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 남양유업, 농심 불붙은 커피전쟁

일제 강점기 국난에 시달리던 고종이 하루에 10잔 넘게 마시던 ‘가비차’. 사무 보는 직장인, 공부하는 수험생, 집안일 하는 가정주부 등 국민 모두가 중독처럼 즐겨먹는 기호식품이 무엇일까? 바로 커피다. 1976년 ‘동서식품(회장 김석수)’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히트작 ‘커피믹스’를 내놓았다. ‘커피믹스’란, 커피와 설탕, 프림 등을 섞어서 일 회분씩 포장하여 물에 타서 먹을 수 있도록 해놓은 1회용 가용성 커피 제품이다. 그 후 ‘커피믹스’ 시장에 남양유업(회장 홍원식), 롯데칠성음료(회장 이재혁), 네슬레 등이 진출해 과열 경쟁을 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서울우유가 커피시장에 발을 들여놓았고, 농심도 커피제품출시계획을 검토하고 있어 커피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뒤바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서식품 세계최초 ‘커피믹스’

동서식품은 1970년대 일부 상류층의 전유물이던 커피를 온 국민이 즐기는 음료로 대중화 시킨 장본인이다. 90년대 초만 해도 파우치 형태의 커피가 일반적인 상황에서 동서식품은 스틱형 제품을 일부 지역에만 공급하기 시작했다.

시장의 반응이 좋아 수요가 늘면서 스틱형 제품 포장설비기계를 개발했고 1990년대 말에는 지금의 ‘맥심 커피믹스’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며 세계시장을 점령하기에 이른다. 

‘맥심 커피믹스’는 국내최초 스틱형 커피로, 각자 취향에 따라 설탕량을 조절할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로 마의 시장점유율이라고 불리는 70%의 벽을 깬다.

동서식품은 맥심 오리지널, 모카골드 마일드, 아라비카100, 폴리페놀커피, 디카페인, 아이스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며, 1984년 941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을 지난해 1조5000억원대로 끌어 올리고 1484억 원을 영업이익을 냈다.

최근에는 ‘원두커피’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 위해 신개념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누’를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카누는 분쇄 원두커피와 인스턴트 커피를 블랜딩하여 만든제품으로 콜롬비아 다크로스트, 콜롬비아 블렌드 마일드 로스트, 콜롬비아 다크로스트 스위트, 콜롬비아 블렌드 마일드 로스트 스위트 등 네 종류로 나뉜다.

남양, 커피믹스 출시 2년 만에 업계 2위

동서식품의 아성을 넘겠다며 지난 2010년 12월 야심차게 커피믹스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남양은 ‘프렌치카페’로 업계 2위였던 네슬레를 단숨에 뛰어넘었다. 남양이 커피믹스 제품을 출시하기 전까지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데이스터스 초이스’로 알려진 네슬레가 2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남양 프렌치카페 카페믹스의 시장 점유율은 12.0%로 집계됐다. 압도적 1위 동서식품(79%)의 벽은 아직 높아 보이지만 ‘김태희, 강동원’ 투톱을 내세운 ‘건강한’ 마케팅이 적중. 후발주자인 남양은 ‘프림속 화학성분인 카제인나트륨 대신 무지방 우유가 들어갔다’는 문구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했고, 이 제품 젊은 소비자들에게 매니아가 형성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커피믹스 시장은 동서가 거의 독점해오다시피한 시장”이라며 “남양이 단기간에 시장진입에 성공하면서 독점시장을 경쟁시장으로 바꾼 부분은 고무적으로 일”이라고 말했다.

농심 디딜 자리 준비 중

‘커피믹스’의 개발자 동서의 한숨 소리가 들린다.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 카페믹스’가 출시된 이후 단숨에 시장 점유율 2위를 꿰차 경쟁을 촉발시킨데 이어 스낵과 라면업계의 최강자 농심이 연내에 커피믹스 제품을 출시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농심은 “녹용 주성분인 ‘강글리오시드’(ganglioside)를 함유한 커피믹스를 조만간 출시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커피시장에 ‘웰빙 바람’에 편승한 신제품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업계간의 마케팅 대전이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글리오시드’란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환원하는 기능과 면역기능이 뛰어난 성분으로 일각에서는 ‘머리가 좋아지는 커피’, ‘암을 예방하는 커피’가 콘셉트일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농심은 “현재 제품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기호식품인 커피에 건강 기능을 접목한 기능성 커피로 새로운 소비자층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농심의 커피믹스 시장 진출과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어떤 것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말할 단계도 아니다”며 “기능성 커피라는 것 이외에는 출시 시기나 형태 등을 자세히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최대한 서둘러 연내에는 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식품보다 높은 커피믹스의 평균 마진율과 생활필수품에 가까울 정도의 높은 인기를 감안한다면 농심의 시장 진입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라면 시장에서의 시장 지배력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이미 전국적인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농심은 지난 2010년 출시된 이후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한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도 여전히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상황임을 감안해야 한다”며 “농심이 커피 사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가’ 무색한 365일 할인판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커피믹스 시장의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커피믹스 시장이 성숙기 내지 정체기로 접어들면서 ‘커피믹스’ 대신 ‘원두커피’ 판매량이 늘어나는 와중에 굳이 ‘커피믹스’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단순한 마진율 욕심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커피믹스 시장이 규모면에서는 원두커피 시장을 압도하지만, 최근 5년 사이 원두커피 시장은 141% 성장한 반면 커피믹스 시장은 6% 성장하는 데 그쳤다. 따라서 커피믹스 시장이 빠르게 저무는 해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올 한 해 커피믹스 시장은 어느 해보다 판촉 행사가 활발했다. 소비자들에게 커피믹스는 ‘365일 행사’ 혹은 ‘더블 증정’ 하는 상품으로 각인돼 있어 커피믹스 시장에서 ‘정가’라는 표현은 사라진지 오래다. 커피믹스 업계들은 소비자의 대량구매를 유도해 재고를 소진하는 방법으로 판매를 이어가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소비자의 재구매 시기 또한 지연시킨다는 단점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