 정무기능은 각 부처장관이 정무기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인수위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2개부가 신설되지만 정부조직이 불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민봉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 간사는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 등 2개 장관직이 늘었지만 장관급이었던 원자력안전위원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폐지됐기 때문에 장관급 인사 수는 예전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이로써 5년 전 이명박 정부가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단행됐던 정부조직개편이 사실상 ‘실패’로 평가된 것이라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사실상 현 정부 이전으로 조직을 되돌리는 조직개편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조직개편안에 따라 정부조직은 현재 15부2처18청에서 17부3처17청으로 대폭 개편했다. 이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작은정부’를 지향하며 15부2처18청으로 조직을 축소개편한 것에서, 5년 만에 17부 체제의 ‘큰정부’로 회귀한 것이다. 역대 정부의 조직개편은 1993년 문민정부가 14부5처14청, 1998년 국민의정부가 17부2처16청, 2003년 참여정부가 18부4처16청으로 정부 조직을 불려온 바 있다.

MB정부에서 폐지했던 경제부총리제도는 부활했고, 정무기능만을 전담해온 특임장관은 폐지됐다. 이번 인수위가 발표한 조직개편안 중 신설되거나 폐지, 대대적으로 개편될 부처는 대부분 이명박 정부에서 통폐합을 통해 신설됐던 부처이다.

역대 정부 조직은 주로 복지를 강조하는 진보정부에서 확대되고 시장을 강조하는 보수정부에서 줄어들었지만 박근혜 정부는 보수정부이면서도 복지를 내세우는 방향으로 정부조직을 늘리는 선택을 했다.

개편 작업이 이날로 끝난 것은 아니다. 인수위는 ICT부분을 차관급으로 하되 부처 내에 둘지 별도의 산하기관식으로 둘지는 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인수위의 기본 원칙이 전문성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유사 기능을 일원화하는 것이기에 부처 내에서 꾸려질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청와대 조직개편과 대통령직속 위원회 등은 이번 방안에는 제외됐다. 인수위는 추후 청와대 개편안 등과 공무원 조직의 구체적인 변화 등을 담은 조직개편안은 확정해서 신속한 시일 내에 발표한다는 계획이어서 청와대와 총리실, 각종 정부위원회 등에 대한 개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개편의 핵심은 ‘권한 줄이기’가 될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 이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정부 조직과 마찰을 빚거나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사례가 많았던 정책실 폐지와 같은 조직, 인력 감축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으며 정부위원회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박 당선인 정부조직개편안, 사실상 MB정부 실패 인정한 것
사라진 부총리제 부활, 경제부흥에 대한 박 당선인의 강한 의지 엿보여
전체적으로 ‘국민안전’과 ‘경제부흥’의 양대 과제 녹여내 호평

전체적으로 ‘국민안전’과 ‘경제부흥’의 양대 과제 녹여내 호평  
이번에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안은 박 당선인이 대선 당시부터 강조해 온 ‘국민 행복’이라는 취지가 강하게 반영되었다. 이에 인수위는 ‘국민 안전’과 ‘경제 부흥’을 양대 과제로 꼽고 이를 개편안에 반영했다.

국민 안전의 경우 박 당선인이 척결을 강조한 ‘4대 사회악’(성폭력, 가정 파괴, 학교 폭력, 불량식품)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었으며 특히 대선 당시 말실수가 아니냐는 논란에 휩쌓였던 불량식품에는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무총리 직속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승격되며 박 당선인의 단호한 의지를 실현했다.  

경제부흥의 경우는 경제부총리제 부활과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을 통해 구체화됐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이날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해서 창조과학을 통해 창조경제의 기반을 구축하려한다”며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부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앞으로 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창조경제’를 비롯한 과학기술 분야의 컨트롤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실상 옛 과학기술부의 부활로 옛 정보통신부에 해당하는 정보통신기술(ICT)부문까지 흡수한 공룡부처로 거듭날 전망이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앞으로 추가 개편 과정에서 복지와 외교·안보 분야의 컨트롤 타워 신설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총리 직속 사회보장위원회와 청와대 산하 국가안보실이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정책 컨트롤 타워라는 개념은 최근 박 당선인이 지적한 ‘부처 간 칸막이 제거’으로부터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부처 간 높은 칸막이는 예전부터 예산 낭비와 정책 사각지대의 원인으로 꼽혔으며 특히 이명박 정부의 경우 부처 통폐합을 통해 ‘물리적’ 칸막이는 줄였지만 무리한 개편에 따른 부처 간의 간극을 해소하지는 못한 우를 범했다. 

박 당선인이 정책 컨트롤 타워 외에 관련 분야를 아우르는 이른바 ‘통섭 조직’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박 당선인이 공약했던 ‘정보통신기술(ICT) 전담 조직’은 독립 기구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미래부에 편입되었다.

조직 개편을 최소화한 것도 눈에 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국정 운영 철학에 맞춰 정부 조직이 요동쳤다. 이는 정부라는 하나의 연속된 관점에서 본다면 조직의 안정성과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것을 뜻하며 이는 결국 공직사회의 불협화음과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졌다. 박 당선인의 조직개편안은 5년 전 ‘대(大)부처주의’를 앞세운 무리한 부처 통폐합에 따라 줄어든 조직을 ‘원상회복’하는 것으로 사실상의 보수정부는 이어받되 수정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부총리제, 박 당선인의 강한 의지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에서 가장 유심히 봐야할 것은 부총리제의 부활이다. 부총리제는 인수위 뿐만 아니라 사실 ‘부총리제 무용론’에 시달리며 어느 정부에서나 적잖은 고민이 되어왔다. 역대 정부에서 필요에 따라 경제부총리나 교육부총리, 통일부총리 등을 두긴 했지만 역시 ‘부총리로서의 실질적 역할을 했느냐?’ 하는 문제의식이 늘 따라다닌 탓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부총리제가 옛 제도의 부활이자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이 있어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며 “여러 고민 끝에 결국 ‘경제는 살려야 한다’는 박 당선인의 강한 의지가 부각되면서 경제부총리제 부활로 정리됐다”고 그 배경을 전했다.

경제부총리제 부활과 함께 거론되던 복지정책 컨트롤 타워인 사회부총리제는 논외 되었으며 그 역할을 사회보장위원회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부총리로 하여금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하자는 주장은 이명박 정부의 실패경험에서 나왔다. 경제부총리제를 폐지한 이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을 자청하며 경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나섰고, 결국 경제위기 관리는 고스란히 대통령의 몫이 되어 비난의 직접적 대상이 되었다. 경제부총리가 부활하면 경제정책의 권한과 책임이 명확해져 대통령이 경제 상황 관리에 대한 부담을 한결 덜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재정부는 예산 기능을 새롭게 갖게 되면서 ‘파워 부처’로 거듭났지만 다른 부처가 완강히 버티면 조정에 한계를 보이곤 했다. 따라서 인수위는 복지나 일자리 창출, 가계부채 등 사회의 현안들을 단일 부처의 역량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명박 정부의 재정부 한계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재정부와 금융위의 마찰로 표면화되었다. 더욱이 2009년 영리의료법인 도입 당시 재정부는 보건복지부와의 이견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의료산업 경쟁력 강화를 내걸고 야심차게 추진했던 윤증현 재정부 장관의 영리의료법인 도입은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의 손아래서 막혔다.

이와 같은 재정부 조정능력의 한계는 부동산 경기 침체 당시 얽혀 있는 가계부채 문제 대책으로 각 부처의 입장이 조금씩 엇갈리면서 드러났다. 이견 조정이 되지 않는 탓에 당장 시급을 요하는 문제들에 대해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던 것이다. 실제로 현 정부의 재정부와 지식경제부, 금융위원장은 각각 박재완(58), 홍석우(60), 김석동(60)으로 이들은 모두 행시 23회 출신이며 재정부 장관인 박재완 장관이 나머지 장관들보다 나이가 어려 현실적인 측면에서 두 장관을 컨트롤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앞으로 기획재정부총리는 세제와 예산이라는 기존의 기능에 각 경제 부처 간의 권위 있는 조정자 역할이 더해지면서 정부의 총괄·조정 기능에 확실한 무게가 실려 역대 어느 경제 사령탑보다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획재정부의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임하게 되며, 경제관련부처를 총괄할 예정이다.

박 당선인 정부의 초대 경제 부총리로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강봉균 전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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