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부부들, 아이 얻기 위해 대리모 꺼리지 않아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1.15명으로 OECD국가 중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불명예만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렇듯 저조한 출산율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불임’이다. 국내 여성 불임진료 환자 수는 현재 19만여 명으로 지난 2008년에 비해 25%나 증가한 수치를 보여 여성 불임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 현대인들의 과도한 스트레스, 인스턴트 음식 등으로 인한 비만, 과다한 흡연과 음주 등으로 인해 시험관 시술 등의 임신 가능성마저 희박해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타인의 자궁을 이용하는 ‘대리모’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을 통한 불임부부, 브로커 등과의 접촉이 수월해지면서 대리모 출산이 더욱 급증하고 있다. 현재 대리모의 실태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무분별하게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자는 대선 하루 전날인 18일 한 불임카페에 ‘대리모를 지원한다’는 글을 남겼다. 대통령 선거란 나라의 큰 정사를 앞에 두었음에도 글을 남기자마자 쪽지와 메일이 쏟아졌다. 의뢰인을 자청하는 불임부부들과 ‘출산 브로커’인 중개인들이 뒤섞여 있었다. 자신을 중개인이라고 밝힌 사람에게 ‘대리모를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고 쪽지를 보냈다. 잠시 후 대리모 중개인 A씨로 부터 휴대폰 전화가 남겨진 답장이 도착했다.

“딸 임신하면 지우고 추가 임신 비용 1천만원 지불”

19일 선거 당일 중개인 A씨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그는 기자가 지원자인지, 의뢰인인지 먼저 확인한 후 곧바로 기자의 개인 신상에 대해 물어왔다. 나이와 혈액형, 키와 몸무게, 가족관계와 집 주소, 남자친구 유무 등을 체크했다.

A씨는 “대리모를 하기 전에 피검사, 소변검사, 자궁내막검사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생리 첫날의 14~15일 후가 적당한 검사기간이다. 검사하는 병원은 지정돼있다”면서 검사를 종용했다.

이어 그는 “특히 임신하기 가장 좋은 자궁 두께 10mm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가장 중요하다. 일부 의뢰인 부부는 자궁두께를 우선조건으로 지목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혈액형을 말하자 중개인은 몇 초 뒤 네 쌍의 의뢰인 부부 목록을 불러 준 뒤, 이들 중 원하는 부부를 고르라고 했다. 대략적인 질문을 끝낸 중개인은 얼굴을 확인하고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기자에게 직접 만날 장소와 시간을 통보했다.

기자는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OO대학병원 옆 카페에서 중개인을 만날 수 있었다. 원래 만나기로 했던 시간보다 조금 늦게 약속 장소에 도착한 중개인은 뛰어 들어오면서도 계속해서 의뢰인 부부들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이러한 통화는 기자와의 면접 중에도 계속됐다.

잠시 전화 통화를 끊은 중개인 A씨는 “현재 (기자의 혈액형과 일치하여) 대기하고 있는 부부는 네 쌍이며 가격은 시험관 시술, 난자 공여 등의 임신 방법에 따라 3000~4000만원까지 있다”고 대리모 가격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은 후 “임신 방법 외에도 거주하는 옵션, 원하는 아이 출산에 따라 추가적인 돈이 지불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에 의하면 난자 공여를 할 경우 500만 원 정도 더 받게 되며 쌍둥이나 아들을 낳으면 추가적으로 500만원을 더 주기로 한 부부도 있다.

기자가 만약 의뢰인 부부가 아들을 원했는데 딸일 경우 어떻게 되느냐고 질문하자 “중개인으로서 그런 부부는 웬만하면 받고 싶지 않다”면서 “대리모를 구하는 판에 아들딸 구별하는 것은 자격미달이라고 본다”면서 “간혹 4대독자를 원하는 집에서 검사 결과 딸일 경우, 아이를 지우고 다시 시술하는 조건으로 1000만원을 지원자에게 추가 지불하는 부부도 있다”고 귀띔했다. 
 

조건과 옵션에 따라 대리모 조건 및 비용 달라

기자가 돈이 급하다는 핑계로 가장 높은 조건인 4000만 원짜리 대리모를 하겠다고 자처하자 그는 “의뢰인 부부를 만나 면접에서 통과되면 그 자리에서 100만원의 선수금을 받고 계약서를 작성한다”면서 “착상 후 8주 1일이 되는 날 600만원을, 6~8개월이 지나면 700만원을, 나머지는 출산 직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추가적으로 매달 60만원씩 생활비도 지급되므로 식비로 쓰고 남는 돈은 용돈으로 써도 된다”고 부연한 뒤 “출산 후 조리원비로 약 150만원이 지불된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지목한 4000만 원짜리 대리모에 대해 A 씨는 “대리모가격은 옵션에 따라 2000~5000만원까지 있어 중상급 정도”라고 말했다. 대리모 중개인은 의뢰인에게서 수수료로 1000만 원 정도를 받는다.

기자가 지원자 현황에 대해 묻자 “전반적으로 지원자와 의뢰인부부의 비율은 비슷하다”며 기자가 선택한 4000만원 부부에게도 얼마 전 다른 지원자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지원자는 “의뢰인 부부와 면접까지 봤으나 부부와 닮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이 부부는 얌전하고 자신들과 비슷한 이미지를 원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일부 의뢰인부부는 학벌, 외모, 성격, 집안 내력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에 대기하고 있는 시간이 길다”고 의뢰인들의 성향도 설명했다.

중개인은 “지원자들의 사연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큰돈을 필요로 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한 대리모 지원자는 집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큰돈을 대출받은 사실을 뒤늦게 알았으나 부모가 돈을 갚을 능력이 없어 (돈을 갚기 위해서) 대리모를 지원한 적이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외에도 대학 등록금을 대출받아 갚기 위해 지원하기도 하고, 작은 가게를 내고 싶은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원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중개인은 한 사람이 대리모에 여러 차례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며 “1억을 모으기 위해 세 번째 의뢰인을 기다리고 있는 지원자도 있고 유학자금을 모으기 위해 몸조리를 하면서 두 번째 의뢰인을 찾고 있는 지원자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우에 대해서는 “두 번의 대리모를 했음에도 빚이 남아있어 한 번 더 기다리고 있는 친구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지원자는 20살부터 37살까지가 대부분이며, 가끔 40~50대의 가정주부들도 돈 때문에 지원하긴 하지만 의뢰인부부 측에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호’라는 명목 아래 숨겨진 ‘감시’

기자와 이야기를 나눈 중개인 A씨는 스스로를 ‘매니저’라고 소개했다.

A씨는 “현재 같이 일하고 있는 매니저는 나를 제외하고 남자 3명으로 총 네 명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 남자 매니저는 많은 반면 여자 매니저는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가끔 남자 매니저에게 호되게 당하고 나에게 넘겨지는 대리모도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면담할 때 남자 매니저들은 무조건 가격을 높게 부른다. 그러나 정작 (대리모를) 시작하고 나면 생활비 등의 명목으로 다 빼기 때문에 (대리모가 받는) 실제 수령액은 내가 말하는 것보다 적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남자 중개인들의 횡포가 심각하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대리모를 하게 되면 주로 지방에 마련된 숙소에서 지내기 마련인데 숙소에서 잘 생활하는지 등을 거의 매일 매니저가 체크하며 이를 빌미로 대리모에게 하룻밤을 요구하거나 치근거리기도 한다”며 “혹시나 대리모를 하다가 중간에 도망갈지도 모른다고 의심해 ‘말 안 들으면 부모님에게 다 말할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한다”고 주의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원자(대리모)의 입장에서는 돈을 직접 받는 사람이 매니저이기 때문에 그들의 횡포에 묵묵히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의뢰인부부에게 계약은 남자 매니저가 하더라도 관리는 여자 매니저에게 받겠다고 말하라”고 조언했다.

중개인의 역할을 물었더니 “임신부터 출산 후 조리까지 약 1년 동안 대리모에 대한 총체적 관리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마련해놓은 숙소에서 대리모들이 잘 먹고 잘 사는지도 확인한다. 직접 못가는 경우 통화하고 병원에 검진 받으러 가는 것까지 하나하나 챙긴다”고 대리모 관리에 대해 상세히 말해줬다.

주로 의뢰인 부부가 주문하는 사항에 맞추어 대리모를 관리하고 도망가지 못하게 감시하는 것이 중개인들의 대체적인 임무였다.

A씨는 “이러한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인 만큼 배신하면 안 된다”며 “실제로 출산 일주일전에 도망간 대리모가 있었지만 잡혀왔다”고 미리 도망가지 못하게 못을 박았다. 
 

‘감언이설’ 속에 숨어 있는 ‘대리모 유혹’

A 씨는 현재 의뢰인 부부의 심정과 상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는 “(의뢰인부부의) 부인이 심장 이식 수술을 2번이나 받은 상황이라 임신을 하게 되면 생명이 위험하다”며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너무 힘든 그 사람들을 구할 방법은 당신(기자)에게 있다”고 대리모 지원의 타당성을 계속해서 설명했다.

특히 대리모의 풍족하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그는 “우선 의뢰인부부와 계약이 성사되면 대구로 내려가 15평짜리 아파트에서 또 다른 대리모와 단둘이 생활하게 된다”며 “의뢰인은 한 달에 한 번 들를 수 있고 태교를 무리하게 요구하지는 않지만 만약 임신 후에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의뢰인 부부가 추가로 지불한 돈으로) 강의를 듣게 해주고 문화센터 등을 다니고 싶으면 부부가 보내준다”고 밝혔다.

이어 “원할 때는 외출도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다만 병원 검진 만큼은 확실하게 체크한다.”고 덧붙였다.

A씨에 따르면 대리모는 일반적으로 15평의 아파트가 숙소로 정해지는데 집세는 의뢰인이 낸다. 대리모 입장에서는 혼자 살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의뢰인부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많아지므로 한 집에서 둘이 살게 해 두 부부가 공동으로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한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대리모끼리 본명을 언급하는 등 사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는다고. 대리모 카페에서 쓰던 ID로 서로의 호칭을 부른다는 것.

집 마련해주고 4대보험도 들어줘

현재 A 씨가 관리하고 있는 대리모는 다섯 명이다.

두 집에서 네 명이 살고 있는데 나머지 한 명은 미혼모여서 자기 아이와 함께 생활해야 해서 특별히 혼자 한 집을 쓰고 있다.

A 씨는 “만약 원한다면 4대 보험도 들어줄 수 있다”며 “현재 내가 사업장으로 등록돼있는 회사가 있으니 그곳에 취직한 것처럼 꾸미면 된다”고 말했다. 그린고는 “가족에게 취업했다고 거짓말을 하기 위해 재직증명서를 요구하는 대리모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략적인 면담이 끝나자 A 씨는 곧장 기자와 의뢰인부부의 면접 약속을 잡았다. 기자가 보는 앞에서 통화를 시도한 중개인은 이틀 뒤 XX카페에서 오후에 보자는 약속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너무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의로인과의 만남 추진에 기자가 “조금 무섭고 두려워서 대리모를 해야 될지 고민된다”고 하자, 중개인은 갑자기 “안 된다”고 정색했다. 혹시나 이 약속을 파기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는지 중개인은 대리모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어디 가서 큰돈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느냐”면서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고 배우고 싶은 것까지 지원해주는 등 일신 편하게 돈을 버는 것이니 얼마나 좋은가”라며 설득했다.

A 씨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삼고 이것(대리모) 두 번만 하면 인생이 편해진다”면서 “위험하거나 힘든 것도 없으니 걱정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이어 그는 “돈이 필요한 지원자들과 아이가 필요한 부부들 간에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고 강조하며 “(대리모를) 떳떳하게 하지 못하는 불법이라고 보지만 공공연히 행해지는 자연스러운 것이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출산 후)티가 안 난다”고 운을 띄우며 병원 기록에 대한 생소한 설명을 덧붙였다. A씨에 따르면 대리모는 지정된 병원에서 주기적으로 1년간 초음파 검사 등을 받고 또 다른 지정된 병원에서 출산을 한다.

그는 “OO병원에서 출산을 하면 대리모 이름으로 기록이 안 남고 의뢰인 부인의 이름으로 남는다. 다만 주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위해 다녔던 병원기록에는 대리모의 이름이 남는다”고 밝히며 “나중에 대리모가 실제로 결혼해서 초음파 검사를 받으려면 그 병원 외의 그 어떤 병원을 가더라도 기록이 남지 않는다” 고 안심시켰다.

A 씨의 말대로라면 병원이 대리모임을 알면서도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략의 이야기가 끝나자 중개인은 “다른 의뢰인 부부와의 약속이 예정돼 있다”면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일주일에 4일은 지원자와 의뢰인 관련 약속이 있다. 병원 검사와 중개업, 대리모 관리까지 맡다 보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었다.

그는 일어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틀 뒤 약속 잊지 마라”면서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통장사본, 신분증 사본을 꼭 챙겨오라”고 신신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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