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사학재단, 전교조 모두 개혁대상

우리의 교육이 총체적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요즘은 교육현장에서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사건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니,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지난해 고교등급제와 수능 부풀리기 파문에 이어, 사립학교법 개정문제로 교장과 평교사들이 번갈아 찬반시위에 나서는가 하면, 대학과 중·고교 및 사학법인에서 잇따라 터져 나온 입시 및 성적비리, 횡령 사건들은 마치 누가 더 비리를 잘 하는지 경쟁을 벌이는 것 같다. 대학이 학생들의 장학금을 가로채고, 대학교수가 수험생에게 논술문제지와 모범답안을 건네주고, 교사가 답안지를 대신 작성하고, 자녀를 자신이 재직하는 학교로 위장전입 시키고, 학부모에게 전·입학 조건으로 거액을 모금하고, 담임선생이 시험감독교사의 서명을 위조하고, 교사와 여성 학부모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더군다나, 이 모든 비리들이 거의 한결같이, 대학과 중고등학교를 막론하고, 사학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교장과 교감, 교무부장과 평교사 등이 공모해 돈을 받고 성적조작과 답안지 유출 등을 감행한 한 서울 명문사립고의 경우, 이 사건으로 파면된 교사를 같은 재단 내 다른 학교에서 다시 채용했다. 이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런 어른들을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이며, 어떻게 믿고 따를 것인가? 아이들은 이런 선생님과 부모들을 비웃으며, 수능시험에서 초대규모 휴대폰 부정사건 일으켰고, 조폭보다 훨씬 무시무시한 일진회를 만들어 학교를 조직범죄의 온상으로 전락시켰다. 이종태 전 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최근 기고에서,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교육계 인사들의 극심한 도덕적 해이'이고 '기성세대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학생들의 조롱이자 반란'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오늘의 교육현실을 보면서, 100년 전 '시일야방성대곡'의 심정을 금할 길 없다"며 "참으로 일대 혁신이 요구되는 때다. 과감한 발상의 전환과 기득권 포기가 절실하다. 나라 전체가 위기에 처한 교육난제 해결을 위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절규에 공감하면서, 필자는 교육계가 정말 총체적으로 개혁돼야 한다고 감히 주장한다. 교육이 아니라 교육계이다. 진정한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그 교육의 주체들이 먼저 개혁돼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경제전문가인 김진표씨가 교육부총리가 된 것에 대해 반발이 크고, 상처도 많이 받은 모양이다. "교육문외한이 공교육을 망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교육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우리 공교육의 질을 얼마나 끌어올렸는지 묻고 싶다"는, 교육계 밖의 여론도 결코 무시할 수 없지 않을까. 솔직히 요즘 교육문외한이 어디 있겠는가. 아이 하나라도 키우는 부모라면, 절대 전문가가 될 수는 없어도, 교육문외한일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또 교육현안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두 세력, 사립학교재단을 필두로 하는 보수진영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선봉으로 한 진보세력, 이 모두 필자가 보기에는 교육계의 개혁대상이다. 우리 공교육을 이 지경으로 만든 사학법인들이 도대체 뭘 잘한 것이 있다고, 친인척으로 도배된 이사회에 외부 인사 한 두 명 끼는 것을 가지고 "전교조가 학교를 빼앗으려 한다"느니, "학교를 폐쇄하겠다"느니 하면서 국민들을 협박한다는 말인가? 반면 전교조는 초기의 참교육에 대한 초심을 얼마나 유지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교육개혁보다 교사들의 이익신장에 더 관심이 있는 것 아닌가? 혹시 철밥통의 '귀족노조'는 아닌가? 이종태씨의 지적처럼, 진정한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과 교육계의 기득권 포기가 선결문제인 것이다. 지금은 진정 위기이며, 더 이상 교육계 개혁을 미룰 수 없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이미 의료계처럼 교육계도 바뀌어야 함을 지적한 바 있다. 교육계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혁신하라! 2005년 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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