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옥 팔기도 전에 신사옥 착공

진주혁신도시 이전을 두고 지역이기주의 벽의 부딪히는 갈등을 겪었던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경남 진주 신사옥 부지 현장에서 20일 오전 착공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LH 신사옥은 대지 9만7125㎡에 지하2층, 지상 20층, 연면적 13만9295㎡ 규모로 건물 높이는 92.65m에 이른다. 하지만 130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LH가 4,000억 원 규모의 진주 신사옥을 건설하자 호화사옥 논란과 함께 방만 경영이 아니냐는 질타를 받고 있다. 호화청사의 대명사로 불리는 성남시 청사 건설비의 2배가 넘는 금액을 신사옥 건립에 쓰기로 한 LH는 주인 없는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실태가 심각함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신사옥비 4,000억도 130조 빚 앞에선 껌값

태양광 전기 사용, 지열냉난방 시스템 설치, 장애인 생활환경 최우수등급 인증, 국내 최초 최첨단 에너지 절약형 시스템 도입. LH는 진주 신사옥 앞에 화려한 수식어를 늘려가며 “경남 진주의 명실상부한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정작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진주 신사옥의 건립비전은 ‘천년사옥’으로 고품격, 에너지절약형 건축으로 지속가능한 친환경성을 강조한 장수형 건물이지만 정작 누구를 위한 천년짜리 건물인가는 시선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사옥이란 일터일 뿐인 것을,  LH는 천년사옥에서 천년만년 살기를 작정한 것일까? 오히려 130조원의 빚을 떠 앉고 있는 와중에도 ‘청사는 호화롭게 지어야 태가난다’는 LH의 만행은 천년만년 기억될 지도 모르겠다.

LH는 진주 신사옥 건립공사를 위해 지난달 28일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35%, STX건설25%, 계룡건설15%, 중앙건설15%)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기존에 LH가 보유하고 있던 땅에 신축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토지수용비는 들지 않지만 순수 사옥 건설비에만 4,000억 원 을 쏟아 부을 예정이다. 이는 과거 호화청사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성남시청(1,540억원) 건물 공사비의 2배가 넘는 비용이다. 용인시청사(1,947억원)의 공사비와, 서울시 신사옥 공사비용(약 2,000억원)보다도 2,000억원이나 비싼 금액이다.

특히 LH가 130조원이나 되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선포한 상황에서 호화청사를 건립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LH의 본연의 임무인 임대주택 보급 등 서민주거 안정에 예산을 쪼개 써도 모자랄 판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신청사건립에 쏟아 부을 이유는 더더욱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과련 LH의 관계자는 “친환경과 열효율이 높은 자재 등을 사용해서 공사 규모와 단가가 다소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유지관리 비용 등은 회사의 지불 능력이 가능한 수준에서 책정했다”고 말했다.

LH 신사옥 친환경 인증 담당 K팀장은 “신사옥은 정확한 절차를 거쳐서 승인된 내용으로 호화 청사 논란은 맞지 않다고 본다”며 “에너지 절감을 위해 건물을 짓다보니 초기 공사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차 후 관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품격 있는 호화사옥?

신사옥은 지하2층에 지상 20층 규모로 부지면적만 9만㎡, 연면적은 13만㎡(3만9,325평)로 현재 경기 성남 분당 사옥(7만2,011㎡)의 두 배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근무하는 직원은 수는 1,400여명으로 기존의 구사옥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면적만 두 배 가까이 커진 것은 호화사옥이라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는 “정부 사옥관리규정상 공무원 1인당 사무실 면적을 7~17㎡ 범위로 제한하고 있지만 LH는 공기업이라 정부 사옥 관리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며 “공기업은 정부기관이 아니라 민간기업의 일종에 가까워 정부가 사옥 크기를 규제할 방법은 마땅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H관계자는 “신사옥 규모는 정부의 지방이전 계획 승인 기준과 절차에 적합하다”며 “신사옥의 1인당 업무시설 면적은 56.28㎡로 정부지침(56.53㎡이내)과 동일한 수준이다”며 호화사옥 논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신사옥은 5000m 규모의 업무시설뿐만 아니라, 카페테리아·스낵바·은행·의원 등의 후생시설을 비롯  헬스장, 수영장, 체육관 등도 들어선다. 옥외에는 인조잔디 축구장, 농구장, 테니스장도 지을 예정이다.

오리사옥 판매는 오리무중, 빚내어 호화사옥 지을 판

신청사를 짓기 위해 LH는 또 '빚'을 져야할 형국이다. 2014년 말까지 진주 이전을 완료해야 하는 LH는 “사옥 매각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존 사옥 매각 진행이 현재 너무 지지부진해 결국 빚을 내 신사옥을 짓는 최악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LH가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사옥은 11개로 본사오리·부산개금·인천구월·강원원주·충북청주·충남둔산·전북인후·전남치평·전남중흥·경북침산·경남창원 사옥이다.

감평사 강모씨는 “11개 사옥 모두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헐값에 팔지 않으면 매각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며 “근래의 부동산 추세로는 건물 매매 시 20%정도의 할인 매매는 관례가 되버렸다”고 LH사옥의 매각 가능성은 비관했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평가금액이 4,000억 원이나 되는 건물을 매입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기에 LH의 부담감은 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LH는 현재 사용 중인 성남 오리사옥(4000억원)을 매각해 해결하겠다고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침체로 구매자가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오리사옥의 경우 2010년 입찰 신청을 받았지만, 매각 희망자가 없어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 방식을 변경하기도 했다.

오리 사옥은 대지면적 3만7,997㎡(약1만1494평), 연면적 7만2,011㎡(약 2만1783평) 규모로 본관은 지하 2층~지상8층 구조이며 별관은 지하 2층~비상4층 규모로 이뤄졌다. 2010년 3월 첫 매각공고를 낼 당시 감정가는 4,014억이었다.

감평사 강모씨는 “LH가 분당 사옥 매각대금을 신청사 건설비로 쓰려는 모양인데, 부동산 경기 악화로 강남 노른자위 빌딩도 안 팔리는 상황에서 4,000억 원짜리 분당 빌딩을 누가 매입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국회 국토해양부 소속 임내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LH공사의 매각 대상 사옥이 몇 년째 매각도 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매각 노력을 적극적으로 했다면 5년 동안이나 매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매각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중이나 잘 팔리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짧게 답했다.

취임 3주년 맞은 LH 이지송 사장의 위기?

LH는 이지송 사장은 2009년 9월 주택공사, 토지공사 통합 당시 취임해 직원정원을 7,367명에서 5,600명으로 1,767명 정도 약 25% 감축했다. 이 사장은 “인력감축의 험난한 경영혁신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반발과 반대도 컸지만 흔들림 없이 원칙과 철학을 고수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국민에게 사랑받는 공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며 직원들의 보너스를 줄이고, 법인카드는 없애고 기관장활동비는 개인카드로 해결하는 등의 진축재정 행보를 펼쳐왔다.

하지만 LH는 올해 직원정원을 5,600명에서 6,100명으로 은근슬쩍 늘려 인력구조조정은 허울뿐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있다. 게다가 이번 신사옥 착공은 “LH의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허리띠를 졸라 매겠다”던 그의 발언과 정반대의 정책이라 일각에서는 이 사장의 이러한 발언이 허풍 혁신에 가깝다는 질타까지 쏟아졌다.

지난 3년간의 부채 탕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실시한 각종 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LH 부채규모는 약 13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LH가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돈이 약 13조3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채 발행해 금융기관의 돈을 빌려와 빚을 돌려막기 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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