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부터 자동차용 블랙박스의 KS인증제도가 도입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불량 블랙박스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을 해소하고 관련업체의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취한 조치다.

제도 도입에 앞서 시민단체 소비자 모임은 온라인 쇼핑몰과 홈쇼핑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블랙박스 11개 제품의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시민단체에 따르면자동차용 블랙박스 11개 제품 가운데 KS규격 기준 16개 항목 모두 합격한 제품은 단 한 개도 없었다.KS규격의 총 26개 항목 가운데 소비자 불만 사례를 참고해 시민단체 소비자 모임이 카메라 화소수, 영상 데이터 저장 주기, 완전방전방지, 번호판 인식 성능, 정전기 방전 보호 등 16개 항목을 추려 점검한 결과다.그나마 15개 항목을 충족한 제품이팅크웨이‘아이나비 블랙클레어’, 피타소프트‘블랙뷰 DR380G-HD’, 현대모비스‘HDR-1700’ 3개였다. 이외 큐알온텍‘루카스 PRO LK-5900HD’, 아이트로닉스‘아이패스 블랙 ITB-100HD’, 현대엠엔소프트‘소프트맨 R700’이 14개 항목 충족에 그쳤다.

이번 테스트에서 11개 제품이 공통으로 충족하지 못한 항목은 ‘완전 방전 방지’이다. 시동을 끈 상태에서 블랙박스를 작동할 때 블랙박스에 전원을 공급하는 배터리가 방전되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이다. 블랙박스가 자동차 베터리를 소모해 방전되는 이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블랙박스들은 전자파 적합 등록 대상 제품으로 방송통신위원회 전파연구소의 전자파적합등록을 거쳐야 KC인증을 받을 수 있다. 전자파 인증이란 제품에서 발생한 전자파가 사용자에게 얼마나 위험한가를 검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블랙박스의 성능과는 무관하다.

KS규격은 제품의 성능이나 품질을 가리는 규격이다. 하지만, KC인증과 달리 의무 규정이 아니다. 또한, 다른 제품에 비해 블랙박스는 표준화가 되지 않았다.문제는 KS규격 충족이 의무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제조사나 유통사가 제품 홍보를 위해 검증 테스트를 의뢰할 수 있지만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매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사실 블랙박스는 교통사고 감소와 보험사기 예방 등 많은 효과가 입증됐다. 때문에국토해양부는 2009년 법개정을 통해 국내 모든 상업용 차량에 2013년까지 차량용 블랙박스 장착 의무화를 시행중에 있으며,자동차 보험업계도 블랙박스 장착 차량에 한해 보험료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시장은 당연히 급성장했다. 자동차 블랙박스의 제조사가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이윤을 위해 제살 깎기 경쟁도 치열하다. 심지어 질 낮은 부품조달도 비일비재하다.‘싼게 비지떡’이 통하는 시장인 셈이다.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런데 제조사가 이런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일이 다반사다. 과대 허위 광고는 물론이고, 기능의 차별성이 없음에도 고가를 책정해 시장에 내놓는다. 일종의 ‘비싸야 산다’는 소비 심리를 이용하는 형국이다.

물론 정부가 자동차 블랙박스에 대한 KS규격화를 통해 제조사의 기술 개발을 촉진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규제항목에 대해선 보다 세밀한 손질이 필요하다. 그래야 블랙박스의 글로벌 경쟁력도 확보될 수 있다. 요즘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 블랙박스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을 보면 블랙박스가 또 하나의 글로벌 1등 제품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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