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첫 선을 보인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근 3년 만인 2005년에 다시 보아야 하는 이유는 작품의 연륜이 얼마나 깊어졌을까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 동안 2003년 초에 앙코르 공연을 했고, 2004년에는 중국 상해에서 공연을 가져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하니 해마다 성장을 해 왔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특히, 이번 공연의 히로인을 맡은 줄리엣의 조정은과 로미오의 민영기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들은 초연 때부터 같은 역할로 무대에 선 데다가 조정은은 지난 해 미녀와 야수의 벨 역할로 주목을 받았고, 민영기는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하이드 역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이후 다시 돌아온 무대이기 때문에 더욱 기대를 모았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는 내내 떠오른 생각은 셰익스피어가 이 비극을 쓸 당시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였다. 지금까지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적인 러브스토리의 전형으로 자리잡을 만큼 영화, 연극, 뮤지컬, 무용극 등 장르를 불문하고 형상화되어왔다. 특히, 15세의 올리비아 핫세가 맡은 68년작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흑백영화 속의 줄리엣은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앳된 용모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저리게 했으며, 현재까지도 그 이미지는 강하게 남아있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들에게는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보다는 영화 속 로미오와 줄리엣이 무대에서는 어떻게 표현될 것인지에 더욱 집중하는 듯하다. 물론 무대극으로는 이미 로미오와 줄리엣의 현대 버전인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있고, 영화 또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바즈 루어만 감독의 96년작 로미오와 줄리엣이 현란한 영상과 화려한 색채감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현대 버전의 마침표를 찍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텍스트이다. 서울예술단의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은 뮤지컬 단원들을 많이 보유한 단체답게 앙상블들을 충분히 활용하여 극을 풍성하게 했다. 특히, 몬터규 가의 청색 계열과 캐플릿가의 자주색이 시각적인 대비를 이루면서도 서로 어울림을 유지한다면 흰색 옷을 입은 세 명의 맵 요정은 오히려 극명한 대비 효과를 주면서 선명하게 다가왔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 수면제를 마시고 잠들었다가 깨어난 줄리엣이 독약을 마시고 옆에 누워있는 로미오를 본 순간 통곡을 하며 로미오의 허리춤에서 칼을 빼내어 들고 깊숙이 찌르는데. 어떤 장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더라도 이 장면은 어김없이 반복되는데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은 마지막에 환생 장면을 추가하여 관객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에 손색이 없었다. 국립발레단의 두 남녀 무용수가 각각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분하여 사랑의 듀엣을 연출할 때는 객석이 숙연해졌고, 이루지 못한 두 연인의 사랑을 춤으로 완성해 보여주었다. 서울예술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빼어남은 결국 마지막 장면이 아니었던가 싶다. 물론, 올리비아 핫세의 청순함과 성숙한 여인의 향기를 동시에 내뿜는 조정은의 줄리엣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격월간 ‘더뮤지컬’ 편집장 홍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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