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상경투쟁 200일째…사장은 MB와 티타임 갖느라 바빠

한국 3M본사 앞 여의도 사거리, 지난 2010년 미국계 다국적기업인 3M으로부터 징계해고를 받은 뒤 힘든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모습이 본지 취재팀의 눈에 띄었다. 10년 동안 3M의 노동자 생활을 하며 쌓았던 명예와 보람이, 부당 해고 후 물거품이 되는 쓰라림을 맛본 그들은 “상경투쟁 한지도 어느덧 4개월이 넘어가고 있다”며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조합원 백모씨는 “잘못 알려진 3M의 진실을 서울 시민들이 다 알 때 까지 서울전역을 돌며 일인시위를 할 것”이라며 한국 노동계에 오기로 맞섰다. 사측의 발빠른 회유에 넘어간 주민들에게 빨갱이라 손가락질 받고, 거리에서 마주치는 시민들의 냉혹한 시선을 견뎌오며 재판의 한가운데 서있는 조합원의 현실이 현대판 주홍글씨가 아니고 무엇일까. 서로를 의지하며 기적같이 3년을 버틴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하나다. 단순히 일의 터전을 되찾겠다는 투쟁심 보다는 거대한 미국 3M 자본에 맞서 인간답게 살겠다는 자존감을 되찾는 것이다.

양면테이프 생산하는 3M, 양면성 하나는 세계최고
글로벌 기업이란 타이틀에 불구 현실은 노동탄압 왕국

3M은 연간 매출액 270억 달러로 2006~2008년까지 4천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하고 60개국에서 사업을 하는 100% 미국자본의 외국인 투자 기업이다. 하지만 용역업체 컨택터스를 고용해 노조원들을 폭행하고 무단해고 시킨 사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달 11일 대법원이 노조활동 과정에서 직원을 해고한 조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항소심 판결을 내렸지만, 박원용 3M 본부장은 나주공장 경영설명회에서 노동자의 현장복귀와 관련 “해고는 너무 과했다”는 표현 등을 쓰면서 다시금 징계수순을 시사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부당하게 해고당한 노동자 유모씨는 “지난 2009년 회사는 1천억 원의 순이익을 내고도 5%의 임금삭감,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했다. 윗선의 입맛에 따라 일부 직원을 내쫓고 비용절감이라는 이유로 작업복을 제공하지 않거나 산재를 당했다는 이유로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아왔다. 또 대부분의 여성노동자는 정규직이 되더라도 연간 상여금을 받지 못하고 승급도 되지 않는 등 차별을 받았다. 일반인들에게 비쳐지는 회사의 경영방침과는 너무도 다른 비인간적 대우와 차별에 맞서 노예처럼 살지 않기 위해  2009년 5월 민주노조 결성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금속노조 3M지회를 출범시켰고 당시 90%이상의 노동자들이 그 자리에서 노조에 가입할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다.

용역이 폭력을 휘둘때 마다 ‘CCTV 오작동’으로 증거 없음
하늘이 돕는 캔택터스 “억울하면 니들이 용역 하든가”

유모씨는 3M노조가 결성된 뒤 첫 집회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검정색 봉고차를 보며 올 것이 왔다고 직감했었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검정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나타나 팽팽한 기싸움이 시작됐다”며 그 후 상상도 할 수 없는 탄압이 경기 화성공장, 전남 나주공장에서 일어났다고 말했다.

“일명 ‘노조파괴의 달인’으로 알려진 박원용 경영지원본부장이 영입되고 임금협약이 체결되면서 본격적인 노사갈등이 시작됐다. 박원영 본부장은 금속노조 사용자협회의 전 대표이자 현재 3M의 교섭단장으로, 조합을 제대로 다룰 줄을 안다. 우리는 막 설립된 조합으로 협상의 경험은 부족하기에 그의 감언이설에 속아 끌려 다녔다. 처음엔 여성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주고 근무평가제도도 어느 정도 개선되나 싶더니 그 후로는 태도가 돌변해 무차별적인 징계, 해고, 차별 등이 오고갔다”

박원영 본부장이 금속노조측의 사람인만큼 그의 영입은 노조와 교섭을 시도하려는 사측의 제스처에 진정성을 실어주기엔 충분했다. 박원영 본부장은 금속노조측에서 교섭을 전문으로 다뤘던 사람으로, 누구보다 노조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을 담당자로 앉혔는데도 3M노조들은 왜 계속 불만을 표출하냐는 식의 외부 시선에 노조원들의 속은 곪아 터졌다고 한다.

이어 사측과 박원용 본부장은 단체협약 체결에 대해 시간끌기로 일관하면서 160여명을 징계하고 ‘노조 탈퇴’를 강요하며 계약직 조합원들에게 탈퇴공작을 벌였다. 또한 지난 2010년 여름 시설물 보호차원이라는 명목으로 고용한 용역경비를 동원해 노조 사무실과 천막농성장을 침탈하고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3M 나주공장의 경우 회사 휴게실에서 컨택터스 용역에게 대놓고 구타를 당해도 사측은 CCTV 녹화가 안됐으니 증거를 제시해라는 말만 내놓았다. 유씨는 “회사는 CCTV를 통해 원하는 장면만 부분 촬영 한다”며 “용역들이 먼저 조합을 도발 해놓고 대기하다가 조합의 움직임이 생기면 그 장면부터 촬영을 시작하여 교차 편집하는 식이다. 3M과 컨택터스의 시나리오에 완벽하게 당했다”고 분개했다.

한편 한국 3M은 용역폭력 문제에 대해 “당시 노조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았고, 상당히 과격한 행동과 무리한 움직임이 많았다. 회사에서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입장이라 경비를 충원한 것이고 말 그대로 경비임무를 보기 위해 회사에 들어온 것이지 폭력을 행사하러 들어온 것이 아니다. 노조는 가만히 있었는데 폭행이 있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론했다.

컨택터스 “나는야 경비견 물으라면 문다”

컨택터스는 2007년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이명박의 경호를 담당한 후, MB정권동안 한국전력이 발주한 국책사업 현장에 투입될 정도로 급성장했다. 컨택터스는 히틀러가 유태인을 위협하기 위해 사용한 사냥견 ‘로트와일러’와 스스로를 견주며 학살과 폭력에 대한 지향성을 나타낸 바 있다. 용역 폭력 건으로 해고된 3M 노동자의 이모씨는 캔택터스를 두고 ‘주인이 명령을 하면 사정없이 물어 죽이는 사냥개’ 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경비업체 전문가는 “용역경비 업체인 컨택터스는 법인 대표가 수시로 바뀌는 유령 기업으로 해당 법인의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예인 행사 경호를 뛰는 것보다 노조를 탄압하는 일이 수입이 좋고 장기적이다”며 “이들은 주야간 교대로 근무하며 일당이 34만원 정도로 사람을 때려도 죄책감을 못 느낄 정도로 목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몰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조 때려잡는 경비업체에 들어가면 정상적인 경비업체 직원들이 몇 십년 일해 버는 돈을 서너달이면 번다고 한다.

이에 관련 컨택터스의 전 대표인 구모씨는 “자신들이 폭력을 행사한 것은 맞지만 무고한 노조원들을 폭행한 것은 아니다”며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않겠냐”고 해명한 바 있다.

현재 컨택터스는 경비업 허가가 취소돼 영업을 접은 상태로 한국 3M 조합의 경비는 CJ시큐리티라는 용역업체가 맡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놈이 그놈이라는 것.

볼트 쪼이는 전문가에게 독후감을 써오라니
시대를 역행해 이상주의에 빠진 한국 3M 

조합측은 무엇보다 인사고과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객관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이 배제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리자에 성향에 의해 평가되는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마냥 들쑥날쑥한 인사고과 관리자의 비위를 맞추느라 조합원들의 인권은 무시를 당했다. 관리자 부인이 판매하는 정수기를 사라, 추천하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라, 초과근무 후 청소를 해라 식의 횡포는 노동자로서의 전문성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파괴했다. 현장 직원의 전문적인 몫이 무엇인지 간과한 채 ‘내입맛대로’ 만 강요하는 ‘줄새우기 식’의 평가가 아직도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조합측은 “한국 3M에서 자칭 높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관리자의 일상은 시정잡배와 같은 행각들의 연속”이라며 “관리자들은 경영설명회와 같은 자리에는 조합원들의 뒤에 배석해 쫓아다니고, 평소에는 현장 쓰레기통이나 뒤지며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또한, 부서원이 몇 명인지도 모르면서 물어보는 꼴은 정말 가관이라고 조롱했다. 

진정한 능률을 추구하기 위해서 노동자를 기계적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적 요소 등을 중시하는 ‘인간관계론’이 대두함에 따라 기존의 기계적 관리론은 막을 내린지 오래다. 하지만 왜 한국 3M은 일방적인 지시나 감시로 노동자를 잡고 흔드는 구시대적인 경영방침으로 시대를 역행하려 드는가? 조합원측은 “한국 3M 경영진들은 공장 현장에 대해 잘알지도 못한 채 지나친 탁상행정으로 노동자들의 피를 말렸다”며 넥타이를 풀고 공장으로 나와 현장을 직접 보기를 당부했다.

MB와 티타임 갖느라 바쁘신 사장님
매년 한두번 공장에 얼굴 비춰

MB정부가 들어서자 한국 3M 정병국 사장의 청와대 출입이 유독 잦아졌다고 한다. 정병국 사장은 3M의 경영설명회에서 “청와대에 갔었는데 내가 이명박 대통령 옆에서 과자를 먹었다”고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조합측은 정병국 사장이 청와대를 드나들며 이명박 정권의 비호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조합원 유씨는 “이명박 정부 이전에는 지금과 비슷한 사례의 소송 시 많은 승리를 했었는데 MB 정부가 들어서고 승소율이 예전 같지 못한 이유는 뻔하지 않는가”며 “노동사무관이 청와대에서 전화가 왔기 때문에 소송을 진행시키기 힘들다고 말한적도 있다”고 분개했다.

지난 5일에는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이자 미국 3M 대표인 잉게 툴린이 극비 방한해 김황식 총리와,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 정부와 국내 기업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윗선들의 행보에는 ‘성장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종업원들에 대한 투자’라고 선언한 3M 리더십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조합원 유씨에 의하면 실질적으로 정병국 사장은 일년에 한두번 정도 공장을 답사한다고 한다. 본사와 공장의 거리가 멀지도 않지만 왕래도 없이 실질적인 실권자로서 끊임없는 매출과 공격적인 성장만을 요구했다. 유씨는 “물론 경영진의 경영 능력을 다 폄하 하는건 아니지만 매년 1억원의 흑자를 내기위해 피땀을 흘리며 노동으로 노력하는 직원들은 노고는 몰라주는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진들은 3M은 겹겹이식 네트워크망을 구축한 글로벌 기업이기에 한국지사는 결정권한이 약하다고 뒤로 슬그머니 빠진다”며 “미국본사 승인을 받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 되는 경우가 없어 노동자들만 지쳐 떨어져 나가게 된다”고 답답함을 밝혔다.

게다가 사측은 유럽발 경제위기때 2013년도 회사에 닥칠 위기를 대비하자며 다른 기업들의 감원 인원 통계를 전단지로 만들어 사내에 부착하기도 했다. 유씨는 “이게 노동자에 대한 윗선의 무언의 압박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며 “너희들 목은 내 손안에 달려있으니까 알아서 열심히 하라는 식의 선포”라고 표현했다. 

한국 3M이 옴부즈맨 출신인 정병국씨를 부사장으로(현사장) 내새우자 노조원들은 우리의 얘기를 들어주려는 것일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에 찼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선전에 불과한 기회주의 전략이란 것을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3M 직원이다

9년 동안 회사를 다녔던 유씨는 아직도 본인이 만들던 물품에 대한 애착과 한국 3M에 대한 애사심이 남아있다며 눈가를 촉촉이 적셨다.

“첫 직장으로 9년간 3M에서 일하면서 삶의 기반도 잡고 노동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회사가 싫어서 투쟁을 하는것이 아니다. 노동조합은 우리사회에서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이기기 힘든 싸움을 하는 것이다. 노조가 있어야만 노동자의 권리도 찾을 수 있고, 부당함에 대한 요구도 할 수 있다. 노조가 있음으로 해서 이 사회가 더 투명해지고 발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단 한 사람이라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조합원 유씨는 “회사와의 분쟁으로 일을 잃고 싶은 노동자가 대체 어디 있겠는가. 정말 참을 수 있을 때 까지 참다 갈 곳이 없어 문을 두드려 노농위원회에 민원을 넣어도 사람(대통령)하나에 따라 모든 결과가 좌지우지된다. 재판도 마찬가지다. 폭행사건에 터지자 증거도 없이 용역의 구두 진술만 믿고 기소 당했고 지난 1년 6개월 동안 나주에서 수원으로 재판을 위해 올라와 적극적으로 임해 무죄를 밝히려 했다. 하지만 정작 용역측은 증인 출석 시 나오지도 않았고 현재 2년 동안 시간을 끌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증인 출석에 불응하는 용역은 마치 국감에 불출석하는 이건희 회장 같이 피하고 보자는 심보일 것이다.

그럼에도 유씨를 포함한 19명의 해고자들은 “끝까지 싸워서 꼭 복직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 복직이 된다고 해도 노조를 탈퇴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가 깨진 사업장들이 죽음의 현장이 된 경우가 많은 만큼 노동자들 나아가 한국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노동조합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권’이란 이름의 꽃이 피길

인터뷰를 하며 피부로 느낀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가 돌아가는 형국이 모두 노조원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인터뷰 도중 언급 된 수많은 판사, 지방의원, 경찰, 검찰의 실명을 밝힐 수 없다는 게 그 증거다. 어느 한쪽의 편에 서서 왈가왈부 하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거대한 기업의 뒷면에 묻힌 힘없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고 정직하게 전하는 게 언론의 몫일뿐,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박은미 기자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