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 영토갈등 본격화, 키메이커는 한국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4일 오후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특사단인 누카가 후쿠시로 간사장과 인사를 나눈 후 자리에 앉고 있다. 박 당선인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 당선인 집무실에서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등 자민당 소속 의원 3명,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 등 특사단의 예방을 받았다.

중국와 일본과의 영토갈등이 악화일로에 놓여있다. 지난 8일 중국 해양감시선 4척이 일본 영해에 13시간 머무른 사태에 이어 지난 10일에는 중국 전투기 10대가 일본 영공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와 일본 전투기가 급발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끊임없이 갈등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두 국가는 외교로까지 그 대결을 확대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 사이 양국이 손을 내민 곳은 한국, 바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었다. 

중국과 일본 영토갈등 본격화, 키메이커는 한국 
지난해 9월 일본 정부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조처를 계기로 촉발된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8일 중국 해양감시선 4척이 센카쿠 일본 영해에 13시간이나 머물렀고, 급기야 지난 10일에는 중국 전투기 10대가 일본 영공 바깥쪽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와 일본 전투기가 급발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 10일 자국 전투기가 댜오위다오 부근 일본 방공식별권(JADIZ)에 진입한 것과 관련 “동중국해 가스전 서남쪽에서 정상적인 순찰 훈련을 하고 있는 원-8(조기경보기) 1대에 대해 일본 F-15전투기 2대가 근거리 추적을 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며 통상활동이라 주장하고 나섰다. 다음날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 군용기의 동중국해 비행은 정례적인 일”이라며 “일본이 사태를 확대시키고 긴장을 조성”했다며 거들었다.

방공식별권은 타국 항공기가 자국 영공에 진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영공 외곽구역이다. 중국은 일본이 자의적으로 설정한 방공식별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 군용기가 일본 영공이 아닌 공해 상공을 비행한 것은 국제법에 부합하는 일”이라면서 “일본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방공식별권이 이런 권리를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교섭의 여지가 없으며 바다와 영토를 단호히 지키겠다”며 못을 박는 한편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본계 기업과 일본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국가로서 잘못된 것”이라고 중국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또한 일본 정부는 센카쿠 주변 경비 강화를 위해 순시선(경비함) 12척과 해양경찰 400명을 전담 배치하는 한편 2015년부터 센카쿠 순시함 배치를 위한 추가경정예산과 1000t급 순시선 6척을 신규 건조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같은 중국의 도발은 댜오위다오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 조처 이후 중국은 해양감시선을 일본 영해에 주기적으로 진입시켜왔고 급기야 8일에는 중국 해양감시선 4척이 13시간이나 센카쿠 일본 영해에 상주시키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양국 모두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새 지도자가 들어서면서 갈등이 경쟁적으로 증폭되는 양상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강한 일본의 부할’을 내세우고 있으며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도 ‘중화민족의 부흥’을 취임 일성으로 내뱉었다. 따라서 두 나라 간의 갈등 문제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까지 안고 있는 동북아 지역 정세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현재 상태만으로도 양국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입을 모으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이 중-일 두 나라의 외교 대결의 중심에 섰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을 특사로 보냈다. 이는 일본 총리에 오른 아베 총리가 올해 초 주변국 중에서는 가장 먼저 특사를 보낸 것으로 일각에서는 일본이 중국과의 갈등에서 외교적 고립을 막기 위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일관계는 이명박 정부 말기에 이르러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으로 우경화에 치닫은 바 있으며 지난해 8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에 대한 사죄 요구 발언 등으로 한일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된 상태이다. 그러나 박 당선인은 ‘화해’에 대한 즉답을 피하며 일본 측에게 ‘선(先) 태도 변화, 후(後) 신뢰 회복 가능’을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역사를 직시하면서 화해와 협력의 미래를 지향하고, 이를 위해 양국 간에 꾸준히 신뢰를 쌓아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주변인들도 “일본의 역사 왜곡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박 당선인의 의지가 강경하다”며 “다만 한일 관계를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향후 한일 관계가 앞으로 일본이 보일 태도에 상당 부분 달려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드는 시점에서 일본은 특사 파견 직후, 日총리 직속 교육위원에 ‘침략 미화’ 주도자들 내정을 감행하는 강수를 두었다.

주목받고 있는 한국 분쟁 조정 능력, 박 당선인의 외교 역량 시험대에 올라 
지난 11일 아사히 신문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총리 직속 교육재생실행위원회 위원에 일본의 침략전쟁 미화 교과서 보급을 주도해 온 야기 히데쓰구 다카사키 경제대 교수 등 극우 인사들을 다수 내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인선은 아베 총리가 교육 공약을 구체화하기 위한 중요한 기점으로 그 동안 아베 총리는 기존 교과서를 자학사관 편향 교육이라며 교과서 기술에서 이웃 국가를 배려한 근린제국 조항을 수정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야기 교수는 일본 침략을 정당화하는 교과서를 만드는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회장 출신이다. 또 다른 위원으로 내정된 인사는 여성 작가 소노 아야코, 일본교육재생기구의 우호 단체로 알려진 전일본교직원연맹 고노 다쓰노부, 입시학원 대표 사사키 요시카즈, 오자키 마사나오 고치현지사도 위원으로 모두 극우성향의 인사들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일본 측 태도가 특사 방문 당시 박 당선인의 발언을 사실상 거절로 받아드렸기 때문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박 당선인은 지난 10일 시진핑 총서기가 특사로 파견한 장즈쥔 외교부 상무부부장과도 자리한 바 있어 한국이 일본과 거리를 둘 것이라는 뉘앙스로 받아드려졌을 것이란 예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박 당선인에게 한일 관계 복원과 함께 향후 한일 관계 진전을 위해 역사적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갈지가 중요한 숙제로 남겨졌다. 또한 올해 우리가 주최국이 되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끄는 일이 박 당선인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외교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당선인은 러시아와의 자원 외교 등을 염두에 두고 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자세다.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고조되고 북한의 위협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균형추로서의 러시아 역할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일 갈등, 북한과의 관계 등 박 당선인의 외교력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갈등 조정 역량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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