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투자자들 “관리 못한 농협 지분 소각해 소액주주 보호해라”

▲ 남해화학 여수 공장
시사포커스는 지난 26일 농협 자회사이자 국내 1위 비료업체인 남해화학이 신한은행 위조보증서 사건과 관련 내부 직원의 배임혐의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을 보도했다.(경제면 26자) 이어 남해화학이 430억 원어치 ‘기름증발’ 사건에 휘말려 주식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자 소액 주주들만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 불똥은 남해화학의 자회사인 농협중앙회까지 튀고 있다. 2011년 이번에 문제가 된 사건을 자체감사 했음에도 불구하고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부실 감사에 대한 날선 비난을 받고 있다.

신한은행 VS 남해화학 공방 그 후…

지난 29일 서울동부지검은 남해화학의 유류사업본부장 조씨(46)를 430억 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조씨가 횡령·배임한 430억 원은 남해화학 자기자본의 11.7%(3671억7034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자기자본의 5%가 넘는 금액의 횡령 또는 배임이 발생한 상장 기업은 상장폐지 실질심사 검토 대상이 되는 거래소 규정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이날 남해화학 주식의 거래를 정지하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인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6월 경인에너지 대표 정씨가 신한은행의 지점장 박씨에게 위조 지급보증서를 발급받은 것을 알고도 이를 담보로 430억원어치의 석유제품을 공급하고 그 대가로 2억6000만원을 챙긴 혐의다.

남해화학 관계자는 “신한은행 위조 지급 보증서를 담보로 경인에너지에 외상으로 430억 원치의 유류를 판매한 우리는 피해자”라며 “관련 사업을 담당 하던 조씨가 신한은행 지점장에게 철저하게 속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 1금융권인 신한은행 지점장실에서 받은 보증서인 만큼 위조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이어 남해화학 관계자는 “지급보증서를 부실 관리한 신한은행으로부터 채권을 회수할 계획이고, 경인에너지에게는 외상 매출 대금을 갚으라고 종용해 회사경영을 제자리로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남해화학은 경인에너지로부터 받지 못한 매출 대금 430억 원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상폐는 모면, 주가 하락을 불가피

상장폐지 실질심사란 상장사가 공시의무 또는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했거나 횡령·배임 혐의 등이 발생했을 때 심사를 통해 상장유지 적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우선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원인행위 발생일로부터 매매거래를 정지한다. 그 후에 심사위원회는 15일 이내에 상장폐지 실질심사 심의 여부를 검토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상장폐지가 결정될 경우에는 7일 동안 정리매매 기간이 부여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 때 정리매매를 하면 된다. 반대로 실질심사가 필요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매매거래는 즉시 재개된다.

증권업계 사이에서는 농협경제지주가 최대주주로 있는 만큼 상장폐지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주가 하락에 따른 소액 투자자 손실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남해화학의 소액주주는 약 2만8천명으로 보유지분율은 40.52%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상장폐지는 모면한다 해도 관리종목으로 추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어 이에 따른 주가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회사측은 상장폐지 가능성이 없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증권업계에서는 남해화학 주식은 적어도 1년 정도는 지나야 횡령배임이라는 딱지를 때고 제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라고 내다봤다. 한국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상장폐지가 되지 않더라도 주가 급락은 감수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이 횡령·배임 사태인 만큼 기업 이미지에 결여되는 부분이 크고 일정기간 동안 남해화학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경영손실 등을 고려하면 주가급락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남해화학의 경우 주 사업인 비료·화학쪽에서는 반기 실적 영업이익 160억원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한 반면, 유류 사업쪽은 영업적자가 90억이 되서 결과적으로 총 영업 이익분을 줄이는 결과가 나았다”며 이익이 빠져나가는(세어나가는) 유류사업의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만8천명의 소액 주주들은 남해화학의 주식이 상장폐기 심사에 앞서 거래정지 상태가 되자 답답함을 토로했다. 남해화학의 주식 8천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장씨는 “한화, 하이마트는 상장폐기에 검토 시 귀족주라 조속히 심사해서 매매정지 해제 해주더니 남해는 농민 서민주라 질질 끄는 거 같다”며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공황 상태라고 밝혔다. 소액 주주들은 농협은 서민들의 아픔을 포용하기 위해서라도 남해화학 사태에 책임감을 가지고 조속히 해결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농협 감사 하나마나

 ▲ 출처 / 남해화학 홈페이지

현재 남해화학은 홈페이지에 사과문 공지를 띄운 상태다. 하지만 대주주인 농협중앙회도 사과문이나 경영쇄선을 위한 특별대책을 세우고 공지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거세다.

남해화학은 1974년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 방침에 따라 전남 여수에 설립됐다. 세워질 당시 공기업으로서 최대주주는 한국종합화학이었지만 1998년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농협중앙회가 지분을 일부 인수했다. 이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은 비료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남해화학의 지분을 100% 인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남해화학은 지난 5월 비료값 담합 적발에 이어 자기자본의 11%가 넘는 금액의 배임한 내부 비리가 뒤늦게 불거지면서 자회사인 농협의 내부 검열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자명하게 드러났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8월 “남해화학에 대한 자체 감사를 실시하면서 유류 외상거래 부분의 문제를 발견해 시정 조치했다”고 감사보고 결과를 밝힌 바 있다. 남해화학의 430억 원어치 ‘기름증발’ 사건도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6월 발생한 사건임을 감안하면 농협의 부실 감사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이는 신한은행이 지난해 내부감찰을 2차례나 실시해 지점장 박씨의 계좌로 수상한 돈 수억 원이 오간 정황을 파악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유명무실한 대기업의 내부 감사는 안 하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횡령에 사용 된 보증서는)심도 있게 위조가 되어 보증서 실물이랑 똑같았다”며 적발하기 어려웠다고 변명했다. 이어 “감사 과정은 대부분 서면으로 이뤄지기에 심도 있는 조사가 어려운건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김재원(새누리당) 의원은 “횡령 배임행위가 이뤄졌다는 사실 자체로 봐서도 이것은 남해화학 뿐만 아니라 지주회사인 농협, 농협 경제지주의 임원들 조차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경영진 횡령의 문제는 비단 남해화학만의 얘기는 아니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거래소에서 받은 ‘경영진 범죄공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86개 상장기업에서 횡령ㆍ배임이 발생했고 금액은 3조7,775억원에 달했다. 횡령·배임액은 2010년 3719억원에서 지난해에는 6066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 6월까지의 금액은 8689억원에 달해 최근 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번 남해화학의 배임횡령 사건은 농협중앙회의 느슨한 자회사 관리에서 발생한 예견된 악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남해화학의 감사는 최대주주의 농협의 입맛에 맞는 인물로 임명되며 농협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실정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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