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 식약청 손잡고 23년 전 우지파동 재현…여론 부화뇌동, 농심 풍전등화

국내 라면시장의 점유율 70%에 육박하는 독보적인 일인자 농심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논란에 휩싸이며 기업이미지 훼손에 이어 매출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은 것. 농심라면 발암물질 벤조피렌 검출량에 대해 식약청이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MBC ‘안전한’이라는 말 대신 ‘미량’ 검출이라는 무책임한 폭로를 해 소비자의 혼란을 부추기고 해당 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주범 MBC, 기업 잡기 주도

연일 시청률 하락을 기록하고 있는 문화방송 MBC 뉴스가 오랜만에 ‘단독’ 뉴스를 띄워 자존심을 회복했다. 하지만 이 뉴스의 내용는 현장 취재도 MBC만의 기획도 아닌, 민주당 이언주 의원이 발표한 자료의 일부분만 발췌해 보도한 폭로성 기사여서 공정성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지난 23일 MBC는 “식약청이 농심을 비롯해 국내에 유통되는 라면 스프 30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농심의 6개 라면스프에서 1kg당 2~4.7ppm의 벤조피렌이 검출됐다”고 밝혀 후폭풍이 거세다. 이어 MBC는 “식약청은 식용유은 1kg 당 벤조피렌이 2㎍, 어류는 2㎍, 분유는 1㎍을 넘지 못하도록 허용기준을 두고 있지만 이보다 일부 농심 제품들의 벤조피렌 검출량이 더 많은 것으로 판명됐다”고 보도했다.

농심 관계자의 주장을 들어보면 사정이 다르다. 농심은 “MBC가 라면에는 벤조피렌 기준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다는 점을 교묘하게 악용했다”고 말했다. 모든 식품에는 기준규정이 존재하는데, 이번 보도는 그 비교대상인 라면 스프의 벤조피렌 함량 기준이 없기 때문에 종류가 다른 타제품들과 검출량을 비교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것. 이어 “농심스프에서 검출 된 벤조피렌의 양은 매우 소량으로 엄연히 말하자면 기준 ‘이하’의 ‘안전한’ 수준인데, MBC는 검출됐다는 사실만을 중점으로 보도해 국민들에게 혼란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소량이든 대량이든 검출된 사실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벤조피렌은 공기 중 떠다니는 물질로 화학 연소 시 생성 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가공식품에 대한 별도의 벤조피렌 함유량 기준을 설정한 국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식품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MBC의 보도가 편파적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왜냐하면 보통의 사람들은 이미 벤조피렌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체내에 축적중이며, 그것이 1급 발암물질이긴 해도 라면을 끓여먹고 체내 흡수 된 벤조피렌을 원인으로 암에 걸려 죽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등을 보도하지 않은 채 자극적인 이슈 만들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언론사에 종사하는 K씨는 “보도할 가치가 있는 사실과 그렇지 않은 것과의 선을 잘 구분하여 모든 사건에 중심을 가지고 진실을 밝히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며 MBC는 이번 농심 보도에서 중심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MBC는 성급한 농심 관련 보도의 후폭풍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자극적인 내용을 확대 보도하는 식의 폭로성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MBC의 보도가 나간 후 각종 언론 사이트는 소위 잘 팔리는 ‘발암물질 검출’ 기사로 도배 됐고 농심은 몇 일째 포털의 검색어 순위에 오르며 홍역을 앓고 있다. 사회적 이슈 만들기에 동조한 국회와  MBC, 일부 언론들의  공격적인 보도로 인해 연일 국민들의 불신감은 높아져 갔다

▲ 사진 출처 : 식약청 홈페이지
공범 식약청, 말 바꾸기 작렬

MBC 보도 다음 날인 2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농심 발암물질 검출 사건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였다. 여·야의 의원들은 농심라면 스프의 인체 유해성 여부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뒤로 한 채 식약청의 관리부실만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앞서 식약청은 지난 6월 벤조피렌 기준치 10ppb를 초과한 가쓰오부시 제품을 제조하는 D업체를 적발, 행정처분한 적 있다. 그러나 이들 원료로 만든 스프를 포함한 9개 회사의 제품역시 벤조피렌이 검출됐지만 기준치보다 낫다며 시중에 유통되게 방관했다. 이들 제품에서 검출된 벤조피렌의 농도는 1.2~4.7ppb로 농심 역시 이 D사의 가쓰오부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6월 당시 식약청은 벤조피렌 검출량에 대한 별다른 기준이 마련되어있지 않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농심 역시 식약청의 조사결과를 통보받은 뒤 생산공정을 2개월 중단하고 조미료 납품업체를 교체했지만 미량의 벤조피렌 검출은 안전성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 해당 제품의 회수 등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식약청은 벤조피렌 검출량이 “극소하다”, “안전하다”는 이유로 검출 사실을 4개월가량 덮어두었다.

하지만 비판적인 여론에 제대로 압박당한 탓일까? 식약청은 갑자기 입장을 바꿔 꼬리를 내렸다. 지난 24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이희성 식약청장은 이번 농심 발암물질 라면사태에 대한 식약청 잘못을 시인하고 해당 라면에 대해 전면 회수 및 폐기 등의 조치를 취할 뜻을 밝히면서 사태는 다른 국면으로 향했다.

식약청은 자진회수 결정은 '안전성'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적합성'의 문제라고 설명하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농심 너구리 등 일부 라면 제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지만 부적합한 원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회수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는 해명했다.

하지만 식약청은 스스로 안전하다고 한 제품을 법적 기준도 없이 부적합을 운운하며 회수토록 하며 말을 바꾸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식양청은 “안전하다”는 말로 가랑비를 피하려다 언론보도라는 소나기를 맞고 자가당착에 빠진 소신 없는 집단으로 비쳐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식약청 조사단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감사도 진행된다. 복지부는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발암물질 라면'과 관련해 식약청의 부실행정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9일 식품 분야 민간단체인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은 “식약청이 농심 라면 일부 제품을 회수한 것은 성급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라면이 인체에 안전하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을 만한 과학적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회수 조치를 내렸다”고 식약청을 비판했다.

이로써 식약청은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원칙보다는 외압에 휘둘려 행정 처리가 오락가락하는 집단이라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량의 벤조피렌, 논란의 거리나 되나?

보도를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벤조피렌’에 대해서는 생소하지만 ‘발암물질’이라는 설명에 충격을 받았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당장이라도 암에 걸려 죽고 싶으면 너구리를 끓여 먹어라”라는 우스갯소리가 돈다.

벤조피렌은 화석연료 등의 불완전연소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의 한 종류로 인체에 축적될 경우 각종 암을 유발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이다. 숯불에 구운 쇠고기 등 가열로 검게 탄 식품, 담배연기, 자동차 배기가스, 쓰레기 소각장 연기 등 한마디로 연소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성된다.

통상적으로 우동류 라면의 분말 건더기 스프의 중량이 10g 가량임에 비춰보면 라면 스프를 먹었을 때 벤조피렌에 노출된 양은 하루 평균 0.000005㎍ 정도로, 이는 육류의 벤조피렌노출량 보다 16,000배 낮은 안전한 수준이다. 물론 농축이 되면 좋지 않은 물질인 것은 분명하나 라면스프에 첨가된 양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다른 음식에 비하면 극히 소량임이 분명하다. 실제로 ▲담배1개비=1478ppb ▲스팸1통(200g)=36920ppb ▲삼겹살300g=97만ppb에 비하면 너구리우동(순한맛)의 4.8ppb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적은 수치다.

하지만 뒤늦게 그 안정성에 대해 설명해도 이미 뿔난 라면 매니아들을 잠재우기엔 역부족 인 듯 농심의 매출은 급속도로 줄고 있다. 30일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지난 24일 라면 제품 전체 매출이 전일 대비 1.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문제가 된 농심 6개 제품은 매출이 하루 사이에 27%나 즐어 들었다. 주식 사정도 마찬가지다. 논란이 불거진 직후 급락했다가 일시 반등했던 주가도 연일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29일 농심 주가는 전일 대비 5천500원(-2.17%) 떨어진 24만7천500원으로 장이 마감됐다. 

회수할 분량이 있을까

농심은 지난 24일 자사 홈페이지에 ‘평생 매끼니 섭취해도 안전한 수준’이라는 안내문을 게시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엔 불충분했다. 이에 농심은 식약청의 명령을 이행해 해당 제품을 11월 10일까지 회수한다고 발표했다.

농심 관계자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벤조피렌의 검출 정도가 위해한 수준이여서 회수하는 것이 아니다”며 “고객들의 우려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회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회수하는 제품은 ▲얼큰한 너구리(유통기한 올해 10월 22일~11월 11일), ▲순한 너구리(올해 10월28일~11월17일), ▲새우탕 큰사발(올해 11월4일~11월29일, 부산제조 제품은 내년 1월10일, 내년 1월30일), ▲생생우동 용기(유통기한 올해 9월30일, 10월 22일) 등이다.

하지만 회수 기준이 되는 제조 시기는 지난 4월에서 6월로 한정돼 소비자에게 유통 회전이 빠른 제품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회수양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실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판매가 완료돼 회수할 제품이 없다”고 밝혔다. 성급한 회수결정으로 소비자와 유통업계에 혼란만 주고 있는 모양새다.

포커스는 농심이 아니다

이번 논란으로 2010년 3억5000만 달러, 2011년 4억 달러 등 해외 매출실적을 기록했던 식품업계 2위 농심이 쌓아왔던 브랜드가치 손실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면 매출액 2위를 자랑했던 ‘너구리’의 경우 논란이 된 한 주 동안만 매출이 4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23년전 삼양라면의 우지파동이 묘하게 오버랩 되는 건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1980년대 중후반까지 시장점유율 60%에 달했던 라면시장의 대표주자 삼양은 우지파동을 겪으면서 당시 백수십억억원 분량의 시중 제품을 폐기하는 등 큰 손실을 입고 폐업직전까지 몰렸다. 결국 삼양은 7년 9개월이라는 긴 법정공방 끝에 1997년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통해 억울함을 벗었지만 시장점유율은 10%대로 곤두박질쳤다. 또한 라면사업 부활을 위한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십억의 적자를 감수했으며 기업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그 사이 삼양식품을 끌어내리고 승승장구한 기업이 ‘신라면’을 앞세운 농심이었다. 이번에는 농심의 차례인가?

농심의 발암물질 사태로 소비자의 불신은 극에 달했고 이 현상은 농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먹거리 문화 전체로 퍼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신흥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김영석 교수는 “사람들은 농심라면에만 관심이 쏠려 있지만 사실 벤조피렌의 위험성은 한국의 음식 문화 깊숙이 침투되어있는 숯불구이,직화구이 과정에 무섭게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벤조피렌은 가쓰오부시를 만들 때 비린 맛을 없애고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훈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면서 “무엇보다 음식을 가열해서 태워먹는 숯불구이 문화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소비자는 이번 사건의 화제가 ‘농심’이 아닌 ‘벤조피렌’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번 MBC의 보도나 국회의원의 문제제기 식약청의 회수조치나 모두, 소중한 먹거리를 가지고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린 꼴이 돼버렸다. 언론 전문가는 “결과적으로 자국 기업의 이미지를 스스로 깎아먹는 이러한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신중하게 문제 제기 해야하고, 그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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