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고건 쟁탈전’ 가열...‘고건’의 이면에는 ‘호남’이 있다?

요즘 정치권에서 단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인물은 고건 전 총리이다. 이는 열린우리당 호남 일부 의원에 이어 수도권 의원까지 고 전 총리 중심의 정계개편을 거론하고 나섰고 민주당은 고전 총리에 대한 당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고건발 정계개편론’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 이와 함께 중부권 신당을 추진 중인 심대평 충남지사도 조만간 고 전 총리를 만나 연대를 타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건 쟁탈전’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까지 가세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건 중심' 정계개편론 가능할까? 최근 고건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론’이 정치권에 제기되면서, 그 가능성을 놓고 이견이 분분하다. 무엇보다 여당 내에서 ‘개편론’이 고개를 들고 있고, 민주당과 중부권 신당 인사도 가세하면서 파장은 1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모습니다. 그러나 정작 고 전 총리는 일단 거리를 두고 있다. 열린우리당 신중식 의원은 10일 고 전 총리 중심의 정계개편론 꺼냈다. 그는 “연말, 연초에 대폭적인 정계개편이 있을 것”이라며 “그 중심에 고 전 총리가 설 것이며 나도 역할을 하겠다”고 ‘정개개편론’을 확실시 했다. 안영근 의원도 “고건 중심의 정계개편은 가능성도 높고 공감하는 의원들도 상당수”라면서 “고건 밖에 답이 없다”고 가세하기 시작했으며, 그는 “정동영, 김근태 두 차기주자의 영향력은 이미 우리당과 함께 동반 하락했다”고도 했다. 또한 이들 의원 이외에도 고건 전 총리를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여당 의원들이 적지 않다. 이런 기류가 형성된 것은 여권의 계파 갈등과 함께 벌어지고 있는 내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당 내분과 국정혼선이 고 전 총리의 정치적 가치를 높여주고 있는 것. 특히 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을 추구하는 세력에게는 고 전 총리는 명분 있는 매개체인 것이다. 이에 대해 고 전 총리는 “나는 가만히 있는데 왜 이러느냐”며 선을 긋고 있지만 그의 말과는 달리 보폭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지난 9일 서울대 정치, 외교학과 출신의 여야 의원들 모임에 고 전 총리가 초대돼 참석했고 11일에는 박준영 전남지사의 초청으로 광주를 방문한다. 또 16일에는 국내 한 단체와 인민일보 주최의 세미나 참석차 중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정치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우리당의 전남도당위원장인 유선호 의원은 “사견에 불과한 현실성 없는 얘기이자 무리한 논리 확대”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다른 한 의원도 “신중식 의원의 발언은 사실상 당을 깨자는 말로 도를 넘은 것”이라며 “당 윤리위 차원에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행정 고건’이 아닌 ‘정치 고건’으로 실현하기는 그리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평했다. 이처럼 엇갈리는 전망과 평가 속에서 ‘고건발 정계개편론’은 한편에서는 계속 흘러나오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 행보를 일축하는 이중적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왜 고건인가? 이처럼 ‘정계개편론’ 중심에는 왜 고건 전 총리가 있을까. 그간 고 전 총리는 올초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권후보 1위를 지켜내고 있다는 것은 대중적 인기를 가득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간 행정 요직을 두루 거친 경륜과 좀처럼 각을 세우지 않는 안정감과 포용력이 고 전 총리를 대권후보 1위로 부각시킨 힘이다. 이처럼 국민 입장에서 갈등에 휩싸인 여당이나 대선 연패의 야당보다 아예 다른 인물을 지목한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 전 총리가 만들어 낸 대중적 인기의 출발점은 이미지이며 현재까지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권후보 물망에 오른 이후 그는 아무런 비전과 전략을 제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부화뇌동하지 않는 특유의 신중함으로 스스로를 가꿔 나가는 것, 준비된 후보를 꿈꾸며 말과 행동을 아끼는 것, 국민들이 그를 대권후보로 손꼽는 이유 중 하나 일 것이다. ◆ 왜 호남인가 여야가 고 전 총리 ‘쟁탈전’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고건’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그 뒤엔 ‘호남’이란 지역이 있다. 여야는 ‘호남 사람’인 고전총리를 잡으면 호남 민심을 잡기란 계산이 깔려 있는 것. 때마침 고전총리는 광주를 찾았다. 박준영 전남지사의 초청에 따른 공식행사 참석이 명목이지만 앞서 광주 망월동 5·18 국립묘지를 참배해 이를 두고 정계에서는 정치적 행보와 연계짓고 있다. 또한 이러한 고 전 총리의 행보와 함께 호남이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정치권 지각변동의 진앙지가 호남이 될 것이라는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이 주목을 받는 일차적 이유는 지역을 대표할 만한 뚜렷한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또 노무현 정권을 만들어 낸 ‘일등공신’이 호남이었지만 지역 민심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호남 민심 이반에 따른 우리당 소속 호남권 의원들의 ‘탈당설’을 비롯해 ‘고건 전 총리 중심의 정계개편론’ ‘민주당과의 통합론’ ‘호남소외론 등에 따른 당내 지역갈등 예고’ 등이 제기되고 있어 열린우리당은 호남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역 여론이 민주당으로 기울어 있기 때문으로 우리당은 지난해 4·15 총선에서 대통령 탄핵풍을 타고 압승을 거둔 이후 내리 세차례 재·보궐선거에서 단 한차례도 승리하지 못했다. 그래서 여당의 호남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 민주당과의 통합 주장이 나왔고, 급기야 사상 초유의 여당 의원의 민주당 입당설까지 제기됐다. 한 여권 관계자는 12일 “전남 출신 모 의원이 지난달 말 최인기 의원의 민주당 입당 전후에 우리당을 전격 탈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돌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당은 위축,민주당은 약진’이라는 호남지역 상황에 따라 호남을 출발점으로 하는 정계개편론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우리당 신중식 의원은 “이 지역 민심 이반은 쉽게 되돌릴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섰다”며 “호남에서 불기 시작한 정치권 태풍이 심상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당은 최근 빚어진 총체적 국정 운영의 난맥상을 해결할 뾰족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에서 호남 지역 민심이반이라는 ‘불행’이 겹겹이 닥치면서 10월 재·보선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호남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10월 선거를 신호탄 삼아 격한 당 내분 사태가 재폭발하면서 고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와 함께 호남민심 이반과 맞물려 제기된 ‘청와대 인사에서의 호남소외론’ 등이 당내 영남 출신 인사들의 불쾌감을 자극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여권 내 지역갈등 양상도 빚어지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여권 일각에서는 ‘호남이 민주당과의 통합, '고건 대안론' 등을 들고 나오면 (영남은) 어떡하란 말이냐’ ‘호남 의원들의 발언 때문에 영남 민심이 들썩거린다’는 볼멘소리도 적잖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열린당은 더욱 복잡한 혼란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한편 한ㆍ중 경제협력 토론회 참석차 1일 베이징을 방문한 고 전 총리는 차기 대선 주자 설 등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고건 전 총리는 "현직 대통령 임기가 절반 이상 남아 있는 시점에서 차기 대선에 관해 출마 여부나 개인의 정치적 행보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일각의 시각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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