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장관과 김정일 위원장 2시간30분 단독면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7월중 6자회담에 복귀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7일 전했다. 정 장관은 또 남북 장성급 회담을 재개하고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8·15 즈음에 개최키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6·15 통일대축전 참석차 방북한 정 장관은 이날 오후 인천공항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 내용을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면담에서 6·15 공동선언에 대한 참여정부의 실천의지와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핵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촉구하는 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선 1시간30분 정도 심도 깊은 의견을 나눴으며, 나머지 1시간 정도는 남북 사이의 정치·경제·군사 등 현안과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평양 현지에서 김홍재 통일부 대변인이 밝혔다. 정 장관은 면담 뒤 ‘좋은 대화를 많이 나눴느냐’는 질문에 밝은 표정으로 ‘네!’라고 말해, 면담이 성공적이었음을 내비쳤다. 이번 면담은 북한 핵 문제와 남북 관계 등 한반도 정세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이 특사 구실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은 2002년 4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특사로서 남북 관계와 북-일, 북-미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했던 임동원 외교안보통일 특보의 평양 방문과 비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간 문서 형태의 친서는 없다”며 “(그러나) 정 장관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 대비해, 북한이 핵폐기의 전략적 결단을 내릴 경우 획기적인 대북 지원을 하겠다는 등 몇가지 내용을 담은 노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평양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메시지의 형식에 대해 “지난해 6·15 행사 참석을 위해 서울을 방문한 리종혁 아태 부위원장이 노 대통령에게 수첩에 적어 온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를 낭독했던 적이 있다”며 “그와 비슷한 방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38분 수행원 1명과 함께 북쪽의 안내로 검은색 벤츠 리무진을 타고 숙소인 평양 백화원 초대소를 떠난 정 장관은 5시간30분 뒤인 오후 4시8분 일행과 함께 돌아왔다. 면담에 이어 열린 오찬을 겸한 환담에는 김 위원장이 “과거에 만났던 지인들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혀, 임동원 당시 국가정보원장과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 최학래 한겨레신문사 고문, 김보현 당시 국정원 3차장이 참석했다. 민간대표단에서는 고 문익환 목사의 부인인 박용길 장로를 비롯해 강만길 광복6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장, 김민하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등 세 명이 참석했다. 김민하 전 부의장은 순안 공항을 출발하기 앞서 “김 위원장이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강만길 위원장도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며 “(김 위원장) 건강이 좋아 보이더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당국 대표단과 함께 이날 오후 대한항공 전세기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을 떠나 인천공항에 도착, 곧바로 청와대에 들어가 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 면담결과를 보고했다. 정 장관은 이어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방북성과 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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